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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자 서평) 나의 작은 스승들

by 최재혁

내가 교육대학원을 다니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바로 ‘교생실습’ 때였다. 아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교육대학원을 다니는 원생 대부분이 그럴 듯하다.



교생실습은 보통 3학기 아니면 5학기 때 나간다. 대학원 수업을 어느 정도 받고 현장에 나가는 것이라, 들뜬 마음이 들기도 하고 긴 대학원 수업에 지치기도 한다. 사실 난 후자였다.



내가 간 교생실습은 집 근처에 있는 공업고등학교였다. 흔히 공업고등학교 학생을 ‘꼴통’이라 부르는데, 사실 맞다. 학업성취가 무척 낮거나, 학업에 뜻이 없는 학생이 주로 모이는 곳이다.



그렇기에 사고도 자주 일어난다. 교생실습을 시작하며 선생님들이 특강을 해줬는데, 학생을 상대할 때 절대 다가가지 말 것이며, 애들이 싸우는 건 일상이니 당황하지 말고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다.



도대체 교생실습을 막 온 우리들에게 할 말인가 싶었다. 반대로 이 선생님들은 얼마나 시달렸기에 고통스러운 표정을 품고 사는 건가 싶기도 했다.



다행히 4주 간의 교생실습 기간 동안 경찰을 부른 적은 없었다. 다만 이미 학교폭력으로 학생위원회가 열려 부모님을 모시고 온 경우를 봤다. 아이의 잘못으로 온 부모는 말이 없었고, 부모를 오게 한 아이도 말이 없었다. 누구 하나 제대로 사과하진 않았지만, 모두 말이 없었다. 가장 인상적인 기억이다.



도서 ‘나의 작은 스승들’은 어린이집 교사인 박혜민 작가가 인스타그램에 썼던 글과 사진을 토대로 엮은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내 짧은 교생실습 기간이 떠올랐다.



우리 ‘꼴통’ 학생들은 다소 엇나간다. 수업 땐 자고, 점심 시간에 마음대로 학교를 조퇴한다. 등교 시간도 제각각이다. 때론 통제를 크게 엇나가 선생님들과 학생이 서로 고함을 친다.



하지만 이들도 학생이다. 성선설을 믿는 건 아니지만, 꼴통인 학생에게도 선한 마음이 있다. 이들과 대화하며 느꼈다. 단지 어릴 때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몰랐으며, 자신을 한없이 낮추다 보니 방어하기 위한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



안타까웠지만, 이들을 불쌍히 보지 않았다. 다만 ‘한 사람’으로 여겼다. 난 4주의 교생실습 기간 동안 단 한 번도 학생에게 반말하지 않았다. 이들도 사람이다. 사람으로 존중했고, 대화했다.



덕분에 처음에는 서로 표면적인 대화만 하다, 실습 말미에는 깊은 고민도 털어놓을 정도로 가까운 사이가 됐다. 어찌 보면 이 아이들의 마음은 이렇게 쉽게 열릴 것이었는데, 그동안 어른들은 아이들의 마음을 오히려 닫은 게 아닐까?



어른이라고 다 성장한 게 아니다. 어른도 성장해야 한다. 그렇기에 때론, 아니 많은 순간에 어른에게 아이는 ‘작은 스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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