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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은 제가 쏠게요...이 한 마디에 모두 울컥

늦게 결혼한 딸, 손주는 기대 안 했는데 할머니가 된다는 지인

by 유미래

주말에 쌍둥이 손자를 돌보고 있다. 벌써 7년이 넘었다. 주말에 손자들이 오면 한두 번은 아파트에 있는 놀이터에 간다. 우리 아파트지어진 지 25년 정도 되었는데 젊은 사람보다 나이 든 사람이 많이 살아서인지 아이들이 많지 않다. 놀이터에도 아이들이 별로 없어 쌍둥이 손자는 놀이터에서 좋아하는 그네를 늘 기다리지 않고 탈 수 있다.


텅 비어 있는 아파트 놀이터

지난주에도 놀이터에 갔는데 나무 의자에 앉아 계시던 60, 70대쯤 보이는 분이 쌍둥이 손자를 보고 말씀하셨다.


"쌍둥이인가 보네. 정말 귀엽네요. 키우기 힘드셨겠어요."

"네, 어릴 때는 키우기 힘들었는데 한 번에 키우니 좋은 점도 있어요."

"우리 며느리도 얼른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마음대로 안 되네요."


하시며 아들이 결혼한 지 5년 정도 되었는데 아직 아기가 없다고 하셨다. 말을 들으며 모르는 분이지만, 며느리가 어서 아기를 낳아 우리처럼 손주 데리고 놀이터에 올 수 있기를 빌었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국가다. 정부에서 다양한 출산 정책을 발표하지만 출산율이 크게 올라가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는 단순히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현상만이 아니라, 사회·경제·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문제라고 한다.


오늘 점심은 제가 게요


6070 모임이 있다. 보통 석 달에 한 번 정도 모인다. 여섯 명인데 모임을 시작한 지 15년 정도 되었다. 모두 교직에 있었고, 교감과 교장을 같은 시기에 하였기에 늘 마음이 잘 통한다. 지금은 모두 퇴직했는데 지금 유지하고 있는 모임 중에서 가장 편한 모임이다. 퇴직 후에 불편한 모임은 모두 탈퇴하고 나가지 않는데 이 모임은 만날 날이 늘 기다려진다. 만나서 밥 먹고 차 마시며 수다만 떠는데도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즐겁다.

모임 사람 여섯 명 중 유일하게 손주가 없는 박 선생님의 딸이 2년 전에 결혼하였다. 결혼 안 하고 혼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산다고 하더니 지금의 사위를 소개팅으로 만나고 마음이 맞았는지 결혼하겠다고 했단다. 딸이 결혼하게 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결혼한다고 해서 부모로서 정말 기뻤다고 했다. 그때 딸 나이가 30대 후반이었고, 사위도 마흔 살이 넘었다.


딸과 사위가 결혼하며 딩크족(정상적인 부부 생활을 영위하면서 의도적으로 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 Double Income No Kids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은 아니지만, 둘 다 나이가 있어서 아기가 생기면 낳고, 안 생기면 둘이 그냥 즐겁게 살자고 약속했단다. 엄마도 딸과 사위 말을 존중하며 2년 동안 한 번도 아기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고 했다.


올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여름에 딸에게 함께 피서 가자고 했더니 몸이 안 좋아서 못 간다고 해서 어디가 많이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이 되어서 딸네 집에 쫓아갔다고 했다. 주말이라 쉬고 있던 딸이 깜짝 놀라며 엄마에게 왜 오셨냐고 물었다.


"어디 많이 아프니?"

"아휴, 엄마 괜찮아요. 사실 좀 더 확실해지면 말씀드리려고 했는데요."

"무슨 일이야?"

"사실 저 임신한 것 같아요. 늦은 나이라 조심하느라 아직 말씀 안 드렸어요. 죄송해요"


박 선생님은 자기도 모르게 딸을 안아주며 울었다고 했다. 듣는 우리도 가슴이 뭉클해졌다. 딸이 늦은 나이에 결혼했기에 손주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내년에 할머니가 된다며 좋아했다. 그것도 자연 임신이란다. 함께 식사하던 우리도 모두 미래의 할머니를 축하해 주었다.


"오늘 점심은 제가 쏠게요."


그 말에 박 선생님이 얼마나 기쁜지 우리 모두 짐작하기에 기쁜 마음으로 식사하였다. 이런 점심은 모두 자주 얻어먹고 싶다고 했다. 요즘 대부분 모임에서 식사비는 1/n로 나누어서 내는데 우리 모임은 회비로 내고 있다. 회비가 떨어지면 조금씩 걷어서 쓰고 떨어지면 또 걷는다. 식사하고 카페에 갔는데 두 번째 손주를 볼 거라며 깜짝 발표하신 할머니가 차는 사셨다. 오늘은 모임에 경사가 겹쳐서 점심도 차도 대접받았다.


임신 소식을 들으면 내 일처럼 기뻐 내가 하는 일


나와 같은 교회에 다니는 친한 분이 있다. 작년에 둘째 딸 결혼식에 가서 축하해 주었었는데 얼마 전에 둘째 딸이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주말에 딸과 사위가 온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어떻게 축하해 드릴까 생각하다가 카카오톡 선물하기로 케이크를 보내드렸다. 요즘 선물도 직접 물건을 사지 않아도 온라인으로 할 수 있으니 참 편리한 세상이다.

지인 딸 결혼식에서 조카가 타고 화동으로 입장한 자동차


우리 집은 아들만 둘인데 손자가 셋이다. 작은아들이 먼저 결혼하여 쌍둥이 손자를 낳았고, 큰아들도 결혼하고 아들을 출산하였다. 첫 손자인 쌍둥이 손자를 처음 보던 날 그날의 감동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저절로 눈가가 촉촉해지고 가슴이 뭉클하다. 쌍둥이 손자가 태어난 후에 나도 정말 기뻐서 모임에 나가 밥을 여러 번 샀던 기억이 난다. 손주는 돈을 써도 예쁜 존재다.


쌍둥이 손자 태어나던 날

주변에서 임신이나 출산 소식이 들리면 왜 그리 기쁜지 모르겠다. 가족 일처럼 기쁘다.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아기를 보아도 자꾸 눈이 간다. 임신한 지인 딸과 며느리가 임신 기간 내내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다가, 아이와 산모 모두 건강하게 출산하길 기도한다.


이제 올해도 두 달 반 정도 남았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세월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에서 청년들, 신혼부부, 육아에 직접 참여하는 분들의 의견을 직접 수렴하여 정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육아정책을 만들어 결혼도 많이 하고, 우리나라 출산율이 올라가길 기대해 본다. 남은 연말에도, 2026년 새해에도 주변에서 자녀 결혼 소식도, 임신과 출산 소식도 많이 들리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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