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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 맞은 가방

추억의 물건 7

by 스마일맘

20년 전에 선물로 받았지만 여전히

손에 들고 다니는 앙증맞은 작은 가방이다.

책상 위에 올려두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니, 쪼그만 가방 안에 담긴 수많은 추억들이 한편의 영화처럼 쭈욱~~ 펼쳐진다.


이 가방은 얼마나 귀여운지, 조금 과장하자면 내 얼굴만 하다.

촘촘하게 뜨개질을 해서

그냥 눈으로 보아도 정성이 느껴지는데 가방 앞에 샤넬 로고가 붙어 있어서, 고급 지면서도 아주 귀엽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이 작은 가방에는 추억이 담겨 있다.

그건 바로 권사님에게 받은 사랑과 정성, 그리고 따뜻한 인연의 흔적이다.


내가 20대 시절부터 함께 교회에 다녔던 권사님이신데

나를 유독 예뻐하고 챙겨주셨다.

그 시절 나는 교사인 남편과 함께 세 아들을 키우며 알뜰히 살아야 했다.

정해진 수입 안에서 절약하고 또 절약하는 날들이었기에, 마음 한편에는 늘 여유가 있는 권사님이 부러웠다. 남편 덕분에 풍족한 삶을 사셨고, 음식이며 옷차림까지 늘 우아하셨던 분. 그러면서도

넉넉함을 나눌 줄 아셨던 분이 같은 아파트 옆라인에 사셔서 자주 음식을 나누고, 따뜻한 말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다.


어느 날, 권사님께서 큰아들 이름을 부르면서 가방 하나를 내게 건네셨다.

나를 “효찬아~”라고 부르셨다.

항상 큰아들 이름으로 나를 부르시던 그 애정 어린 호칭이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듯하다.


“효찬아? 이 가방 직접 뜨개질해서 만든 거야 선물 받았는데, 나한테는 너무 작아서 안 어울려

효찬이 엄마가 딱 어울린다.”


단순한 뜨개 가방이 아니라 뭔가 ‘고급스러운 정성’이 느껴졌다.

이걸 저한테 주셔도 돼요? 너무 예뻐요!”

감탄의 말이 절로 나왔다.

그때의 나는 아이처럼 두 손으로 가방을 꼭 끌어안으며 연신 “아이 좋아라!”를 말했던 것 같다

이렇게 해서 누군가가 수고해서 만든 가방이

나에게로 왔다.


권사님은 키가 크고 얼굴 이목구비도 뚜렷하신 분이셨다.

“저렇게 크고 당당하고 돈도 많으면 얼마나 좋을까”난 많이도 부러워했다.

하지만 권사님은 그런 자신의 키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셨다.

그래서였을까, 작고 귀여운 이 가방이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다며 나에게 주셨나 보다.

가방이 하도 귀여워서 권사님이 들어도 분명히 잘 어울렸을 텐데 말이다.


선물 받은 가방은 그 이후로 내 특별한 순간마다 함께했다.

정장을 입을 때, 원피스를 입을 때,

나는 꼭 이 가방을 챙겼다.

해외여행을 갈 때도 트렁크 한편에 꼭 넣어 두었다. 원피스나 정장을 입을 때 손에 들고 다닌다. 내가 봐도 나랑 잘 어울린다.

꼭 필요한 것만 넣으니 덕분에, ‘미니멀한 삶’이 저절로 되었다.

무엇을 넣을지 갈등을 할 필요도 없다. 하도 작아서...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나는 여전히 "귀엽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내 옷이 귀엽고, 신발이 귀엽고, 심지어 표정도 귀엽다고들 한다.

이제는 "예쁘다"라는 말이 더 듣고 싶기도 한데 말이다.

아마 이 가방이 내 옆에 있어, 그 시절의 ‘귀여운 나’를 아직도 품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시간이 많이 흘렀고, 아마 나에게 준 이 작은 가방을 기억하지 못하실 수도 있다.

그래도 괜찮다.

그분이 내게 건넸던 따뜻한 말 한마디, 정성스러운 나눔의 손길, 그리고 이 앙증맞은 가방 하나로

나는 여전히 그 마음을 가득 느끼며 살아가고 있으니까.


오래된 가방 하나가 내게 가르쳐 준 건 단순한 추억이 아니다.

그 사랑을 기억하며 다시 누군가에게 따뜻함을 건네는 것.

사랑은 선순환이 된다는 것을 배우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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