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일상의 소중함

by 피노

두 달간의 자유시간이 생겼다.

예전 같았으면 마냥 좋아서 무엇을 하며 이 시간을 보낼까 행복한 고민을 했을 테지만...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가 어느 날부터 출근하는 일이 미치도록 싫은 상태가 되었고 그런 내면의 소리를 무시하고 꾸역꾸역 발걸음을 회사로 옮겼더니 결국은 마음의 병이 육체의 병으로 나타났다.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아 두 달간의 병가를 신청했다.

6시 반에 울리는 알람소리에 맞춰 힘들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지 않아도 되고 아침밥을 준비하느라 부산을 떨지 않아도 되는 날이 왔는데 그런 여유를 맘껏 즐길 수 없다.

두 달의 시간으로 나의 상태가 좋아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 당장 출근하는 것을 멈추지 않으면 내가 죽을 것 같았다.


무엇이 그리도 힘들었던 것일까?

돌이켜보면 실제로 나 자신에 의한 힘듦 정도는 해가 거듭되어도 반복해야 하는 일에 대한 지침과 만족할만한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부담감 정도였다.

어쩌면 혼자서 감내해야 하는 압박감에 의해 부풀려진 최대치의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무엇인가를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 그것이 나 혼자만의 계획된 것이 아닌 직장에서의 다른 사람들과 연관된 중요한 과제라면 그로 인한 마음의 불안함과 조급함의 정도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체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사람들과의 관계.

나는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를 참지 못하는 성격인지라 웬만하면 속으로 삭이고 견디는 편이다.

나 스스로는 적당한 선에서 내 마음과 타협 접을 찾을 수 있지만 나와 가까운 주변사람들의 불편한 관계를 바라보는 관찰자의 입장에서는 쉽게 그러려니 가 되지 않았다.

참 희한하게도 정작 당사자들은 서로를 대충 무시하며 아무렇지 않은 하루를 보내는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나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내가 문제였던 것이다.


몸이 아프니 마음도 한없이 약해지는지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부러운 한편 나는 언제나 저런 평범한 일상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마냥 불안했다.

여행을 떠나고 내가 꿈꾸는 전원생활을 기대하고 경제적인 활동을 하지 않아도 편안한 노후생활.... 수시로 그려봤던 그런 나날들이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생각처럼 느껴졌고 그로 인해 현재의 나의 생활에 만족스럽지 못해 했던 부분이 있었나 그래서 내가 벌을 받았나...

마음이란 것은 이상했다.

어두운 생각을 하면 할수록 빛은 점점 더 사라지고 그나마 희미하게 존재했던 빛의 그 자리에 어느새 어둠이 몰려와 가득 차 있었다.


아침을 챙겨 먹고 난 후 9시 반 경이 되면 작은 가방에 핸드폰과 물병하나를 넣고 집을 나선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뛰거나 하며 아침운동에 한참이다.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니 정해진 시간의 틀 안에서 움직이던 내 생활의 패턴도 달라졌다.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아직은 제법 차갑게 느껴지는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어느새 초록으로 진하게 물든 나뭇잎들이 시야를 시원하게 넓혀주기도 하고 나무그늘 사이로 드문드문 비쳐드는 햇빛이 바닥에 부드러운 음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내가 마냥 좋아했던 자연스러운 풍경이지만 그런 것들에게서도 작은 슬픔이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진다.


예전에도 분명 걸었던 이 길이 오늘은 좀 달라 보인다.

내 심경의 변화 때문이리라.

언제부턴가 내 마음과 많은 말을 주고받게 되었다.

수시로 불안해지는 나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마음먹기 달렸다'는 그 말을 생각한다.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았던 그 말이 꼭 나에게 와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한다.

애써 표정을 밝게 하며 웃음소리도 일부러 만들어내어 본다.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적막한 순간순간을 버텨내기가 힘들어서이다.

햇빛처럼 밝은 빛이 내 마음 안에도 가득 차서 어떤 어둠도 나에게 틈타지 않는 매 순간을 염원한다.


흐린 하늘에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다.

5월이 되었는데도 제법 쌀쌀한 날씨가 옷깃을 여미게 만든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열심히 달리는 사람들, 한가로워 보이는 저들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시간을 달려 하루하루를 꽉 채우는 삶이 나를 성장시키고 도태되지 않는 삶을 사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길 위에 서있는 나는 이제야 진정으로 편안한 숨을 쉬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나를 위해 나름 열심히 살아왔던 그 시간들이 결국은 나를 시름하게 만든 것이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삶을 위해 현재의 시간을 대충 허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 지도 알지 못한 채.


오늘 나는 조금 더 깊어진 나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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