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는 있었지만, 팀은 없어졌다
프리랜서로 한 번 일을 시작하면
한동안은 프리랜서로 쭉 일하게 되는 것 같다.
우선 페이가 달라지고 (많아지고),
인맥이 생겨 비슷한 프로젝트를 담당하게 되기 때문이다.
나도 이러한 면들 때문에 이후로도
몇몇 프로젝트에 프리랜서로 투입되어 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 불안정에 대한 불안감은 늘 있었다.
중간중간 채용공고도 찾아보았다.
그러던 중 한 회사 공고의 주소가 눈에 확 들어왔다.
우리 집이 00번지라면 회사주소는 같은 동네 01번지였다.
회사의 규모도 크고 우리 집은 완전히 주택가라
이 동네에 회사가 있다고? 싶었다.
주소를 알고 지도를 봐도 어딘지 감이 안왔다.
저녁을 먹고 산책 겸 집 앞을 자세히 보니
바로 길 건너에 회사 간판이 작게 있는 것이 보였다.
자주 다니던 길에 진짜 회사가 있었다.
길 건너 직장이라니!
면접 가는 것도 부담 없고,
혹시 근무를 하게 되더라도
출퇴근은 물론이거니와
잘하면 점심도 집에서 먹을 수 있겠고,
야근을 해도 부담이 없을 것 같았다.
밑져야 본전이라면 이런 것이다 싶어서 바로 지원했다.
회사에서도 바로 연락이 와 채용되었다.
이번에 근무하는 곳은 정규직 포지션이었다.
이미 서비스 기획팀이 있는 곳이었는데,
기존 기획자들은 기획 경험이 없는
회사 각 부서에서 자원하여 팀을 옮긴 기획자들이었다.
운영하던 서비스가 커지다 보니
기획팀 신규 충원이 필요하던 차에
내가 조인한 것이었다.
서비스 기획은 많은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서비스 기획도 여러 분야가 있어서
JD 만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기획'을 다 파악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럴 땐 면접에서 나도 회사를 알아보는 방식으로 파악하거나,
일단 들어가서 일을 새롭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가서 익혀야 한다.
이 회사의 경우에는 일단 들어가서 일을 배우고,
주어지는 상황에 따라 회사와 직무를 맞춰가야 했다.
회사도 그것을 원했다.
서비스 기획팀을 꾸려 서비스를 런칭은 했는데,
그 뒤로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MVP로 만들어진 앱을 어떻게 리뉴얼해야 할지,
나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했다.
회사는 고객 간 거래 (C2C) 플랫폼을
웹과 앱으로 서비스하고 있었다.
아직 디벨롭은 많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인하우스 개발팀이 있었고,
마케팅이나 영업팀 등 자원이 훌륭했다.
하지만 별도의 운영팀이 없다는 것이 단점이었다.
기획팀에서는 기획과 함께 운영까지 해야 하는데
운영과 마케팅, 영업에 대한 경계가 명확하지 않았다.
결국 기획팀의 롤이 점점 더 커져갔다.
프로모션 아이디어가 있으면 기획이 UI에 이를 반영하고,
반영에 필요한 개발 요청사항들을 요청해야 한다.
기획대로 개발이 완료되면 마케팅과 영업에 이를 알려
프로모션 하는 방식으로 처음에는 업무가 흘러갔다.
하지만 운영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 모든 것을 기획이 담당하게 되었다.
프로모션대로 UI를 기획하고,
개발팀에 요청사항을 전달하고,
QA를 거쳐 배포를 하고 나면,
마케팅 안도 직접 짜고,
디자인은 외주를 맡겼다.
매일 방문자와 실적 등을 보고하기도 했는데,
방문자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자 기획팀이 이를 고민하게 됐다.
자연스레 UIUX에 대한 기획롤은 점점 줄고
마케팅과 프로모션에만 집중하게 됐다.
한 번은 방문자와 실적이 갑자기 늘어났다.
내가 기획한 출석 룰렛 이벤트가 바이럴을 타면서
우리가 예상했던 참여자보다 8배가 더 유입되었다.
이벤트는 매일 방문자가 들어와 룰렛을 돌리면
최대 100원 정도를 주는 이벤트였는데,
당시 더모아 카드와 연결이 되면서
100원을 받아 6,000원 이상되는 상품을 구매하면
매일 최대 999원이 남게 되었다.
매일 실적에 대한 고민을 했기 때문에
결과가 나타나면 회사가 좋아할 줄 알았다.
그렇지만 100원이 1만 명한테만 가도 얼만데,
8만 명 이상의 인원들이 받아가 마이너스가 되었다며
4일 만에 이벤트를 조기 종료해야만 했다.
100원은 무시할 게 못됐다.
고객들의 항의는 빗발쳤고,
약속한 기간까지 이벤트를 오픈하라 협박했다.
이 사실까지 바이럴을 타면서
방문자 수와 거래실적은 더 오르고 있었다.
100원이 문제가 아니라
신규 회원, 방문자 수, 거래 금액이 는 것이 중요하고 생각했다.
바이럴을 타기 위해 들여야 하는 비용을 생각하면,
인플루언서 섭외, 광고 진행 등 더 많은 돈이 드는 것이 현실이기도 했다.
한 편, 이때 TV광고도 진행하고 있었는데
광고사에서 요구한 금액이 2-30억이었다.
나는 2-30억을 들여 TV광고를 하느니
자연스레 바이럴을 탄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회사의 생각은 달랐고 이벤트는 종료되었다.
그 뒤에도 방문자 수, 실적 등의 고민은 계속 이어졌다.
그러나 한 번 '100원의 난'을 겪은 사용자들은
이를 학습하며 플랫폼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
고객의 소리를 듣기 위해 오픈한 고객센터는
포인트 이벤트에 대한 내용 밖에 없었다.
몇 개월이 흐른 후 회사는 실적 저조로 인해 서비스를 종료했다.
그때 이 이벤트를 조기 종료한 것에 대해 사실 잘못된 결정이라고 했다.
그 기회를 잡았어야 했다고 했다.
이 때는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 이기도 했다.
전사가 일부만 재택근무를 하다가 심해지자
전체 재택근무로 전환이 되었다.
재택근무는 좋았는데 실적이 안 난다는 것이 문제였다.
계속 오르던 신규 가입자 수와 실 사용자 수,
거래 금액과 수수료가 더 이상 상승을 멈추었다.
모두가 어려웠던 때,
회사는 서비스 종료 여부를 검토하고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얼굴을 보지도 못하고 해체를 직면했다.
기획자들은 마케팅 부서나
원래 있던 부서로 흩어졌지만
신규 입사자였던 내가 갈 곳은 없었다.
재택근무였기 때문에 시간은 있었다.
상사와 전화면담 후 새로운 회사를 찾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