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샅바로 씨름을 하는 일본

장인정신을 악용하는 일본

by 쿨파스

일본에서 자주 강조되는 ‘장인정신’이라는 개념은 얼핏 들으면 고도의 기술력과 깊은 철학을 바탕으로 한 고귀한 정신처럼 느껴지지만, 실제 현장에서 경험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일본 기업에서는 체계적인 IT 시스템이나 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부재한 경우가 많았고, 그런 상황 속에서 업무가 돌아가는 이유는 한두 명의 유능한 직원이 엑셀 매크로 같은 도구를 활용해 자체적으로 만든 비공식적인 툴 덕분인 경우가 많았다. 이 툴은 정식 시스템도 아니고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유지 관리되는 것도 아니며, 단지 특정 사원의 능력에 의존한 일종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도구 없이는 업무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현장에서는 필수적인 수단이 되어 있었다. 나 역시 일본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하던 중, 이러한 도구를 직접 만들어서 억지로나마 프로젝트를 완수했던 경험이 여러 번 있다.


이런 사람들은 "엑셀 장인" "매크로 장인" 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모든 것이 시스템화되지 않은 채 비효율적인 환경 속에서도 몇몇 뛰어난 개인이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해내고, 그것이 곧 회사 전체의 품질이나 신뢰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조직이 개인의 헌신과 희생에 기대어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며,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는 구조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이런 형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일본의 대단한 장인정신’이라는 말로 포장하곤 한다.


이와 비슷한 인상을 주는 또 하나의 개념이 바로 도쿄 올림픽 유치 홍보에도 사용된 ‘오모테나시’라는 말이다. 겉으로는 일본 특유의 정성스러운 환대를 뜻하는 말이지만, 실상은 구체적인 정의나 행동 기준이 없는 애매한 수사에 불과하다. 예전에 캐나다의 렉서스 딜러에서 근무하는 중국계 직원이 일본에서 연수를 받던 중, 오모테나시라는 말을 들었다고 하는데, 그는 그 단어 자체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오토메나시?", "오테마니시?" 등으로 헷갈려 하며 기억해내려 애쓰고 있었다. 단순한 외국인의 언어 실수라기보다는, 오히려 오모테나시라는 개념이 모호하고, 실체 없이 감성적인 어휘에 불과하다는 한 예다.


모노즈쿠리나 오모테나시, 심지어 카이젠 같은 말들은 실제 기준이나 시스템 없이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일본어를 전면에 내세워 일본은 특별하다’는 감성적 자기암시의 도구에 불과하며, 이를 외부 세계에 전달하려 할 때는 오히려 전달력이 떨어지고, 때로는 이해를 방해하는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추상적인 가치들을 정말로 글로벌 기준으로 인정받고자 한다면, 그 정신을 구체적인 실행 기준과 제도, 매뉴얼, 그리고 행동 규범으로 전환하는 노력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물론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끌고, 정밀 기계·전자 산업을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세계적인 과학 기술 발전에 기여한 이른바 ‘장인’들이 실제로 존재했으며, 그들은 때때로 노벨상이라는 형태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도 했다. 이를 부정할 수는 없다. 일본이 자랑하는 초정밀 생산기술, 세계에 수출된 각종 전자부품과 고기능 소재, 산업용 로보트 등에는 그런 실력자들의 집념과 창의성이 분명히 존재했다. 하지만 정말로 일본 사회가 그 장인들을 존중하고 마땅한 보상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일본은 그들의 업적을 사회 전체의 ‘국가 브랜드’로 적극 활용하고, 외국인 앞에서는 ‘일본 스고이’의 상징처럼 내세우지만, 정작 그 장인들이 생전에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를 살펴보면, 많은 경우 안타깝고 모순된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청색 LED를 발명한 나카무라 슈지 박사다. 그는 세계적으로 반도체 조명과 디스플레이 산업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킨 ‘청색 발광 다이오드’를 개발함으로써 인류의 삶에 거대한 영향을 끼쳤고, 결국 그 업적으로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그러나 그가 일본의 한 중견 기업에서 이 발명을 이뤄냈을 당시, 회사로부터 받은 보상은 고작 수만 엔에 불과했다. 이 발명은 회사의 특허로 등록되었고, 그 수익은 회사의 몫으로 돌아갔으며, 발명자인 그는 정작 업계 내에서는 철저히 소외되고 홀대받았다. 결국 그는 미국으로 건너가 활약하게 되었고, 일본에서는 그를 질시하거나, ‘회사를 배신한 자’로 여기는 시선마저 있었다. 청색 LED는 일본이 세계에 내세울 수 있는 가장 상징적인 과학기술 성과 중 하나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발명자를 보호하고 존중하는 문화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일본 사회가 보여주는 ‘장인정신’에 대한 찬사는 실제로는 그들의 피와 땀을 착취하거나, 이용 가능한 브랜드 자산으로 활용한 후에는 정작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존중이나 제도적 보호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결국 ‘他人のふんどしで相撲をとる (남의 샅바로 씨름을 하다)’ – 남이 만든 업적을 마치 자기 것이냐 자랑하면서도 (같은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슬쩍 집어넣어 일본인은 대단하다고 자화자찬) 정작 그 ‘샅바’를 만든 장인을 홀대하는 구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일본 사회는 겉으로는 조용한 미덕, 집요한 기술력, 그리고 희생적인 노동에 대한 미화를 일삼지만, 그 이면에서는 시스템화되지 않은 무책임한 문화가 뿌리 깊게 존재한다. 진정한 장인정신은 감성적 수사나 전통의 미명 속에서만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구체적인 보상 시스템, 법적 권리 보호, 공정한 평가 제도를 통해 현실 속에서 구현되어야 하며, 그럴 때에야 비로소 ‘모노즈쿠리’와 ‘장인정신’이라는 말이 실질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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