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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l 05. 2022

이제 여행 가고 싶다

라오스 여행기

교사들은 주로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에 여행을 다닌다. 그러다 보니 늘 가장 더운 여름과 겨울, 가장 비쌀 때 여행을 해야만 했다. 이제는 내가 계절을 정해 날씨 좋을 때, 여행 경비가 저렴할 때를 골라서 여행을 다닐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이제 여행 가고 싶다. 하지만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아 가기가 꺼려진다. 아무래도 올해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퇴직하고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것이 남편과 성지순례를 다녀오는 거였는데 아무래도 내년으로 미뤄야 할 것 같다.    



코로나가 시작되기 바로 전에 선생님들과 겨울 방학에 여행을 다녀왔다. 3박 5일로 9명이 라오스로 여행을 떠났다. 그 해 부장님들이 워낙 사이가 좋고 부장 회의 분위기도 좋아 함께 추억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내가 퇴직하기 전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 수 있도록 배려하기 위함이라고도 생각한다. 그런 부장님들의 마음이 무척 고마웠고 나를 여행에 끼워준 것도 너무 행복했다. 여행지를 많이 검색하고 의논하였지만 투어와 액티비티를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나라가 라오스라고 해서 정하게 되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모두 있기 때문에 교무부장님이 반장이 되어 모든 계획 등을 맡아서 진행하였다.


인천 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오후 3시 20분까지 모여 출국 수속을 하고 TWO131편으로 5시간 25분 정도 걸려 비엔티엔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현지 가이드와 만나 단사반 비엔티안 호텔로 이동하였다. 호텔은 3등급 정도로 그리 고급스럽진 않았지만 아주 나쁘지도 않았다. 류 교감님과 같은 방으로 숙소를 배정받고 잠자리에 들었지만 앞으로의 4일이 기대되어 가슴이 두근거렸다. 함께 근무하는 학교 선생님들과 여행을 한 건 교사 시절 교장, 교감 선생님을 모시고 일본 후쿠오카 여행을 간 이후 처음이었다. 지금은 교장이기에 부장님들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될 것 같아 더 조심하려고 하였지만 그건 기우였다.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3박 5일 동안 추억을 만들었다.     


첫째 날에는 비엔티엔 시내 관광을 하였다. 날씨는 정말 더웠지만 선글라스와 모자로 햇빛을 차단하며 독립 기념탑, 왓 씨사켓 사원, 왓 호 파깨우 사원을 관람하였다. 독립 기념탑은 파리의 개선문을 본떠 만든 라오스의 독립 기념탑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사진 촬영할 때 카메라를 땅에 두고 동그랗게 서서 천정을 촬영하라고 가이드가 말해주어 우리도 한번 해 본 것이다. 사진이 기대한 것처럼 잘 나오진 않았지만 얼굴과 천정의 문양이 함께 나오는 게 정말 신기했다.   


그다음으로 비엔티엔에서 가장 오래된 왓 씨 사케 사원을 관람하였는데 다양한 불상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왓 호 파 깨우 사원은 정원이 정말 아름다운 사원이었는데 두 사원 모두 화려하진 않았지만 불교국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날씨가 정말 더워 시원한 망고 주스가 생각나는 날이다. 사원 관람을 마치고 탕원 유원지에서 멋지게 차려진 선상 현지식을 먹었는데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다. 물론 마음이 즐거운 만큼 맛있게 먹었다. 전세버스를 타고 방비엥으로 이동하였다. 이동 거리가 3시간 정도 걸렸다. 가는 중간에 화장실에 들렀는데 바나나를 구워서 팔아 너무 신기하여 사서 먹어 보았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여행 중에 현지 음식을 사 먹는 재미는 여행의 즐거움을 더해 주는 것 같다.    


방비앵은 소박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소도시로 다양한 액티비티가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하고 원주민들이 물건을 파는 야시장에 가서 쌍둥이 여름옷이랑 여름 피서 갈 때 입으면 좋을 내 원피스랑 코끼리가 그려진 남편 셔츠 등을 샀다. 참, 전통 수공예품으로 만든 앞치마도 샀었지. 망설이다가 사지 못한 쿠션 커버를 살 걸 하고 후회하였다. 야시장은 낮에는 그냥 평범한 거리인데 밤이 되면 시장으로 바뀌는 그런 곳이다.     


3일 차 되는 날 라오스의 명물 지프 트럭을 타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루라군에 갔다. 지프 트럭은 짐칸에 양쪽으로 의자를 만들어서 사람들이 앉아 갈 수 있게 개조한 트럭으로 비포장 도로를 달릴 때면 덜컹거리고 먼지도 들어왔지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블루라군은 방비엥의 다이빙 명소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곳으로 7미터 높이와 그 아래 약간 낮은 곳에서 다이빙할 수 있는 나무 다이빙 대가 있었다. 젊은 부장님들은 수영복을 미리 입고 와서 다이빙에 도전하였지만 난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블루라군에서 즐기다가 다음으로 라오스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액티비티인 집라인에 도전하였다. 생애 처음 해 보는 집라인 도전이었다. 라오스의 집라인은 계곡과 계곡을 잇는 아슬아슬한 코스로 첫 코스는 줄을 정말 손이 아플 정도로 꽉 잡고 긴장하며 탔지만 코스를 이동할 때마다 점점 여유가 생겨 나중에는 손을 높이 올리고 소리도 지르며 즐겁게 도전하였다. 라오스에서 집라인을 타 보아서 그다음 해 교장 워크숍으로 서산에 갔을 때 자신감이 커서 첫 번째로 자신 있게 집라인을 탔던 것이 생각난다. 블루라군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탐남동 굴을 탐험하였다. 머리에는 랜턴을 착용하고 줄로 연결된 검은색 튜브를 타고 밧줄을 당겨 동굴로 입장하였다. 물이 약간 차가웠지만 깊지도 않았는데 긴장감은 느껴졌다. 동굴 내부에서 박쥐도 보고 천연 종유석도 관람하였다.    


오후에는 쏭강에서 롱테일 보트를 타며 여유를 즐겼다. 롱테일 보트는 이름 그대로 아주 길쭉한 보트로 2명이 한 조가 되어 탔는데 운전을 해주는 현지인이 있어 어렵진 않았다. 배가 닿은 곳에서 저녁 식사를 하고 루앙 나콘 방비엥 팰리스 호텔에 도착하였다. 오늘 하루는 정말 많은 것을 처음으로 경험한 하루였다. 내 평생 오늘이 기억되고 두루두루 이야깃거리가 될 것 같다.     


마지막 4일 차가 되었다. 방비엥의 이국적 전통시장인 몬도가네 시장을 견학하였다. 그곳에는 다양한 곤충과 신기한 음식, 저렴한 열대과일 등 다양한 식재료를 팔고 있었는데 정말 이국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장 견학을 마친 후 우린 다시 3시간이나 걸려 비엔티엔으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중간에 휴게소에서 식사를 하였다. 메뉴는 제육볶음과 쌈야채 등이 있었다. 모닝글로리라는 야채를 삶아서 나물로 만든 것과 생으로 싸 먹는 메뉴였는데 야채를 셀프로 가져다 먹을 수가 있었다. 나는 모닝글로리를 처음 먹어보는데 너무 맛있어서 조금 과식을 한 것 같다. 나중에 화장실에 가느라고 고생했던 것이 생각난다. 음식 욕심은 언제나 금물, 소식을 명심해야 하는데 너무 잘못한 것 같다.      

 라오스에 가면 꼭 견학한다는 땅에서 소금을 만들어내는 콕사앗 소금 마을을 방문하였다. 땅에서 소금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다. 더운 나라라 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간 탓 루앙 사원은 황금색 부처의 사리탑이 유명한데 황금 와신이 얼마나 큰지 모두 놀랐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비행기를 타기 전 라오스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명한 메콩강 옆 루앙프라방 야시장 거리를 자유롭게 구경하였다. 야시장 거리에는 정말 많은 가게와 관광객들이 있었지만 살 것은 그리 많지 않아 라오스 기념품이랑 수놓은 천 가방을 하나 샀다. 이번 여행은 노 팁, 노 쇼핑이어서 쇼핑을 거의 하지 않고 알뜰하게 보냈던 것 같다. 나이가 들면 여행 중 쇼핑도 즐거움인데 약간 아쉬웠지만 우리나라보다 약간 못 사는 나라라 전통 수공예품 외에는 살 것이 많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행히 가이드도 좋은 분이어서 강요하지 않았고 우리를 배려하면서 투어를 진행하여 불편함도 없었다.    


 밤 11시 15분에 비엔티엔 국제공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여 인천 국제공항에 새벽 5시경에 도착하였다. 퇴직하기 전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신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리고 싶다. 라오스 여행은 평생 잊지 못할 여행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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