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은 예전부터 한번 만나고 싶었다. 그가 청년을 상대로 강의할 때부터 시작해, 본격적으로 정치인이 돼서도 참 궁금한 사람이었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말은 어눌하지만, 할 말은 하는 사람. 은근히 고집이 세서 소신을 굽히지 않는 사람. 이것저것 다 들쑤시다 갈피를 못 잡는 사람. 이도 저도 아닌 사람. 안철수 의원에 대한 그동안의 내 생각이다.
하여튼 신기한 사람이다. 이미지로 봤을 땐 이상하고 웃기기도 한 사람인데, 진정성은 있어 보인다.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기회가 없네. 별별 정치인을 다 만나봤지만, 안철수는 타이밍이 안 맞았다.
국가정책발전연구원, 즉 '국발련'이라는 곳에 회원으로 있다. 지금 다니는 언론사에서 만난 어르신인데, 나와 같은 최 씨인 데다, 족보상으로도 가까운 항렬로 알고 있다. 국발련 원장님이라, 그곳에서 열리는 세미나마다 나를 초청하신다.
세미나라고 해봤자, 어르신들끼리 모여 대화하는 정도일 줄 알았다. 그런데 장소부터 국회인 데다가, 총리실 이인자인 국무조정실장이 직접 강의하러 왔다. 아, 대단한 세미나구나. 그렇게 세미나에 참석하는데, 이번엔 안철수 의원이 강사로 온다더라. 기회다! 당장 참석을 소리쳤다.
안철수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 방향'에 대해서 강의했다. 그가 대통령 인수위원장 당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3가지와 과학, 외교 등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의제를 읊었다.
약 40분간 진행된 세미나에서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안철수, 강의 진짜 잘한다'는 생각이었다. 막힘없는 멘트와 적재적소에 날려주는 유머러스한 농담. 객석을 장악하는 분위기까지 '명교수'였던 그의 발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 수 있었다.
세미나가 끝난 후 기자로서 질문했다. 벌써 6개월가량 지났기에 자세한 기억은 안 나지만 "미·중 무역전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심화하며 동북아 정세가 점점 어려워지는데, 어떻게 돌파할 생각인지"라고 물었다.
한낱 국회의원에 불과한 그에게 거센 질문일 수 있지만,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에게 꼭 질문해야 할 내용이었다.
안철수는 질문에 방긋 웃으며 화답했다.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줘서 고맙다"라고 입을 열더니 "미국과 일본엔 동맹이라는 굳건한 의지를 보여줘야 하고, 중국은 가장 큰 무역 시장인 만큼 경제적 안정을 안겨줘야 한다"고 답했다.
러시아 등과 유럽을 포함해 외교 정책에 대해 "시간이 부족해 자세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우리가 손해 보지 않도록 영리한 꾀를 사용하며 상대가 원하는 걸 들어주는 게 올바른 외교"라고 견해를 밝혔다.
세미나가 끝난 후, 안철수 의원과 사진 촬영에 돌입했다. 본격적으로 포토타임이 시작되자 사람들이 벌떼같이 모였다. 마치 한정판 에르메스 가방이 단 하나 남은 걸 포착하자 달려드는 사람들과 같다고 할까? 어떻게든 안 의원 옆에 서는 모습이 매우 끔찍했다.
다행히 안철수는 30분 동안 포토타임을 가졌다. 그의 보좌관이 자꾸 "의원님, 가셔야 합니다"라고 재촉했지만, 그는 들은 체도 안 하고 서 있었다. 웃긴 건 위에 포즈를 30분 내내 유지했다. 우리는 마네킹을 세워놓고 기념사진을 찍은 게 아닐까.
우리가 생각하는 안철수는 말 못 하고, 어벙 거리는 '정치와 먼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달변가였으며, 자신의 사상이 뚜렷한 어른이었다. 한낱 텔레비전에 나온 모습만 보고 얼마나 간사한 판단을 내렸던 것일까? 우린 너무 쉽게 오판을 저지른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우린 쉽사리 선입견을 갖고, 확신에 빠진다.
사람을 얼굴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나도 안철수와 같은 달변가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