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첫 주부터 노인 복지관에 평생 교육프로그램을 수강하러 다닌다. 이번에 한 강좌에도 합격하지 못하고 다 떨어진 분도 있는데 나는 운이 좋았다. 회원 가입하고 처음 신청했는데 세 과목 모두 합격해서 기분이 좋다. 그동안 일하느라 고생했으니 이제부터 하고 싶은 일 하며 즐겁게 살라고 준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즐겁게 참여해야겠다.
매주 목요일에 글쓰기(중급) 수업을 듣는다. 글쓰기 강사 선생님은 여성분으로 시집을 여러 권 출간하셨다고 하셨다. 글쓰기(초급) 반도 지도하신다. 내가 배우고 싶은 영역이 시 쓰기라 강사 선생님께서 시인이라 기대가 되었다.
수강생은 모두 20명이고 강의실은 그리 크지 않았다. 책상에 두 분씩 앉는다. 첫 시간에 자기소개가 있었다. 이름과 나이(태어난 년도), 글쓰기 수업을 신청한 이유 등을 말했다. 80이 넘으신 분은 없었고 대부분 70대셨다. 남성분이 여섯 분 정도고 나머지는 여성분이다. 대부분의 수업에 여성분들이 많다. 나보다 어린 분이 한 명 있었다.
글쓰기 수업에 계속 참여하셨던 선생님(수업 시간에 수강생들을 선생님으로 호칭함)이 반장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 한 분이
"남자분이 하세요."
"나이가 가장 많으신 분이 하시면 좋겠어요."
다양한 의견이 나왔지만 모두 못하신다고 하셨다.
그러다가 한 분이
"그럼 나이가 가장 어린 분이 하세요."
가장 어린 분이 직장에 다녀서 못한다고 했다. 결국 내가 반장이 되었다.
"제가 어리니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겠습니다."
축하(?) 박수를 받고 앉았다.
나는 1, 2, 3학년 때는 강원도 홍천군 내면에 있는 아주 작은 학교에 다녔다. 한 교실에서 1, 4학년, 2, 5학년, 3, 6학년이 공부하는 복식 수업하는 학교였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교사셨던 친정아버지께서 조금 큰 학교인 홍천군 남면에 있는 학교로 발령이 나셨다. 발령 나면 가족이 모두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 4, 5학년을 다녔다.
내 장래를 걱정하셨던 부모님께서 외가가 있는 강릉으로 6학년 올라갈 때 전학을 시켰다. 강릉에서 초등학교 6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다녔다. 대학을 서울로 와서 그 이후에는 계속 서울과 인천에서 살았다. 6학년 때 전학을 갔는데 부반장이 되었다. 전학 가자마자 부반장이 되어서 조금 얼떨떨했다.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짐 정리하다 보니 초등학교 우등상장이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모두 보관되어 있었다. 옛날에는 학년이 끝날 때 우등상과 개근상을 받았다. 개근상 받으려고 아파도 학교에 갔던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 6년 동안 계속 우등상을 받았으니 공부를 잘했던 것 같다.
중학교 입학시험이 있었는데 바로 한 학년 위 선배부터 중학교는 뺑뺑이를 돌려서 갔다. 강릉에는 여자 중학교가 두 곳이 있었다. 하나는 공립인 강릉여중고와 사립학교인 영동여중고가 있었는데 나는 사립 중학교에 떨어졌다. 1학년 담임 선생님은 남자 선생님이셨는데 도덕 선생님이셨다. 목사님처럼 인자하신 분이셨다. 성함이 김상두 선생님으로 기억된다.
중학교에 들어갈 때 반 배치고사를 보았다. 아마 내가 우리 반에서 제일 좋은 성적이었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셨는지, 투표했는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반장이 되었다. 방과 후에 남아서 환경 정리도 하고 수업 시작과 끝에 선생님께 인사를 시켰다. 그 이후에 반장을 한 기억은 없다. 주로 학습 부장을 했었다.
중학교 때 반장을 한 이후에 처음 반장을 해본다. 선생님들께서 수업이 끝날 때 인사를 시키라고 하셨다. 일어나서
"전체, 차렷! 선생님께 인사!"
"감사합니다."
글쓰기 첫 시간이 끝났다.
강사 선생님께서 숙제를 내주셨다. 주제를 주셨다. 봄, 고향, 길 그리고 자유주제다. 시든 에세이든 쓰고 싶은 걸 써서 이메일로 보내라고 하셨다. 이메일로 못 보내면 카톡으로 보내고 컴퓨터를 못 하시는 분은 종이에 써서 가지고 오라고 했다. 맞춤법도 신경 쓰지 말고 보내면 알아서 수정해 준다고 하셨다. 정말 친절하신 분이다.
나는 봄에 대한 에세이를 하나 쓰고 시도 하나 썼다. 수업 시간이 한 시간이라서 정말 짧다. 에세이를 보내려다가 그냥 봄에 대한 짧은 시를 메일로 보냈다. 다른 분들이 어떤 작품을 보냈을지 궁금했다. 두 번째 수업이 기다려졌다.
두 번째 수업 날 걸어가다가 산수유 꽃핀 것을 보았다. 노란 날개가 껍질을 뚫고 나와 하늘거리는 모습이 어찌 계절을 그리 잘 아는지 신기하다. 바람은 아직 차지만 봄이 온 건 분명하다. 이제 두꺼운 패딩이 무겁게 느껴진다. 산수유꽃을 보니 복지관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오늘 수업에는 몇 분이 결석해서 열일곱 분이 출석했다. 반장이라서 선생님들께 일주일 동안 잘 계셨는지 안부를 묻고 강사 선생님께 인사시키고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은 우리가 보낸 작품을 열어 함께 나누는 수업이었다.
나처럼 시를 보낸 분도 있고, 에세이를 보내신 분도 계셨다. 한 분 한 분의 글을 본인이 낭독하며 수업이 진행되었다. 작품 수준이 높았다. 글쓰기 수업에 2년 넘게 참여하신 분도 계시고 나처럼 처음 참석한 사람도 있지만 수업 분위기가 정말 좋았다. 강사 선생님께서 작품 하나하나에 대해 칭찬과 조금 보완할 부분 등을 말씀해 주셨다. 역시 강사 선생님은 예리하셨다.
두 번째 수업을 마치며 선생님들의 의욕이 넘치심을 느꼈다.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오늘 다시 느껴본다. 배우는 사람은 모두 청춘이라고 하신 브런치 스토리 작가님의 댓글이 생각난다. 배우는 우리는 모두 청춘이다. 처음 받아보는 글쓰기 수업이 점점 마음을 설레게 한다. 다음 주에는 어떤 작품을 마주하게 될까. 이번 주에도 숙제를 열심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