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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May 03. 2024

신록의 계절 오월엔 꽃구경 대신 숲길 걷자

건강백년길에서 맨발 걷기도 할 수 있다.


4월에는 다리가 아프도록 꽃구경 다녔다. 4월 마지막 날인 30일에도 시외버스를 타고 꽃구경하러 갔다. 남부터미널에서 충청북도 음성 가는 시외버스를 탔다. 남부터미널도 처음이고 무극에도 처음 간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버스 차창 밖으로 아카시아꽃이 핀 것을 보니 정말 반가웠다. 인천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기에 더 반가웠다. 사진을 찍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마치 아카시아 향기를 맡는 것만 같았다.



무극에는 지인이 전원주택에 살고 있어서 초대받고 세 명이 함께 내려갔다. 4월에는 늘 전철과 승용차로 다녔는데 시외버스를 타고 가니 학창 시절 수학여행 가는 것처럼 설렜다. 1시간 20분 정도 걸려 무극에 도착하니 지인이 차를 가지고 나와 있었다. 10분도 안 걸려서 전원주택도착했는데 정원이 넓고 예쁘게 가꿔져 있어서 꽃구경하러 온 보람이 느껴졌다. 정원에는 영산홍을 비롯한 다양한 꽃들이 심겨 있어 정말 아름다웠다.



정원에서 꽃구경하며 사진을 찍고 건강밥상으로 차린 점심을 대접받았다. 좋은 곳에서 먹어서인지 밥맛이 꿀맛이라 모두 한 공기씩 뚝딱 먹어 치웠다.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해서 정원이 보이는 일명 데크에 있는 '우리 집 카페'에서 다과를 들며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무극 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올라왔다. 1박 하고 왔으면 동네도 한 바퀴 돌고 예쁜 카페에도 갔을 텐데 아쉬웠다. 이걸로 4월 꽃구경은 마감했다.


5월엔 꽃구경 대신 숲길 걷자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라 남편이 쉬었다. 어제 무극에 다녀올 때 보았던 아카시아꽃이 생각나서 혹시 건강백년길에 가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점심을 간단하게 먹고 물만 하나 배낭에 넣고 출발하였다.



건강백년길은 작년 여름과 가을에 다녀왔었다. 갈 때마다 좋았다. 공항철도를 타고 운서역에서 내리면 5분만 걸어가면 도착한다. 봄의 건강 백년길은 어떨까 기대하며 갔는데 역시 길 잘했다. 입구부터 펼쳐진 숲길이 5월이 신록의 계절임을 느낄 수 있었다. 숲길에 들어서자마자 여름 날씨 같던 더위는 사라지고 마법같이 시원해졌다. 신록의 힘이다. 남편과 너무 좋아서 서로 사진부터 찍어 주었다. 벚꽃이 필 때 오지 못한 것이 후회되었다.



건강백년길은 입구에 0킬로미터 지점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고 500미터마다 안내판이 있어 사람마다 자신의 수준에 맞게 걸을 수 있어서 좋다. 끝까지 가면 3.5킬로미터 지점을 표시해 주는 알림판이 있고 유수지 생태 연못이 있다. 생태연못부터 거꾸로 걸어도 반대로 걸은 거리를 알 수 있게 뒷면에도 안내판이 있다. 즉 0킬로미터 뒤쪽에 3.5킬로미터가 표시되어 있다.


맨발로 걷는 사람

맨발 걷기가 가능한 숲 속 흙


늘 남편과 끝에 있는 유수지 생태연못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산책길이 끝까지 평지라서 어르신들도 충분히 걸을 수 있다. 남편도 요즘 무릎이 아픈데도 끝까지 걸었다. 길에는 야자 매트가 반 정도 깔려있고, 반 정도는 흙길이거나 전체가 흙길만 있어서 아예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걷는 분들도 있었다. 숲길이라 지 않아서 선글라스를 안 써도 될 정도로 그늘이 져서 시원하게 느껴진다.



걷다 보갈림길이 나온다. 지난번에는 오른쪽 길로 갔는데 오늘은 왼쪽 길로 가 보았다. 돌아올 때 반대편 길로 오면 된다. 가다 보니 유수지 옆길이라 소나무가 방풍목으로 심겨 있어서 노란 송화를 볼 수 있었고, 소나무길이 꽤 길게 이어져서 좋았다. 유수지 철새를 볼 수 있는 철새 관찰 조망대가 두 군데 있었는데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었다. 유수지가 너무 커서 놀랐다.


맨발 걷기 길

더 좋았던 것은 맨발 걷기 길이 있었다. 아마 깨끗한 걸 보니 새로 만든 것 같다. 할머니 몇 분이 신발을 벗고 맨발 걷기를 하시는 것을 보니 그렇게 좋아 보일 수 없었다. 건강하셔서 친구들과 숲길 산책도 하시고 맨발 걷기를 할 수 있으니 그저 부러울 뿐이다. 친정엄마가 계셨다면 모시고 와서 함께 맨발 걷기도 했을 텐데 아쉽다.


"다음에 올 땐 우리도 수건과 물티슈를 챙겨 와서 맨발 걷기도 해 봐요."


남편과 이야기하며 맨발 걷기 끝 지점에 도착해 보니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있었다. 물기 닦을 수건만 있어도 될 것 같았다. 맨발 걷기 장인데 신발을 신고 걸어서 왠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걷다 보니 3.5킬로 미터 지점까지 왔다. 중간에 쉬지 않고 걷으니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왕복 7킬로미터가 넘으니 왕복하는 데는 2시간이 더 걸린다. 유수지 생태연못이 어리연으로 덮여있었다. 가장자리에 노랑꽃창포피어있었고 수련도 보였다. 연못을 한 바퀴 돌고 정자에 앉아서 쉬었다. 백련사에도 올라가 전망대에서 바다를 보면 좋을 텐데 남편이 무릎이 아파서 가지 못했다.


남편이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찾아보니 없었다. 사실 나도 가고 싶었다. 1.5킬로 지점에 있었는데 지나치고 한 군데 또 있었는데 잠겨 있었다. 연못 있는 쪽에 화장실이 하나 더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는 수 없이 서둘러서 돌아갔다. 건강 백년길 산책길을 걷다가 화장실을 만나면 꼭 들르길 바란다.


오늘 숲길을 걸으며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돌아가는 길에 보니 넓은 잔디 광장 나무 그늘에 텐트를 치고 있는 모습도 보였다. 돗자리를 펴고 가족과 쉬는 모습은  참 한가로워 보인다. 숲 속에 체험할 수 있는 유아 체험원도 있었다. 아이들 데리고 와서 잔디밭에서 뛰어놀게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난가을에 다섯 살 쌍둥이 손자를 데리고 왔었는데 다리 아프다고 해서 입구 1.5킬로미터 지점에서 간식만 먹고 돌아간 적이 있었다. 다음에는 킥보드라도 챙겨서 잔디 광장까지 꼭 데리고 와봐야겠다.



사실 오늘 건강백년길에 온 이유는 혹시 아카시아꽃이 피었을지 몰라서 왔는데 아직 피지 않아서 못 보았다. 조금 아쉬웠으나 초록의 숲길을 걸었으니 오길 잘했다. 5월 초라서 남쪽에서 피기 시작했으니 여기도 조금 지나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아카시아 나무는 많지 않았다.


건강백년길을 걸으며 운동해서 좋았고, 깨끗한 공기 마시니 머리도 상쾌한 것 같았다. 오늘 몸 건강, 마음 건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 신록이 우거진 상쾌한 숲길이 너무 좋아서 남편과 5월 6일 대체 휴일에도 다시 오자고 했다. 그때는 수건챙겨 서 맨발 걷기도 꼭 해봐야겠다. 4월에 꽃구경 실컷 했으니 5월에는 숲길 걸으며 또 다른 봄을 느껴봐야겠다.




5월 1일(수)이 근로자의 날이라 복지관 수업이 없어서 남편과 건강 백년길에 다녀왔어요. 녹음이 우거져 싱그러움 그 자체였어요. 연재글을 건너뛸 수 없어서 건강해야 슬기로운 노인복지관 생활을 잘할 수 있기에 발행해 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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