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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래 Aug 25. 2024

케냐 오실리기에서 만난 마사이 소녀 엔카코

(3일 차) 후원할 네 살 여자아이도 만났다


케냐에서 두 밤을 자고 삼 일째다. 아침과 저녁은 호텔 식당에서 먹었다. 아침에는 호텔 뷔페인데 과일과 빵, 커피 그리고 달걀프라이, 소시지구이, 채소볶음과 고기볶음 정도로 아주 소박한 뷔페다. 그래도 아침식사로 충분했다.


출국하며 각자 가지고 간 햇반과 즉석 국, 컵라면, 누룽지, 김 등을 꺼내 놓으니 오는 전날까지 먹었다. 아침저녁 식사 때마다 세팅해 놓고 식성에 맞게 각자 골라서 먹었다.


한국에서 접이식 포트도 사가지고 갔는데 호텔 식당에서 햇반도 데워주고 물도 끓여주어 사용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져왔다. 다음에 여행 갈 때 사용해야겠다.


우리가 각자 가지고 간 즉석식품
접이식 포트로 햇반이 쏙 들어간다

저녁에도 피자나 치킨, 샐러드 등을 조금만 시키고 즉석식품으로 식사를 하였다. 그래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고 적당히 먹으니 좋았다. 점심에는 음식 재료를 준비해서 가지고 가서 마사이족 여인들이 음식을 만들어 마을 전체가 모여 식사를 하였다.


우리가 갑자기 안 먹던 음식을 먹으면 탈이 날 수 있다고 먹지 못하게 해서 맛만 보았다. 우리는 월드비전 코디가 준비해 간 샌드위치와 과일로 점심을 대신했다.


오늘은 여덟 살 소녀 가장 엔카코를 만나는 날이다. 엄마는 한쪽 다리에 장애가 있고, 쌍둥이 남동생은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서 걷지도 못하고 말도 못 한다. 엔카코가 이웃집 염소를 돌봐주고 염소젖과 음식을 얻어와서 먹는다고 했다.


식수로 사용되는 물
 물통 날라주기

하루에 두 번씩 5㎞ 이상 떨어져 있는 물웅덩이에 가서 물을 길어오면 하루가 다 간다. 물 길어오는 곳이 계곡이라 언덕도 있어서 정말 힘들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이곳은 가뭄에도 늘 물이 있다고 한다. 웅덩이에는 개구리밥 같은 녹색 풀이 덮여 있어서 풀을 걷어내며 물을 물통에 담았다.


우리도 물을 떠보았는데 물에서 냄새도 고약하게 났는데 그 물을 그냥 먹는다고 했다. 건기다 보니 계곡이 모두 말라서 물을 뜰 곳이 몇 군데 없었다. 사람도 먹고 동물도 함께 먹을 수밖에 없다.



당나귀가 있는 집은 당나귀를 데리고 와서 물도 먹이고 물통에 물을 떠서 당나귀에 싣고 가는데, 엔카코는 물통을 굴려서 언덕을 올라간다고 한다. 오늘은 우리가 물을 떠서 한 통씩 들어다 주었다.


엔카코가 학교에 가고 싶어 하지만, 물 길어 나르고 염소 돌보느라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했다. 오늘은 우리가 물을 길어다 주어서 목사님이 데리고 학교에 갔다. 학교가 집에서 꽤 멀어서 차로 함께 이동했다.


교회와 학교, 교실
화장실과 세면대

산 위에 교회가 있고 월드비전에서 지어준 학교가 있었다. 이곳이 교회 부지였는데 학교를 지으라고 땅을 내주었다고 한다. 학교 크기에 비해 운동장이 넓어서 좋았다. 2021년에 지어진 학교로 화장실도 있었고 세면대도 설치되어 있었으나 물은 나오지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니 한쪽에서 엄마들이 음식을 만들고 있었다. 울긋불긋 마사이족의 화려한 의상이 눈에 띄었다. 오늘 모인 사람은 학생들까지 100여 명은 되었다. 지금은 이곳도 방학인데 오늘 마사이족이 아이들과 어른이 모두 모였다.


놀이 시간

교실에서 공부하던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나이별로 모여서 재미있게 놀이를 하였다. 놀이 모습이 어릴 때 우리가 했던 놀이와 비슷했다. 수건 돌리기 하는 아이들과 함께 놀았는데 동심으로 돌아가 즐거운 시간이었다.


음식이 완성되어 아이들을 부르고 엄마들이 음식을 배식했는데, 가장 어린아이들부터 차례로 배식을 하였다.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다음은 남자들에게 나눠주고 마지막에 엄마들이 먹었다. 음식도 적당하게 담아서 모자라지 않도록 잘 나눠주었다.


마사이 여인들의 축하 의식

식사 후에 마사이 여인들이 우리를 환영해 준다고 해서 기대했다. 뿔처럼 생긴 악기 소리에 맞추어 노래 부르고 손뼉으로 장단을 고 춤을 추었다. 흥이 오르자 우리도 함께 나가서 춤추며 즐겼다. TV에서 보았던 마사이 여인들의 전통춤을 볼 수 있었다.


축구공으로 즐거운 아이들

장로님들은 가지고 온 축구공을 가지고 아이들과 놀아주었다. 축구공 하나로 정말 신나게 논다. 간이 골대도 만들고 골키퍼도 제법 진지하다. 장로님들이 연세도 있으신데 아이들과 뛰어다니시느라 조금 힘드셨을 것 같다.


후원할 네 살 아이들과 엄마들

드디어 후원할 아이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번에 함께 가신 장로님 두 분과 나와 권사님이 한 명씩 후원할 아이를 만났다. 여자아이 두 명과 남자아이 두 명이었는데 권사 두 명은 여자아이를, 장로님 두 분은 남자아이를 후원하게 되었다. 네 명 모두 네 살로 엄마도 함께 만났다.


어려서 남녀 구별은 치마와 바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막대를 잡고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다. 안아주니 무척 쑥스러워했다. 그래도 잠깐이지만, 함께 노래 부르고 게임도 하며 어색함을 달랬다. 직접 아이를 만나고 와서 앞으로 후원하게 되어 더 의미가 있어 감사하다. 아이가 클 때까지 오래도록 후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후원할 아이 이름은 라피테이다. 잊어버릴까 봐 카톡에 바로 메모해 두었다. 입고 온 원피스가 박음질이 터져 있어서 애처로웠다. 가능하다고 하면 크리스마스 선물로 원피스 몇 벌을 사서 보내주고 싶다.


오늘은 정말 케냐에 잘 왔다고 생각하였다. 여행으로 왔다면 몇 군데 유명한 곳에 가서 사진 찍고 식당에 가서 음식을 먹는 정도였겠지만, 월드비전과 함께 한 구호 활동이라 마사이 사람들도 만나서 함께 즐기는 행운을 얻었다. TV에서만 보았던 그들의 마을도 방문하고 함께 음식도 만들고 춤도 췄다. 이번 여행은 잊지 못할 것 같다.


이곳에 수도가 들어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엔카코에게 목사님이 물 실어 나르는 당나귀를 사주고 싶어 하셨다. 이번 선교 활동으로 엔카코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앤카코 꿈도 선생님이라고 하니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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