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최 기자가 만난 사람 1) 문재인 전 대통령

우연히 퇴임 중인 대통령을 만나다!

by 최재혁


문재인 전 대통령의 퇴임식이 열렸던 2022년 5월 9일. 그의 5년은 시작부터 좌충우돌이었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탄핵된 정부의 다음을 이었고, 세계 정세가 급속도로 흔들린데다 '코로나19'라는 역대급 팬데믹 속에서 나라를 이끌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우리나라 정치 집단이 분단된 만큼 갈라질 것이다. 굳이 나까지 그에 대한 평가를 남기고 싶진 않다.


하여튼 퇴임식이 열렸던 5월 9일, 출장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는 서울역. 웬 경찰들이 수백 명 깔려있길래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었다. 구름이 산뜻하게 떠 있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내 뺨을 스치고 있는 와중, 잘 다려진 정복을 맞춰 입은 경찰은 부조화였다.


경찰모를 한껏 푹 눌러쓴 새파란 경찰에게 상황을 물으려 했지만, 혹여나 그의 엄숙한 상관이 볼세라 피했다. 나와 같은 일반인이 펜스에 매달려 무언가를 기다리길래 물었다.

30842_22437_3534-horz.jpg


"왜 이래요?", "문재인 온대요." 문 전 대통령이 통도사로 내려가는 건 알았지만, 이 타이밍에 서울역을 들른다니. 완전 취잿거리다!

그렇게 30분을 기다렸다. 기다리는 시간이 심심하진 않았다. 극우 유튜버로 보인 한 중년 사내는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켰는지 걸걸한 목소리로 시종일관 문 전 대통령을 욕했다.

수위는 상상을 초월했다. 그의 가족관계를 물으며 외설적인 비난과 농담을 이어갔다. 너무도 원색적인 비난이라 듣고 싶지 않아 귀를 막았지만, 서울역을 장악한 확성기는 내 고막을 웅장하게 메웠다.

마침내 대통령이 등장했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 뒷걸음치며 한 발짝씩 다가갔다. 워낙 인산인해 몰린 탓에 자칫 멀어질 뻔했지만, 내 키는 193cm로 어지간해서 밀리지 않는다.


그렇게 대통령과 마주했고, 오른손을 고무 인간처럼 뻗었다. 문 전 대통령은 나와 눈을 마주쳤다.

아직도 그의 눈을 잊을 수 없다. 방금 세수한 듯 말끔했지만, 깊고 깊은 눈이었다. 약 2초 마주친 정도였지만, 짧은 시간 내에 5년간의 회한과 시원함, 허전함과 아련함이 느껴졌다.


문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자신을 지켜줘서 고마웠다고.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잘 이끌어달라고. 난 그의 지지자가 아니었지만, 그의 따뜻한 진심이 느껴졌다.

5년간의 성과를 제쳐두고라도, 힘찬 대한민국을 위해 힘썼던 이 아니겠는가?

30842_22436_3445-horz.jpg


문 전 대통령의 마지막을 함께 했기에 기쁨이 클 것 같았지만, 극도의 공허감이 찾아왔다.

대한민국을 5년간 통치했지만, 자신이 임명한 검찰총장에게 정권을 빼앗긴 대통령. 임기 초반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지금까지도 놀림거리로 다뤄지는 대통령. 그는 무엇을 위해 대통령을 했던 걸까?

우린 누구나 '성공'을 위해 달려간다. 적당한 목표를 세워 도달할 때까지 멈추지 않는다. 그럼, 목표에 도달하면? 다시 그다음 목표를 세운다. 끝없는 목표 설정 후에 남는 건 허무와 공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목표한 대통령을 지냈지만, 너무도 많은 숙제를 남겼다. 그의 가족과 관계자를 향한 비난은 포함이다.

문 전 대통령은 공정한 대한민국을 위해 힘썼다.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의 못다 한 꿈을 이루기 위한 도전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있나? 아니, 그전에 최선을 다했다고 스스로 다짐할 수 있는가? 문 전 대통령처럼 나를 지지해 주는 이들을 향해 떳떳하게 인사할 수 있을까?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퇴임식을 마친 문 전 대통령의 당당함과 굳센 발걸음.

내가 모든 걸 끝마쳤을 때, 그의 모습처럼 굳건할 수 있을까?

나의 마지막을 그려본다.

keyword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