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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기자가 만난 사람 3) 이명박 전 대통령

정말 우연히, 우연하게 만난 대통령

by 최재혁


살다 보면 가끔 길 지나가다 유명인을 만나게 된다. 특히, 강남 혹은 여의도에 가면 우연히 마주칠 때가 상당히 많다. 길거리는 아니지만, 정말 유명한 인물에게 꾸중을 들은 적 있다. 그는 누구일까?

고3, 난 학교 밖으로 나갔다. 한창 공부할 때인데도 불구하고, 펜을 잡기보단 밖에 나가서 새로운 경험을 쌓았다.


내가 날라리인 건 아니고, 수시에 합격했으니, 학교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공고의 특성상 취업 박람회와 기계 관련 전시회에 자주 참석했다. 물론 학교에서 시켰다.


햇볕이 뜨겁게 반짝이던 날, 영문도 모른 채 한 취업 박람회에 끌려갔다. 이날도 어김없이 30분 정도 구경하다 친구들과 PC방에 갈 생각이었다. 어차피 대학에 붙은 마당에 업계 소식은 들어서 무엇하겠는가? 단지 학교를 빠질 맞춤 구색일 뿐이다.


이날따라 이상하게 느낌이 좋지 않았다. 본래 취업 박람회는 무척 한산하다. 그런데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적이더니, 입장할 때마다 검정색 수트를 빼입은 사람이 검문검색을 펼쳤다. 그들은 영화 맨인블랙에 나오는 윌 스미스처럼 생겼다.


순간 뇌리를 스쳤다. '아, 영화 찍나 보다.' 친구에게 "지나가다 나한테 반해서 배우로 캐스팅되는 거 아냐?"라는 망언을 내뱉었다. 친구는 머리를 갸우뚱하며 "영화는 무슨. 테러 일어난 거 아냐?"라며 미간을 찌푸렸다.

가만 보니 박람회장은 살인 현장처럼 분위기가 무겁고 불필요하게 시끄러웠다. 게다가 윌 스미스는 방문자의 모든 소지품을 검사했다. 비행기 탑승장에서 볼 수 있는 육중한 검색대도 준비됐다. 검색대 앞에선 우리는 도살장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돼지와 같았다.


두려움이 온몸을 지배하는 와중, 궁금함이 더욱 컸던지 간신히 입을 열었다. 윌 스미스 뺨치는 멋진 남성에게 "왜 이래요?"라고 억울하듯 물었다. 윌 스미스는 깊은 선글라스의 눈으로 나를 돌아보며 검지를 입에 댔다. "비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겨우 검색대를 빠져나온 두 학생은 가쁜 숨을 돌렸다. 하지만 걱정도 잠시, 고3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가동됐다. 우리는 윌 스미스의 방문과 검색의 이유를 고민했다. 그러나 19살의 추리는 셜록의 발끝도 못 따라갔다.


그렇게 별생각 없이 박람회를 돌던 중, 내 뒤편에서 거대한 웅성거림이 들렸다. 마침 지루하던 참에 잘됐다 싶어 고개를 돌렸다. 아차, 윌 스미스 같은 사람들이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내가 뭘 잘못한 걸까. 친구와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윌 스미스들을 쳐다봤다.


마침내 윌 스미스가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가 주먹을 뻗으면 내 광대에 닿을 거리였다. 두려움에 자리를 피하려고 했더니, 윌 스미스들 사이에서 환한 빛이 비쳤다. 이날 뜨겁게 나를 비추던 햇빛처럼 말이다.

대머리였다. 그것도 잘 벗겨진 대머리. 하지만 머리를 제외하곤 무척 잘생겼다. 마치 모델과 같은 정장 차림에, 뽀얀 아기 피부를 지닌 그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었다. 입이 떡 벌어졌다. TV에 나온 사람을 눈앞에서 영접한 게 난생처음이었다.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다. 이명박을 보자마자 난 숨었다. 왜 그랬을까? 부끄러움과 수줍음이 가득했나 보다.

하여튼 꽁무니 빠지게 도망간 나는 가쁜 숨을 돌리며 뒤를 돌아봤다. 이명박이 힘찬 발걸음으로 나를 향해 걸어왔다. '아, 피할 수 없구나.' 도저히 피할 곳이 없다는 판단에 바로 앞 부스에 몸을 숨겼다.

사람들은 이명박과 마주할 때마다 손을 내밀었다. 환한 표정의 이명박은 그들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아, 유명인과 만나면 손을 내밀어야 하구나.' 잠시 생각하던 와중 이명박과 윌 스미스들은 내 코앞까지 다가왔다. 어떻게 할지 자신감을 얻은 나는 확신에 차, 뛰쳐나갔다.


내가 등장하자, 등산 중 만난 멧돼지처럼 이명박과 윌 스미스들이 흠칫 놀랐다. 그럴만한 게, 내 키는 190에 몸무게도 육덕지다. 윌 스미스들은 허리춤으로 손을 넣고, 이명박은 잠깐 갸우뚱하더니 "넌 왜 숨어있어? 뭐 하다 거기서 나와?"라고 꾸짖으며 너털웃음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무척 긴장한 탓에 그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단지 앞에서 보고 배운 것처럼 난 오른손을 신속히 내밀었다. 이명박은 익숙하게 내 손을 맞잡았다.


드디어 닿은 그와 나, 무척 신비로웠다. 이명박, 그의 손은 평생 일 한 번 안 한 것처럼 포근했다. 게다가 손을 꽉 쥐는 악력은 단숨에 사과를 깨뜨릴 정도로 단단했다. 더군다나 가까이서 보니 이명박의 피부는 형광등 100개를 켠 듯 너무나 밝았다.


잠깐의 핸드 스윙이 지나자, 이명박과 윌 스미스들은 사라졌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지금도 난 이명박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느끼고 있다. 왜일까? 그에게 풍기는 따뜻한 분위기와 맞잡은 두 손은 포근했다.

역시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한가 보다.


* 만나고서 느낀 세 줄 포인트


내 인생 첫 유명인과의 만남이 현직 대통령이라니...

나라를 뒤흔든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에너지가 있다.

그의 에너지를 아직 잊지 못해, 나 또한 성공을 위해 살아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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