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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인터뷰 2] 나도 떨린다

by 최재혁

1,000명에 가까운 인터뷰를 진행하다 보니, 인터뷰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역시 인터뷰 전문가시네요. 질문이 정말 좋습니다”

“인터뷰가 처음이라 많이 떨렸는데, 리드를 너무 잘해주셔서 결과가 만족스럽습니다”

“인터뷰를 워낙 많이 하시니 배우는 게 많겠어요. 부럽습니다”

“이제 누굴 인터뷰하던 안 떨리시죠?”


앞에 말은 웃으며 감사인사를 표하면 끝이지만, 마지막 말은 가슴에 꽂힌다. 누굴 만나도 안 떨리나?


나도 어느덧 ‘기자’라는 직업으로 먹고 산지 수년이 흘렀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갔나 신기할 정도인데, 기자 초년 시절에는 모든 게 다 새로웠다.


누군가와 인터뷰를 한다는 건, 그 사람과 온전히 1대1로 대화한다는 것이다. 내 질문에 맞춰 상대가 답변하니, 질문의 퀄리티는 당연히 높아야 하고, 상대가 대단한 인물일수록 부담이 커지기 마련이다.


나도 떨린다. 인터뷰 기자라고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인물을 만나면 손과 발이 덜덜 떨린다. 얼굴도 경직된다. 말이 나와야 하는데 자꾸만 머릿속이 어지러워져 질문이 안 떠오른다.


지금까지 인터뷰 중 벌벌 떤 적이 딱 2번이다. 하나는 고봉수 영화감독, 하나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였다.


고봉수 영화감독은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이다. 그의 작품은 다른 영화에서 주지 못하는 감동과 진심을 전달한다. 그와 그의 작품을 이야기할 생각에 몸이 벌벌 떨려 이상한 질문을 했던 기억이 가득하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권한대행이었지만, 대통령을 지낸 인물이었기에 긴장됐다. 그동안 얼마나 뛰어난 기자와 인터뷰를 해봤겠는가? ‘최재혁 기자’라는 사람이 평가받는 자리라는 생각에 부담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몸이 벌벌 떨렸다기 보단, 자꾸 식은땀이 흐르고 열이 뿜어져 안경에 습기가 가득한 정도로 끝났으니 다행인가?

지금은 웬만한 인물과 인터뷰해도 크게 떨리지 않는다. 내가 정말 좋아하더라도, 국가의 최고를 담당하던 사람이어도 다 만나보지 않았는가?


그러니 지금 당장 떨린다면 그 순간을 즐겼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경험이 쌓일수록 당신은 무덤덤한 베테랑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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