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얼우다는 말 속에는 책임이 담겨 있다. 그 단어가 1차적으로 뜻한 남녀간의 책임만이 전부는 아니고, 실은 사회 속에서 한 명의 독립된 자아로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는 의미다.
영어 문화권에서는 grown-up이라고 하여 키가, 몸이 커졌다는(up) 신체적인 의미도 함께 담고 있지만 보다 앞서 나오는 단어는 자라다는 의미의 grown이다. 자라났다는 말 속에는 은근한 평가가 들어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까지 왔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보다 자율적인 의사를 중시하는 그들의 말 치고는 타율적인 느낌이 들긴 하지만, 우리는 '사회가 인정하는', '모두가 인정하는' 교합과 책임을 어른이라는 말로 표현하고 있으므로 여전히 우리 쪽의 말이 더욱 성기다. 이처럼 어른이 되는 것은 신체 뿐 아니라 마음에서도 성숙함이 있어야 하는 일이고, 그 마음가짐을 그가 속한 집단이 인정할 때 가능한 것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사람은 엄마 뱃속에서부터 배우기 시작한다(태교!). 실은 그야말로 백지처럼 아무 소프트웨어가 깔리지 않은 상태라는 것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 사회의 공통적인 감정과 행동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나쁜 놈들을 보면 화가 나듯 어떤 일이 내 감정을 만드는 것 같지만 리처드 칼슨은 내가 어떤 감정을 만들지를 결정한 결과라고 한다. 나쁜 놈을 보고 화를 내야겠다는 결단이 더 중심적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어른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감정과 행동결과가 실은 내 것과 달라도 그 차이를 파악하고 이해하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된다.
직접적으로는 우리는 그 기준을 부모님으로부터, 선생님으로부터 배운다. 하지만 애초 배우겠다는, 내가모르거나 고칠 부분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어른이 되기 어렵다. 영어식 사고를 빌리자면 몸은 커졌지만 사고는 자라지 않은 사람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