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두번째 가족

4. 사랑

by 민달팽이

평생 다른 삶을 살아온 40명이 같이 사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나도 기숙사 생활을 하기 전까지는 그랬으니 말이다.


40명이 함께 살면 참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난다.

저녁을 먹는 급식실이 너무 시끄러워 친구의 애플워치에서 청력을 위해서 소음이 적은 곳으로 이동하라는 알람이 뜬다던가,

따스한 물이 끊겨 모두 다 목욕을 하지 못해 냄새를 폴폴 풍기며 학교를 다닌다든가,

난방이 되지 않아 패딩까지 5겹을 입고 자야 한다던가.

그런 이상한 일들을 겪을 때는 불편함에 지칠 때가 많았다.


하지만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간들이 있다.

저녁을 먹고 날씨가 좋은 날은 노을을 보며,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은 비를 피해 서둘러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 귤을 손에 하나씩 들고,

TV로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튼다.


종종 저녁 디저트가 남을 때면 기숙사 선생님이 급식실에서 가져오시곤 했는데,

“아, 이거 먹으면 진짜 살찔텐데”

“야, 먹어 먹어. 공부하면 칼로리 탄데”

라는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며 한 입을 먹고 행복해했다.


가끔 살다가 그런 순간들이 떠올라 픽 웃음이 날 때가 있다.

기숙사 급식실에서 자주 만들어주시던 크럼블을 오늘 친구들과 만들었다.

만드는 도중에도

“내 기숙사에서는 크럼블을 너무 적게 줘서 싫었어.

내 친구 생일날, 애플 크럼블에 크럼블을 잔~뜩 달라고 했더니 엄청 많이 주셨었는데”

나의 기숙사 생활을 모르는 내 친구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을 말들을 중얼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나의 고등학교 기숙사 2년은 그런 시간이었다.

맨날 평화롭지는 못했고, 시끌벅적했지만,

어이없이도 웃겼다.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꾸미고 함께 캐롤을 부르며 거실이 노래방이 되곤 했다.

눈이 오면 모두가 뛰어나가 눈사람을 만들었고,

기숙사 선생님이 배달음식을 시켜주는 날이면, 모두가 거실에 모여 배달차를 기다렸다.


우리는 그렇게 꼭 친하지는 않더라도 서로의 세세한 습관까지도 알고 있는 사이가 되었다.

그들은 나의 두번째 가족이다.


가족을 떠나 타국으로 온 40명의 아이들이 모였다는 것은,

서로가 얼마나 외로운지 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에게 곁을 내주었다.

서로의 최악의 날에도 옆을 지켰고,

울음이 많아지는 날에는 휴지를 손에 쥐어주었으며,

웃음이 많은 날에는 배가 찢어지도록 아플 때까지 함께 웃었다.

아마 앞으로 평생 겪기 어려울 것 같은 정이었다.


기숙사를 떠나는 날,

기숙사 선생님은 우리를 택시에 마지막으로 태우시며 울었고,

우리의 공항 버스에서는 서로를 언제 다시 볼지 모른다는 걸 알기에

울지 않으려고 애쓰며 추억을 회상했다.


지금은 여러 나라로 흩어져 각자의 길을 걷고 있지만,

그들이 내 곁에 머물렀던 시간은 집 없는 민달팽이 같던 나에게 따뜻한 두번째 집이 되어주었다.


그들이 나에게 좋은 사람이었던 것처럼,

그들 또한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빈틈없이 행복하길 바란다.

그런 소원을 빌 수 있는 사람들이 내 인생에 있다는 건, 참 큰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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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