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이야기
캠핑장의 아침은 고요함 속에서 시작되었다. 어젯밤 10시 40분쯤 깊은 잠에 들었는데, 눈을 뜨니 새벽 3시였다. 다시 잠을 청해보려 뒤척였지만, 맑게 깨어난 정신은 좀처럼 잠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침 독서 모임에서 나눌 책을 다 읽지 못한 채 잠든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다. 당장이라도 불을 켜고 책장을 넘기고 싶었지만, 옆에서 곤히 잠든 남편이 깰까 봐 조용히 어둠 속에 누워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새벽 4시가 가까워질 무렵, 기척을 느낀 남편이 몸을 일으켰다. 어젯밤에 텐트 안에서 쪼그리고 불편하게 책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남편은 뚝딱뚝딱 나만을 위한 작은 책상을 만들어주었다. 독서를 했지만 졸려서 다 읽지를 안았다. 오늘 새벽에 마련해 준 책상이 있어서 독서도 마치고 두 타임의 줌 독서 모임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모임을 마치고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밖의 날씨는 냉동고 같았다. 사방이 꽁꽁 얼어붙은 풍경이었지만, 그 너머로 서서히 밝아오는 아침의 모습은 오늘도 나를 설레게 한다. 나는 밝아 오는 아침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캄캄한 적막 속에서 얼마나 간절히 이 아침을 기다려왔던가. 캠핑장에서 나그네가 맞이하는 아침은 내가 온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시간이다. 시원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와 몸속 구석구석을 정화하는 기분을 만끽하며 캠핑장 주변을 가볍게 달렸다.
그때, 이웃 캠핑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가 눈에 들어왔다. 그 따스한 풍경에 다시 한번 마음이 일렁였다. 텐트로 돌아와 남편에게 연기가 나고 있다고 전했다. 새벽 4시부터 장작을 지피고 있을 테니 일찍 오라던 이웃님의 말이 떠올라, 우리는 읽을 책을 챙겨 이웃 캠핑장으로 향했다. 적당한 경사가 있는 오르막길을 오르며 다리에 기분 좋은 힘을 실어보았다.
하우스 안은 이미 훈훈한 열기로 가득했고, 따스함 덕분에 내 마음은 스르르 녹아내렸다. 이른 아침에 세수도 하지 않은 얼굴로 스스럼없이 찾아갈 수 있는 이웃이 있다는 것,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 주어도 어색하지 않았다. 서로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인연은 결코 보통 일이 아니다. 추운 겨울조차 시샘할 만큼 따뜻한 사람. 정이 많고 나눔을 즐기시는 이웃님의 고운 마음씨 덕분에, 우리 부부는 이번 2박 3일 동안 한 번도 우리 난로를 피우지 않고 그곳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귀찮은 내색 하나 없이 음식과 장소를 나누어 준 이웃과의 시간들. 몇 시간 전에 헤어졌는데 2박 3일의 기억은 벌써 아련한 그리움의 색으로 물들어간다. 차가운 겨울바람도 뚫지 못할 든든한 온기를 마음 한편에 가득 채워온 따스한 캠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