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고 볶는 직장살이

혼자 일하고 싶어

by 피노

우리는 타인에게 어떤 말을 들었을 때 기분이 상하는가?

말속에 숨은 뜻보다 그 말을 건네는 상대방의 말투, 데시벨, 눈빛으로 느껴지는 나를 향한 시선, 상대방의 행동을 받아들이는 순간의 내 기분이 불쾌하거나 좋지 않을 때이다.

두 사람에게 똑같은 말을 들어도 유독 한 사람에게서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되는 경우가 있다.

'왜 이런 식으로 말하지?'

무조건 자기주장만을 앞세우며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 사람, 직장 안에 이런 사람 꼭 있다.

간신히 누르고 있던 내 안의 분노가 어느 날 폭발한다.

이미 예견된 싸움이다.




나만을 이해해 주기 바라는 이기적인 마음.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한 조직 속에 몸 담고 있다는 것은 언제라도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 곳곳에 숨겨져 있는 것과 비슷하다.

내가 참고 있는 것만큼 상대방도 견디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내가 화가 나서 가슴속의 주먹 한 개가 불쑥하고 올라올 때 상대방의 주먹은 어디에 있는지 잘 관찰해야 한다.

최악의 타이밍이 되는 순간 서로의 가슴속에 웅크리고 있던 시한폭탄은 급기야 터지고 주변 사람들까지 걷잡을 수 없는 화염 속에 갇히고 마는 전개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말 정도가 기분 나쁘다고?

상대방의 성향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쉽게 건네는 한마디.

나는 이런 경우가 참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 사람과 지내는 시간의 길이가 길어지면 어느 정도 그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

그 시간 속에서 분명히 '이 사람이 그동안 내가 알던 사람이야?' 그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어쩌면 정작 우리가 간파하지 못했던 아주 작은 퍼센트의 그 부분이 그 사람 본연의 모습일 수 있다.

사람 좋은 얼굴을 하고, 웃어넘기고, 쿨한 표정을 짓는 것은 사회적 동물의 기원을 가지고 태어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학습해야 만 했던 일종의 가식적이고 방어적인 태도에서 나온 것 일수도 있다.

말을 건넨 사람 입장에서는 '아무 의미 없이' '지나가는 말처럼' 가벼운 말이었다.

말에 '아무 의미가 없다'는 표현은 잘못된 것 같다.

어떤 말이든 나의 생각이 주체가 되어 전달되는 것이므로 의미가 없다라기 보다는 '내 말의 의도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라고 풀어서 말해주는 것이 좋다 뉘앙스를 살려서 말이다.

사람들은 '그냥 의미 없이 한 말이었어'를 너무 쉽게 남발하는 것 같다.




내가 뭘 잘못했는데!

상대방을 위한답시고 한 말이 오히려 독이 되어 두 사람 사이를 틀어지게 한다.

나를 포함해 구세대를 살아온 일부 사람들은 ' 좋은 게 좋은 거지'라고 에둘러서 말하며 어떤 일에 대한 문제를 무마시키려고도 한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건네거나, 해결 방법을 제시할 때, 함께 마음 아파할 때 나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해 주는 것이 먼저이다.

공감 없는 위로나 방향제시는 현실적이지 못하며 나의 진심이 결여된 그저 입에 바른 소리로 치부되어 버릴 수도 있다.

그때는 내 생각을 과감 없이 말하는 것보다 상대방이 현재 그 문제로 어떤 심리적 감정을 겪고 있는지 먼저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그 사람은 이미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저 그 상황을 묵묵히 견뎌내야 할 시간이 필요할 뿐.

우리는 그 사람과 그 시간을 함께 견뎌주는 것 외에 달리 할 것이 없다.




네가 먼저 사과하기 전에는 나도 못 풀어!

네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으니 나에게 먼저 사과해 주기를 바란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마음이 두 사람 모두에게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 다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동기가 되었던 본질은 벌써 잊힌 채 서로가 주고받은 가시 같은 말로 인해 두 사람의 흥분만 남아있을 뿐이다.

그럴 때는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자.

상대방이 던진 말에 화가 나는지,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서 내가 그걸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내 말을 인정받지 못했을 때 화가 난다면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사람도 나와 같은 심정일 확률이 높다.

그래서 나처럼 화가 나 있는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상대방이 내 거울이 되어있는 것이다.

거울 속의 '상처 입은 나'를 발견했다면 조심스레 상대에게 한마디 건네보자.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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