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엔 집에서 모이지 않고 손주들을 위해 키즈 풀빌라에 갑니다
올 추석은 유난히 길다. 10월 10일 금요일에 하루만 연차를 내면 열흘 동안 쉴 수 있다. 많은 학교에서도 10월 10일을 학교재량휴업일로 운영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인 쌍둥이 손자 학교도 10일이 학교재량휴업일이라서 열흘이나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고 좋아했다. 이 긴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까 모두 고민이었을 거다. 이번 추석 연휴에 해외여행 떠나는 분도 245만 명으로 최대로 많다고 하고, 국내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도 많을 거다. 우리 가족도 8월부터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의논했다.
요즘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 분도 많아졌다. 최근 발표된 한 자료에 따르면,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64.8%라고 한다. 우리 집도 아들 둘이 결혼한 후부터는 추석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며느리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직장 다니는 며느리가 추석 연휴에 친정에 다녀올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이기도 하다.
나는 결혼 후에는 추석이나 설 명절에는 차례 지내느라 친정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다. 외며느리라서 그 많은 명절 음식을 혼자 준비하느라 녹초가 되었다. 그땐 대형 마트가 없어서 재래시장에 다니면서 명절 전에 며칠씩 걸려 장 보는 것도 힘들었다. 명절이 끝나면 출근까지 해야 해서 명절이 다가오는 것이 싫었다. 명절이 다가오면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명절 증후군이란 말이 생겼다. 우리 며느리들에게는 명절증후군을 남겨주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작은아들이 먼저 결혼했고 큰아들이 나중에 결혼했다. 며느리도 친정에서는 보고 싶은 자식이다. 그동안은 추석날에는 친정에 먼저 다녀오라고 했고, 내가 몇 가지 음식을 만들어서 추석 저녁에 모여 함께 식사했다. 모둠전은 반찬 가게에서 사고 나물, 갈비찜 등 몇 가지 음식만 간단하게 만들었다.
며늘아, 이번 추석에도 친정 먼저 다녀오렴
손자들이 크면서 2년 전부터는 추석에 두 아들네와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갔다. 손자가 세 명인데 세 살 손자와 일곱 살 쌍둥이 손자다. 손자들이 어리니 돌아다니는 여행은 어렵다. 올 추석 연휴에도 가까운 경기도권에 있는 키즈 풀빌라에 가서 쉬다 오기로 했다. 자식들에게 부담을 덜어주려고 예약한 숙소 비용은 내가 내기로 했다. 추석날에는 며느리는 아들과 손자와 함께 친정에 갔다가 추석 저녁에 모이기로 했다. 손자들 세 명 모두 물놀이를 좋아한다.
키즈 풀빌라에서 손자들이 물놀이하는 동안 남편과 나는 쉬거나 근처를 산책하려고 한다. 집에 돌아오는 날에는 가평에 있는 예쁜 정원인 ‘아침고요수목원’에 들러서 다양한 식물을 보려고 한다. '아침고요수목원'은 연중무휴로 추석 및 연휴 기간에도 정상 운영된다. 요즘 들국화 전시회와 전통놀이 한마당도 운영한다고 하니 손자들에게도 민속놀이 체험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다.
여행 기간 동안 점심은 음식점에 예약해서 사 먹고 저녁은 숙소에서 먹는다. 명절 음식은 장만하지 않는다. 그냥 간단하게 저녁에 먹을 고기류와 쌈 채소를 준비해 간다. 장은 작은 며느리와 아들이 간단하게 보고 김치류는 내가 챙겨간다. 큰며느리는 친정이 순창이라서 거리가 멀어서 오면서 생수와 음료수 정도만 사 오라고 했다. 추석날 오후에 우리는 가까이 사는 작은아들네와 한 차로 가고 큰아들네는 순창에서 올라오는데 길이 많이 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추석 음식 대신 준비한 누룽지와 호박죽
나는 아침에 간단히 먹을 누룽지를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 누룽지를 사서도 먹어 보았지만, 찬밥으로 만든 노릇노릇한 수제 누룽지는 고소하고 꼬독꼬독 씹히는 맛이 좋아서 늘 만드는데 며느리들도 좋아한다. 이번에도 프라이팬에 세 판이나 만들어서 이틀 동안 먹을 수 있을 거다. 라면 좋아하는 남자들은 라면을 먹거나 빵과 커피를 먹으면 되니 이 정도면 아침 식사로 충분할 거다.
이번에는 손자들을 위해 호박죽도 쑤어 보았다. 친구가 전원주택에 살며 텃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매년 땅콩을 주문해서 먹는데 올해는 땅콩을 보내주면서 예쁘게 생긴 늙은 호박을 보내왔다. 친구 마음이 고마워서 보내준 늙은 호박으로 호박죽을 쑤어 여행 갈 때 조금 가져가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다. 호박죽을 쑤어 본 적이 없다. 조리법이야 찾으면 되니 추석 여행 떠나기 전날에 호박죽을 쑤었다. 처음 쑤어 본 호박죽이었는데 남편이 맛있다고 했다. 손자들이 잘 먹었으면 좋겠다.
친구가 보내준 땅콩 껍질을 벗긴 후 햇빛에 널어서 말렸다. 햇땅콩도 노릇노릇하게 볶았다. 땅콩은 전자레인지에서 3분 정도 수분을 날려주고 전기 레인지에서 6~7 정도의 온도에서 12~3분 정도 볶아주면 껍질도 잘 벗겨지고 고소하다. 볶은 땅콩도 통에 담아서 준비했다. 땅콩이 노릇노릇 맛있게 볶아졌다. 숙소에서 손자들이 물놀이하는 동안 심심풀이로 땅콩을 간식으로 먹으려고 한다.
만든 수제 누룽지와 호박죽, 김치류, 땅콩을 싸서 놓았으니 여행 준비 완료다. 이제 추석날 오후에 떠나면 된다. 숙소인 가평까지는 평소라면 2시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인데 명절이라 3시간 정도 예정한다. 거기서 2박 3일 동안 보내고 올라갈 예정이다. 손자들과 즐거운 2박 3일 되길 기대한다.
집집마다 명절 쇠는 방법이 다르다. 집에서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어도 행복하면 되고, 부모님 산소에서 만나 부모님을 회상하며 가족이 만나도 좋다. 요즘은 형제들이 음식을 한두 가지씩 만들어와서 먹는 집도 있고, 그것도 번거롭다고 추석날 점심에 음식점에 모여 함께 식사하는 집도 있다.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고, 우리처럼 국내여행을 가는 집도 있다. 형편이 모두 다르니 형편에 맞게 보내면 된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만나서 반갑고 행복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추석 연휴 여행 준비하는 동안 정말 행복했다. 명절 음식을 장만하지 않으니 여유가 느껴지고 쉴 수 있는 추석 연휴가 더 기다려졌다. 이번 추석 연휴가 자식들과 만나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양쪽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안 계시기에 지금 함께하는 아들 며느리들과 손자가 참 귀하다. 추석 명절이 부담되고 힘든 날이 아니라 가족과 만나는 반갑고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란다.
*가족 여행 중이라 댓글창은 닫았습니다.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6월 말에 출간한 책입니다. 전자책으로도 읽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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