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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글이 뭐가 틀렸는지 깨닫게 되는 책

(서평) 이주윤 작가의 신작 <이상한 문장 그만 쓰는 법>을 읽고

by 유미래
나는 아무리 퇴고를 많이 해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한다. 10년 동안 글을 썼는데 여전히 그렇다.
-무라카미 하루키


'퇴고는 하면 할수록 좋은 글이 된다'는 말은 글 쓰는 사람이라면 많이 들어본 이야기이고, 모두 경험한 일일 거다. 나도 6월에 <주말마다 손주 육아하는 할머니>를 출간하면서 좋은 책을 만들려고 퇴고에 심혈을 기울였다.


원고를 읽고 또 읽고 수십 번 읽으며 맞춤법 검사하고, 어색한 구절을 수정하고, 더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어휘로 표현하고, 문장 부호를 사용하며 퇴고의 어려움을 경험했다. 이렇게 꼼꼼하게 검토했어도 출간 후에 맞춤법에 어긋나거나 어색한 문장, 잘못된 표현이 발견되어 마음이 심란했다.


이번에 만난 <이상한 문장 그만 쓰는 법>(2025년 11월 출간) 책이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이 책을 내가 출간하기 전에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웠지만, 앞으로도 계속 글 쓰며 살 거라서 이제라도 만난 것이 참 감사하다. 한 문장 한 문장을 새기며 꼼꼼하게 읽었다.


저자인 이주윤 작가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더 좋은 문장을 쓰고 싶은 당신을 위한 필사책> 등 이미 맞춤법, 글쓰기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어린 시절, 책을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국어사전을 펼쳐보는 아이였고,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은 이후에는 사전을 품에 끼고 살았다. 글 쓰며 늘 맞춤법 검사기에만 의존했던 내가 부끄러웠다.


요즘 우리는 술술 읽히는 웹소설, 한눈에 명확히 이해되는 보고서, 신뢰가 절로 가는 협업 메일, 시선을 사로잡는 SNS 섬네일, 이 모든 것의 공통 비결은 다름 아닌 '문장력'이다. 면대면 대화보다 글로 소통하는 것이 익숙한 요즘 문장력은 단순한 표현 능력을 넘어 일과 관계, 소통을 잘하는데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 되고 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은 자신이 쓰는 문장이 어딘가 이상하다고 느끼면서도 어디가 이상한지,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잘 짚어내지 못한다. 이 책은 그런 어른들을 위해 쓰인 책이다. 요즘 브런치 작가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며 꾸준하게 글을 쓰고 있는 나에게도 맞춤 참고서 같은 책이 될 거라 참 귀한 책이다.


그동안 잘못 쓴 문장, 이제 틀린 이유를 알겠다


책 표지(이주윤 글 그림, 빅피시 출판)


좋은 문장은 바른 어휘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1부, 2부로 나누어 설명한다. 1부 '글맛을 살리는 어휘 기술'에서는 정확하고 품격 있는 어휘 사용법을 다룬다. 틀리기 쉬운 조사부터 인종, 성, 약자 차별 어휘까지 폭넓게 다루며, 좋은 문장은 바른 어휘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일깨운다.


특히 그동안 무심하게 사용했던 약자 차별 어휘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게 되었다. '벙어리장갑, 절름발이 정책' 같은 장애 관련 어휘, '처녀작, 미망인' 같은 양성 불평등 어휘, '혼혈아, 블랙리스트'같은 인종 차별 어휘 등 차별과 비하를 담은 표현 대신 모두를 존중하는 포용적인 어휘를 사용해야 함을 알았다.



이 책은 맞춤법 등 문장 비법에 대한 글이지만, 지루하거나 딱딱하지 않다. 잘못된 문장이 잘 쓴 문장이 되는 과정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한다. 저자가 직접 그린 유쾌한 일러스트로 문장 원칙이 머릿속에 오래 남도록 했다. 글마다 원칙을 정리해 주고 연습 문제도 제시해 주어 읽는 사람이 정확하게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출간을 위해 원고를 퇴고하며 나의 문장 쓰기 습관 중 필요 없는 조사, 특히 을(를)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알았다. 책을 읽으며 언제 조사를 붙이고, 빼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저자는 덜어낼수록 좋을 '을(를)'이라고 했다. '을(를)'은 조수 역할을 하는 조사이기에 실수하더라도 의미를 추측하는 데 지장은 없지만, 명확한 문장을 쓰고 싶다면 바르게 사용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원칙은 '무엇을'이나 '누구를'에 해당하는 말에만 '을(를)을 붙여야 한다. 즉 움직임과 관련된 말과 동작이나 상태를 꾸며주는 말에는 붙이지 않는다. 복수를 나타내는 '~들'도 남발하지 않아야 한다.


다음에서 바른 문장을 찾아보자.


1. 우리는 많은 순간들을 함께 했지.
2. 창틀에 먼지들이 쌓였어.
3. 숱한 사연들이 가슴에 쌓였다.
4. 그가 준 모든 선물을 버렸다.
5. 물건들을 상자에 처곡차곡 넣었다.


가장 바른 문장은 4번이다. '~들'은 셀 수 없는 단어에는 붙이지 않고, 복수를 나타내는 말이 이미 쓰였다면 생략한다. 또한 복수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말이 있을 때도 생략한다. '~들'은 복수의 뜻을 꼭 더해야 하는 경우에만 쓰라고 한다. 그동안 나도 문장에서 '~들'을 많이 사용했음을 고백한다.


나는 글쓰기 할 때 가장 어려운 것이 띄어쓰기다. 온라인 맞춤법 검사로 잡아내지만, 띄어쓰기 원칙을 제대로 알면 좀 쉬울 것 같았다. 1부 고급 편에서 띄어쓰기 원칙을 쉽게 설명해 주어 이제 알 것 같다. 이처럼 작가는 딱딱한 설명을 정말 쉽게 알려준다. 마치 일 대 일 과외 선생님이 옆에 앉아서 쉬운 것부터 설명해 주며 이해시키고, 점점 어려운 것까지 다정하게 가르쳐주는 것 같다. 책에서 어려운 맞춤법을 재미있게 설명해 주니 자꾸자꾸 공부를 더 하고 싶은 학생이 된다.


아니, 뭐가 틀렸다는 거야?


2부 '생각을 펼치는 문장 기술'에서는 문장 구조를 정교하게 다루는 법을 다룬다. 주어, 서술어, 목적어가 자기 자리 바르게 호응하는 법부터 확장하여 풍부한 문장 쓰는 법부터 시작해 '말하기'가 아닌 '보여주기'기법으로 표현을 확장하여 풍부한 문장을 쓰는 법을 제시한다.


문장은 읽는 이가 오해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써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같은 문장울 읽고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엄마는 요리하며 노래하는 아들을 바라봤다.'라는 문장은 다소 애매합니다. '엄마가 요리하면서 아들을 노래하는 모습을 바라봤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아들이 요리하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요. 어떤 말이 뒤이어 나오는 말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면 쉼표를 찍어 이 사실을 나타내주세요.
-엄마는, 요리하며 노래하는 아들을 바라봤다.
-<아니~뭐가 틀렸다는 거야???>, p. 173


글쓰기에서 중요한 요소는 첫째도 소통이고 둘째도 소통이다. 독자는 글쓴이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런 사람에게 나의 이야기를 둘려줄 때는 필요한 정보를 세세하게 전달해야 한다. 나와 독자는 서로 초면이니 구체적인 단어를 사용해서 문장을 세세하게 다듬어야 한다.


이 책은 저자의 지난 14년간의 집필 노동으로 터득한 문장 비법을 담고 있다. 맞춤법으로 대단한 사람은 될 수 없겠지만 '특별한 사람'은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맞춤법과 어휘력 책을 써왔다. 한 번쯤 자신이 쓰는 문장이 이상하다고 의심했던 어른을 위한 문장 기술을 총망라해 쓴 책이니 글쓰기에 관심 있으신 분이나 지금 글 쓰기를 하는 분, 출간을 꿈꾸는 분 모두에게 좋은 교과서 같은 책이 될 거라고 믿는다.


시민기자로 활동한 지 2년이 넘었다. 요즘 기사 쓸 때 외래어, 외국어 대신 쉬운 우리말을, 축약어나 신조어 대신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어휘를 쓰려고 노력한다. 더불어 약자 차별 어휘도 삼가고, 조수 역할을 하는 조사와 이음말(접속사)도 남발하지 말며, 맞춤법에 좀 더 신경 써서 기사 읽으시는 분들에게 공감이 되는 좋은 기사 되려고 노력해야 함도 당연하다. 그동안 습관처럼 써 온 말을 별다른 의심 없이 문장으로 옮겼다. 이젠 이상한 문장을 다듬어 더 나은 문장, 바른 문장으로 써야겠다. 나에겐 바른 문장 쓰기 참고서가 있으니까.


차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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