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꽝
나이가 들어서일까, 이렇게 나무와 정면으로 부딪힌 건 난생 처음이다. 이마와 코가 그대로 ‘꽝’ 하고 박혔다. 예견치 못한 충격은 예상보다 훨씬 큰 아픔을 데려온다.
일단, 너무 아프다.
이단, 화가 난다.
삼단, 상처가 걱정된다.
사단, 이런 사단이 났다.
오단, 내가 아프면 안 된다.
잠깐 코를 붙잡고 서 있는데, 흐르는 게 눈물인지 코피인지… 아니면 그냥 콧물이길 바랄 뿐이다. 코가 점점 부어오르고 통증도 가까이 달려든다. 가까운 종합병원을 찾아 응급실을 향하는데, 이마와 코를 동시에 부딪친 탓인지 머리가 어지럽다. 방향을 잡고 걸었는데 병원이 보이지 않는다. 정신이 없어서 길을 잘못 든 건가? 병원 근처를 이리저리 맴도는 느낌만 돈다.
시간이 좀 흐르고 다시 코를 만져본다. 뼈는…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결국 병원을 찾지 못한 채 지하철 입구가 눈앞에 나타났다. 병원은 내일 가보기로 하고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향한다.
이마와 코 상태를 확인하려고 사진을 찍어 아들에게 보내 물어보니, 부어 있긴 하지만 크게 이상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데 잠시 후 아들에게 전화가 온다. 걱정됐는지 지하철까지 마중을 나왔단다. 든든하고 고맙다.
내 코… 내 코… 괜찮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