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잠이 많다. 요즘 자는 시간이 늦다 보니 아침에 늦잠을 자곤 한다. 숲 속 캠핑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동생들과 늦도록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6시도 안되었다. 새소리를 들으며 잠에서 깨니 여기가 숲 속이란 것이 실감이 되었다.
미라클 모닝이 유행할 때도 하지 못했고,새벽 예배도 잠 때문에 가지 못하는데 오늘은 새벽에 일어나도 피곤하지 않았다. 브런치 스토리에 발행할 글을 마무리하고 캠핑장 주변을 한 바퀴돌았다.캠핑장이 생각보다 넓었다. 도시와떨어진 곳이고 옆에 계곡과 등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서 주말에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을까 싶다.
9시경에 어제 올라가지 못했던 앞산 등산을 시작했다. 사촌 동생과 제부그리고 남동생과 네 명이 출발했다. 생각보다 등산로가 가팔랐다. 제부는 아예 맨발로 걸었다. 늘 맨발 걷기를 한다고 했다. 중간보다 조금 더 올라갔는데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눈앞이 흐려지면서온몸에서 기운이 빠져서 주저앉았다. 쉬었다가 가자고 하며 바위에 앉아서 심호흡을 하고 나니 조금 안정이 되었다. 갑자기 빠르게 걸어서 몸에 무리가 온 것 같다며 올라오지 말고 앉아서 쉬고 있으라고 했다.
세 사람은 올라가고 나는 앉아서 쉬었더니 진정이 되는 듯하며 천천히 다시 올라갔다. 중간에 쉬며 천천히 오르다 보니 풍차가 있는 정상까지 오를 수 있었다. 그늘에 앉아서 쉬다가 천천히 내려왔다. 갑자기 무리해서 등산하는 것이 참 위험한 일임을 경험한 날이다. 평소에 운동이 부족했음도 반성했다.
점심은 야외에서 바비큐로 먹었다. 등산하며 따온 산나물과 텃밭에서 딴 호박잎을 쪄서 함께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거기다가 제부 지인이 제주도에서 보내준 갈치로 조림까지 해서 먹으니 다른 반찬이 필요 없었다. 과식을 할 수밖에 없다.
풍차, 국수나무, 분홍 아카시아, 생강나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인지, 점심을 많이 먹어서인 지 졸려서 잠시 달콤한 낮잠을 자고 4시경에 이효석 문학관으로 출발했다. 봉평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이효석 선생님의 '메밀꽃 필 무렵'을 생각한다.강릉 내려가는 길에 들르면 된다.
차를 타고 가다 보니 길 옆에는 노란 금계국과 흰색 마가렛이 만발하여 무척 예뻤다. 강원도라 감자밭에는 흰색 감자꽃이 피어 있었고, 고랭지 배추밭에는 스프링클러가 돌아가며 자동으로 물을 주고 있었다. 가는 곳마다 아카시아꽃이 피어서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었다.강원도는 확실히 계절이 늦게 가는 것 같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문학관 쪽으로 올라가는데마침 입구에 9월에나 볼 수 있다는 메밀꽃이 피어있었다. 반가워서 사진을 찍고 매표소 쪽으로 올라갔다. 입장료가 2,000원인데 6월에는 '여행 많이 하는 달'이라고 무료입장이었다. 휴일이라서 그런지 제법 관람객이 많았다.
이효석 문학관으로 올라가는 길은 나무 전지도 잘 되었고, 깔끔하게 관리되어 있었다. 중간중간에 사진 찍기 좋은 곳도 있어서 남편이 사진을 찍어 주었다. 문학관은 그리 크지 않았는데 주변이 넓어서 여유가 느껴졌다.
가산 이효석 선생님 문학관에는 다른 문학관처럼 선생님 일대기와 저술한 책, 집필방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쓱 보며 지나갔을 텐데 지금은 작가란 이름으로 살고 있어서 전시물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읽어보며 관람했다. 그 시절 문학인처럼 이효석 선생님도 36세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점이 참 안타까웠다.
끝방에는 메밀에 대한 다양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었다. 메밀의 효능을 비롯해서 메밀 농사, 메밀로 만들 수 있는 요리, 메밀 제품 등이 전시되어 있고,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도서도 비치되어 있었다.
문학관 입구에는 메밀국숫집이 많았다. 나는 메밀국수를 좋아해서 먹고 가자고 했더니, 남편은 배가 고프지 않다며 어둡기 전에 얼른 출발해서 강릉에 가서 먹자고 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냥 출발했다.
오랜만에 온 친정집은 별일이 없었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마당에 풀이 수북이 자라 있어서 그것만 뽑으면 될 것 같다. 걸레를 빨아서 바닥을 닦고 짐 정리를 하고 나니 그리운 친정에 온 것이 실감 났다. 친정엄마가 계시지 않은 친정집이지만, 그래도 친정집은 늘 편하다. 지내는 동안 손 볼 곳이 있는지 살피고 잘 지내다가 올라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