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로 까다로운 요리법 찾기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처음 해보는 요리도 인터넷에서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하면 대체로 괜찮은 결과가 나오고, 외식 비용이 비싼 캐나다에서는 절약도 된다. 그런데 레시피를 찾아볼 때마다 한 가지 느끼는 것이 있다. 언어와 문화가 다르면 레시피조차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영어권, 일본어권, 한국어권—셋 다 장단점이 있지만 공통점도 있다. 같은 요리에 대한 레시피는 많지만, “이거다” 싶은 딱 맞는 조리법을 찾기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영어로 요리법을 검색하면 먼저 피로감이 밀려온다. 조리법 하나를 보기 위해 끝없는 스크롤의 늪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블로그는 요리 자체보다 필자의 추억, 가족 이야기, 음식에 얽힌 감상으로 가득하다. “이 레시피는 외할머니가 처음 만들어준 것이고…”, “가족이 모이면 꼭 이 요리를 만든다” 같은 문장이 몇 페이지를 차지한다. 이 와중에 광고 배너까지 끼어들면, 정작 재료와 순서를 찾기까지 시간이 꽤 걸린다.
이런 감성 마케팅만큼이나 낯선 것은 재료 선정이다. 단순히 ‘소금’이면 될 것을 Kosher salt, sea salt flakes, Himalayan pink salt 같은 이름을 붙이고, 간장도 그냥 soy sauce가 아니라 tamari soy sauce, low-sodium soy sauce 같은 명칭이 등장한다. 일본에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타마리 간장’을 직접 사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런 걸 보고 따라 하려는 외국인은 마트에 가서 타마리 간장을 찾다가 없으면 요리를 포기할지도 모른다.
또 하나 당황스러웠던 건 영국 등에서 자주 보이는 ‘katsu curry’라는 표현이다. 원래는 돈가스를 얹은 일본식 카레를 뜻하는데, 정작 돈가스가 들어있지 않아도 그냥 카레에 ‘katsu curry’라고 이름 붙이는 경우가 많다. 영어권에서는 외국어 한두 단어만 붙여도 음식이 뭔가 있어 보이고 정통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체는 종종 허술하다.
비슷한 사례로 일본 마트에서 본 ‘순두부찌개’ 레시피가 기억난다. 정작 순두부는 쓰지 않고 일반 두부를 사용하는데도 굳이 ‘순두부’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본의 기누고시 두부는 한국보다 훨씬 부드러워서 식감상 큰 차이는 없지만, ‘순두부’라는 단어가 일본인에게 더 이국적이고 맛있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영어권 요리 사이트에서 본 “김치를 담글 때 iodized salt를 써도 되는가”라는 질문도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iodized salt(요오드 첨가 소금)라는 개념을 잘 모르고, 마트에서 판매되는 소금도 대부분 무첨가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인은 김,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를 많이 먹기 때문에 따로 요오드를 소금으로 보충할 필요가 없다. 반면 서구권에서는 갑상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의무적으로 아이오딘을 첨가한 소금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다행히 김치 담글 때는 어떤 소금을 써도 맛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질문 하나만 봐도 음식은 단순한 조리법이 아니라 문화적 배경과 식습관까지 반영된 복합적인 정보임을 느끼게 된다.
일본어로 레시피를 검색하면 대부분 ‘쿡패드’가 가장 먼저 나온다. 사용자들이 자유롭게 올리는 요리 공유 사이트로, 같은 요리명으로도 수십 개의 다른 레시피가 있다. 문제는 인기 레시피는 유료라는 점이다. 된장국 하나만 검색해도 ‘된장 없이 만드는 된장국’, ‘냉장고 재료로 5분 만에’ 같은 요리법이 섞여 있어 초보자에게는 혼란스럽다.
그래서 나는 어느 순간부터는 아지노모토, 미쓰칸 등 식품회사나 잡지사가 제공하는 공식 레시피만 참고하게 되었다. 상업적이긴 하지만 그만큼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다.
한국어 레시피는 대체로 간결하고 명확하다. ‘백종원 레시피’가 유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문제는 중요한 정보가 종종 빠져 있다는 것이다. 간장 2큰술, 고춧가루 1큰술 같은 조미료 양은 나와 있어도, 정작 국물 요리에 들어가는 물의 양은 생략되거나 ‘적당히’라고만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경험 있는 사람은 감으로 하지만, 초보자에게는 막막하다.
또 하나는 재료 수급의 문제다. 매실청, 올리고당 등은 한국에서는 흔하지만 외국에서는 구하기 어렵고 대체품도 애매하다. 오이소박이 레시피에 매실청을 넣으라고 하면, 외국인은 어디서 구하라는 건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내가 어릴 적 할머니가 만들어주던 오이소박이에 매실청 같은 건 들어가지 않았다. 요즘 레시피는 오히려 과잉 정보일 수도 있다.
중국 요리나 태국 요리처럼 영어로 검색할 수밖에 없는 요리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많은 레시피가 서양인 입맛에 맞춰 변형되어 있어서, 가능한 한 오리지널에 가까운 요리법을 찾으려고 애쓴다. 이건 거의 ‘감’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게 노력해서 완성한 요리가 상상했던 맛 그대로일 때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