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시절인연

4. 사랑

by 민달팽이

시절인연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인연이 맞아 일이 잘 풀리더라도 어느 때부터 잘 풀리지 않거나, 마음이 맞던 사람과 자꾸만 엇나가게 되면 그 때가 바로 인연이 다한 시기라고 한다.

사람을 좋아하고, 정이 유독 많게 태어난 나는 이 말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초등학교 3학년때 친구와 종종 만나고,

6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랑도 만날 만큼,

지나간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사랑은 인생에 참 많은 것을 가져와 준다.

별것도 아닌 것에 깔깔 거리며 웃게 해주고,

지나가다 본 물건에 “아, 그 사람이 참 좋아할텐데”라며
언제 만날지도 모르는 그들을 위해 사서 쟁여 놓기도 한다.

가끔은 너무 힘들 때,

그들에게 전화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조금은 다시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가끔, 더 이상 그 사람과 나 사이에 나눌 것이 사라질 때가 찾아온다.

너무나 달라진 우리는, 결국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낯설어지곤 한다.


연을 다한 인연을 놓지 않겠다고 꼭 쥐고 있었던 때가 있었다.

속으로는 소용 없다는 걸 알면서도 꼭 쥐고 어떻게든 지켜나가겠다고 외쳤다.


그때는 이어나가지 않은 관계는 의미가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들이 내 곁에 평생 없다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부질없는 후회를 했다.


하지만 그런 인연들이 점점 많이 쌓일 수록 어쩌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내 주변에 지금 없더라도,

그들이 나에게 선사해준 기억들은 그대로 있다.


그들과 서로 사랑했고,

덕분에 내가 얼마나 사랑 받을 수 있는 사람인지 깨달았다.

그들은 내가 너무나 힘들 때 나를 지탱해주는 기둥이 되어주었고,

즐거움이 마음을 채우다 못해 넘칠 때 나와 함께 뛰어주는 사람이 되어주었다.


그들이 더 이상 내 곁에 있지 않는다해도 괜찮다.

그들 덕분에 나는 사랑을 하는 법을 배웠다.

그래서 또 다시 사랑을 이야기 해주고 싶은 사람들을 만났을 때,

나는 이제 어떻게 나의 마음을 나눠줘야 할지 안다.


그들이 나의 인생에서 떠나갈 때 아플 걸 걱정하느라

시작도 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몰랐을 사랑이다.

이제는 안다, 만약 그들이 내 인생에서 점점 멀어진다면 그들이 떠나갈 수 있도록 비켜주는 것이

아름답게 관계를 마무리하는 것이라는 걸 말이다.


나는 여전히 떠나간 사람들을 종종 그리워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과 함께한 시간마저 후회하지 않는다.

그들이 남겨 준 기억 덕에 나는 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 그리움을 품고 산다는 건, 어쩌면 가장 큰 행운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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