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칠 때 떠나고 싶은 장소

산은 나를 품어주었다

by 김인순

​어제부터 쉼터에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냈다. 세 아들은 피로가 쌓였는지 먹고 자기를 반복하며 틈만 나면 잠에 빠져들었다. 그 모습을 보니 아이들이 참 많이도 지쳐 있었구나 싶어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아들들이 좋아할 육전과 떡국을 해주려고 소고기를 사서 김치 냉장고에 넣어두었는데, 깜빡하고 가져오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했다.


​​다행히 부산에서 오신 이웃분이 정성껏 끓인 곰탕과 고기와 무김치까지 나눠 주어서 설날 아침 아이들과 함께 떡국을 끓여 먹을 수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이웃은 반가워서 우리 쉼터를 왔다 갔다 하시면서 우리가 오니 너무 좋다고 하신다. 놀다 간지 얼마 안 되었는데 우리 부부를 황토방으로 오라고 한다. 거절하기가 미안해서 남편이랑 같이 갔다.


​아궁이 불에 달궈진 방바닥은 금방이라도 불이 날 듯 뜨거웠지만, 나는 따뜻한 온기를 즐겼다. 이웃과 오랜만에 마주 앉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특히나 함께 오신 김샘의 유쾌한 입담 덕분에 눈가에 주름이 잡힐 만큼 한바탕 크게 웃으며 두 시간 동안 황토방에서 보냈다


​​오늘 오전에는 이웃 세 분, 그리고 남편과 함께 산행을 나섰다. 몸은 지쳐 있었지만 '산에 가자'는 말에 귀가 번쩍 뜨였다. 산을 오르는데 적당한 오르막은 나의 근력에 힘을 주니 힘듦보다는 오히려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니 기분이 좋았다. 계속 산을 오르니 머리는 맑아졌고, 파란 하늘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몸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정상에 올라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부산 언니한테 긴 만대 기를 어깨에 끼우고 스트레칭하는 법을 배우기도 하였다.


​나는 혼자 있을 때보다 사람들과 함께 자연 속에 머물 때 비로소 지친 몸과 마음이 풀리는 듯하다. 명절 연휴 내내 가족들을 챙기느라 손에 상처까지 입고, 가족들 챙긴다고 쉬지 않고 일을 해서 지쳤을 몸인데, 산을 내려오니 오히려 몸은 더 가벼워지고 상쾌해졌다.


​산은 나의 지친 몸과 마음을 싸악 가져가고, 대신 맑은 공기와 기분 좋은 에너지를 선물로 건넸다.


​​산은 그렇게 지친 나를 말없이 꼭 품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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