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삶은 괜찮다

때가 되매

by 김인순

그래도 삶은 괜찮다는 나의 이유

​코로나가 지나간 자리에 세상은 확연히 다른 모습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가진 자와 없는 자의 격차는 더욱 벌어졌고, 살아가는 풍경도 낯설게 변했다. 낯선 직업도 많이 생겼다. 한창 밖을 누벼야 할 젊은이들은 집 안으로 숨어들고, 오히려 은퇴했을 법한 노년층이 밖으로 나와 일을 하고 있다. 내 주변만 봐도 그렇다. 집에서 쉬는 친구를 찾기 힘들 정도로, 이제는 나이와 상관없이 무엇이든지 하기만 하면 어떻게든 살아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세상은 온통 '유튜브'라는 거대한 바다에 빠진 듯하다. 누구나 유튜버를 꿈꾸고, 화면 속에는 넘쳐나는 먹는 영상, 캠핑 영상들이 가득하다. 세상이 참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음을 실감한다. ​이런 변화의 물결 속에서 우리 가족의 걱정거리가 있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다니다 그만둔 조카였다. 조카는 학교를 그만둔 뒤로 3년 동안이나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명절에 가족들이 모이면 화두는 늘 그 아이였다.

"그래도 고등학교 졸업장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이러다 우울증이라도 오면 큰일이다",


"어떻게든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


라며 저마다 한 마디씩 걱정에 걱정을 보탰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조카 소식을 들었다. 방 안에서 꿈쩍도 않던 조카가 '이모티콘 작가'가 되어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잠든 사이에도 통장에는 '띵동' 하며 돈이 들어오고, 어느덧 그 돈이 1억 원이나 모였다고 했다.

​​우리는 조카가 그저 방 안에서 숨어 있는 줄 알았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을 묵묵히 그리며, 세상 밖으로 나갈 자신만의 다리를 놓았던 것이다. 조카는 누구보다도 스스로 독립하여 잘 살고 있다.

​그 아이를 보며 나는 깨달았다. 세상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고, 그렇기에 누구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이다. 인생에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때'가 있고, 자신이 진짜 해야 할 일을 만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지금 혹시 뒤처진 것 같아 슬퍼하는 이가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당신이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시간에도, 당신의 내면은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을 거라고. 아직 당신의 계절이 오지 않았을 뿐, 당신의 때와 당신의 밀물은 반드시 찾아온다.


​이런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충분히 괜찮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