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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Jun 01. 2024

김기택 시인님의 시로 시작하는 6월 첫날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를 필사하며


계절의 여왕 5월이 화려하게 물러났다. 가정의 달이기도 해서 대부분 바쁘게 지냈을 거다. 바쁘다 보니 5월은 다른 달보다 빨리 지나간 느낌이다. 요즘 장미꽃이 화려하지만, 꽃보다 신록이 아름답다. 꽃보다 잎이 예뻐 보이면 나이 든 거라고 한다.


마음은 아직 청춘이나 숫자로 보면 60 대니 나이 든 것 맞다. 나이 들어 좋은 것은 욕심이 없어졌다는 거다. 물건 욕심도, 옷 욕심도, 음식 욕심도 줄어들었다. 요즈음 안 입는 옷이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덜어내는 일이 일과가 되었다. 지난번 아름다운 가게에 옷을 보내고 다시 덜어낸 옷이 큰 상자 가득이다.


나이 들무슨 일이든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하게 되는 여유도 생긴다. 이해 못 할 일도 없고 고집부릴 일도 없다. 요즘 마음이 편하다. 예전에 통영에 갔을 때 방문했던 박경리 문학관에서 읽었던 박경리 작가님의 시 '옛날의 그 집'이 생각난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나이 든다고 아쉬워하거나 슬퍼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이대로가 좋다.


6월에는 김기택 시인님의 시를 필사해 보았다. 김기택 시인은 1957년 생으로 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 문예창작학과 교수이다. 198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하셨다.


시를 읽으며 오랜만에 만나는 이웃집 오빠도 나를 이렇게 생각했을 것 같다. 소녀 때 보고 삼십 년이 지나 40대 아줌마가 되었을 때 보면 딱 이 느낌일 거다. 참 이상하게 목소리는 변하지 않는다. 코로나 때 마스크 쓰고 오랜만에 결혼식장에서 만난 분들이 순간 생각이 나지 않았는데 말하는 순간 목소리로 알아차렸던 기억이 난다. 김기택 시인님도 얼굴은 아줌마로 변해서 낯설었는데 웃는 모습에서 소녀를 기억해 냈다. 시를 읽으면 꼭 아줌마가 되었던 40대 내 이야기 같다.


팔사 노트
아줌마가 된 소녀를 위하여
                                                 
                                              김기택

마흔이 넘는 그녀는
아직도 나를 오빠라고 부른다
오빠, 옛날하고 똑같다!
오빠, 신문에서 봤어
오빠, 시집도 읽었어. 두 권이나!
얼굴은 낯설었으나 웃음은 낯익었다
그녀는 웃을 때마다 중년의 얼굴에서
옛날에 보았던 소녀가 뛰어나왔다

작고 어리던 네가
다리 사이에 털이 나고 브래지어도 차는
크고 슬픈 몸이 되었구나
네 가녀린 몸을 찢고
엄마보다 큰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나왔구나
긴 세월은 남편이 되고 아이들도 되어
네 몸에 단단히 들러붙어
마음껏 진을 빼고 할퀴고 헝클어뜨려 놓는구나

삼십여 년 전의 얼굴을 채 익히기도 전에
엄마와 아내를 찾는 식구들이 쳐들어오자
소녀는 얼른 웃음을 거두고
오빠, 갈게
손 흔들며 맑게 웃을 때 잠깐 보이던 소녀는
돌아서자마자 수다를 떨며
다 큰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퍼부으며
다시 흔한 아줌마가 되었다

                 -김기택 시집 《소》 중


6월에는 내 생일도 있고 작은 며느리 생일도 있어서 기다려진다. 1주일 차이라 대부분 한정식집에서 함께 식사한다. 서로 용돈을 주고 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다. 올해는 아직 약속을 하지 않아서 곧 며느리와 통화하고 식사 날짜를 잡아야겠다.

6월에도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안전하게 보내길 기도한다.



6월이 지나면 올해의 절반이 지나갑니다.

6월에는 브런치 작가님 모두 상반기에 계획하신 일 모두 이루시고 하반기 새로운 계획 세우시며 행복하게 보내세요.


드디어 제 책이 온라인 서점 알라딘, 예스 24시, 교보 문고, 북센 등에 입점되었어요. 요즘 도서를 쿠팡이나 지마켓에서도 구입이 가능하니 참 편리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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