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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r 22. 2024

노인복지관 수업으로 점심이 해결되었다

적은 돈으로 먹는 맛있는 점심

노인복지관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지 벌써 3주째다.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약속도 잡지 않고 수업에 출석한다. 가능하면 개근상을 주진 않지만, 개근하려고 한다. 배운다는 것은 늘 설레고 가슴 뛰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배우는 사람은 모두 청춘이라고 한다. 학교 다닐 때는 숙제가 싫었는데 요즘 숙제마저도 기대되고 즐겁다.


이번 주도 글쓰기 수업 숙제로 글을 써서 월요일에 제출했다. 메일로 제출하는데 선생님께서 수강생들이 보낸 글을 파일 하나로 편집해서 가져오신다. 편집하면서 글을 조금씩 수정해주기도 한다. 나는 원래 성실하다. 나의 MBTI에 J가 들어있으니 늘 계획적이기에 숙제도 미리미리 해 놓고 기다린다. 모범생이 안될 수 없다. 더군다나 글쓰기(중급) 반 반장(나이가 조금 어리다는 이유로 반장으로 뽑힘)이니 모범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수요일과 목요일에 노인복지관에 도착하면 1층 키오스크에서 3,500원을 넣고 식권을 출력한다. 1인 1 식권이다. 이때 꼭 복지관 회원증이 있어야 한다. 카드는 안 되고 꼭 현금을 넣어야 한다. 강의실도 3층에 있고 식당도 3층이라 수업 끝나고 손 씻고 바로 줄을 서면 된다. 수요일은 11시 20분에 수업이 끝나는데 나오면 벌써 긴 줄이 서 있다. 식사가 11시 30분부터 시작되는데 11시면 줄 서는 분들이 계시다. 식당 입구에서 회원 카드를 찍고 길게 서 있는 줄을 따라 자리가 비는 대로 입장한다.


이렇게 요즘 수요일과 목요일에는 복지관에서 점심을 먹는다. 퇴직하고 집에 있으며 늘 점심에 무얼 먹어야 하나 걱정이었는데 주말을 제외하고 5일 중에서 이틀 점심이 해결되니 참 좋다. 3주째 먹고 있는데 식단도 좋아서 음식도 잘 나온다. 복지관에 영양사가 있어서 노인들에게 맞는 영양을 고려하여 매일 식단을 짜서 점심을 준비한다. 빵 하나도 몇천 원 하는데 잘 갖추어진 점심을 3,500원에 먹을 수 있는 것은 감사할 일이다.


이번 주 목요일 점심 메뉴는 밥과 순두부국, 가자미구이, 탕평채, 콩나물무침, 김치다. 가자미 한 마리를 통째로 구워 주어 맛있게 잘 먹었다. 학교에 근무할 때 늘 먹었던 학교 급식을 먹는 기분이다. 퇴직하고 아쉬운 것이 급식을 못 먹는 것이었는데 요즘 노인복지관에서 수업받으며 급식 먹는 횡재를 누린다. 음식 만든 수고를 생각해서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다 먹으려고 노력한다. 밥을 많이 주셔서 늘 조금만 달라고 한다. 반찬을 다 먹으려면 밥양을 조금 받아야 한다.


복지관 점심 식사는 하루에 250명이 드실 수 있다. 그중에서 기초생활수급자 어르신 80에서 100명 정도는 무료 급식이다. 나 같은 일반 회원은 150명 정도가 먹을 수 있다. 3주 정도 먹다 보니 메뉴가 좋은 날은 줄이 더 길다. 어떤 날은 줄 서서 30분 정도 기다리기도 한다. 유명 맛집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기분이다.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으로 브런치 글 읽으며 기다리니 그렇게 지루하지는 않다. 이렇게 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이 점심을 드실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노인복지관 1층에 카페가 생겼다. 지난주에는 정식 오픈 전이라서 아메리카노를 천 원에 팔았다. 이번 주부터는 천오백 원이다. 노인들이 모이는 곳이라 가격이 착하다. 수요일에는 오후 수업까지 있어서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를 주문해서 마시며 책을 읽었다. 디카페인이 없어서 그냥 시켰는데 오늘 밤 잠이 조금 걱정되긴 하다.


늘 뜨거운 아메리카를 마셨는데 아이스 아메리카에는 얼음으로 희석되어 조금 연한 것 같아 요즘 즐겨 마신다. 오후 수업이 2시부터라서 점심 먹고 2시간 정도 시간이 있다. 커피를 마시며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여유를 즐겨본다. 운동 삼아 집에 다녀와도 되겠지만, 그 시간에 책을 읽는 것이 시간을 버는 거라고 생각한다. 독서를 많이 하면 저속노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이 시간이 참 좋다.


요즘 노인복지관에 다니며 삶이 즐겁다. 월화는 집에서 체력을 충전하고 운동하고 글도 쓰고 도서관에도 간다. 수목은 복지관에서 여행 영어와 캘리그라피, 글쓰기 공부하며 머리를 깨우고, 주말에는 쌍둥이 손자와 보내니 일주일이 금방 지나간다. 나름 규칙적인 생활이 된다. 은퇴하고 일상이 정돈된 기분이다.


이제 내년부터 우리나라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고 다. 우리 동네처럼 가까운 곳에 노인복지관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노인복지관 덕분에 어르신들 식사도 해결되고 취미 활동도 할 수 있다. 정신 상담도 받을 수 있으니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분들이 늘어나서 마음 건강, 몸 건강을 잘 챙기길 바란다. 나의 슬기로운 노인복지관 생활은 계속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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