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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

by 전 소

이성의 쇠사슬이

불타오르던 열정을 꺼뜨리고


시인의 손에 쥔 펜은

재로 부서졌고

거울 속 시든 신도들은

그 장미꽃의 울음을

아직 기억할까


한때 향기로 가득했던 정원은

달빛 아래서도

백골을 드러낸다


나는 머뭇거리는 발걸음을 옮기며

두 손 빈 채

미래의 그 고요한 흰 탑으로 향한다


저 멀리 산이

밤빛 속에서

그 희미한 그림자를 가리지 않게 하라


늦다, 늦다


머나먼 연인을 바라보니

그 아름다운 진달래꽃은

이미 잘려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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