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속 있게 결혼하자
5월 의 신부가 되는 조카는 식전 영상에 쓸 사진을 신중히 고르고 있었다.
준비할게 뭐가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며 호들갑을 떨어대는 모습이 말은 그렇게 해도 내 귀엔 행복한 투정처럼 들렸다.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는데 힘든 웨딩촬영은 이미 한 겨울에 찍었고 그나마 다행인지 추위로 인해 야외촬영은 취소했다고 한다.
몇 벌의 드레스를 갈아입고 입에 쥐가 날 정도로 웃어대며 찍어댄 사진 이 무려 천장이 넘는다나.
그 많은 사진 중에 최종적으로 선택되는 사진은 총 20 장이라고 했다.
사진 선택을 위해 주어진 50여분의 시간 동안 열심히 눈알을 굴리는 작업에 비교하면 너무 적은 양이 아닌가 싶다.
결혼식 날 사용될 큰 사진 한 개에 미니 사진 5개 정도를 고르는데도 여러 가지 옵션이 따라온다.
정해진 기본액자 대신 추가요금이 붙는 고급액자를 권한다.
'신부님 평생 한 번인데 액자도 고급스러운 것으로 하시고 사진도 20장이면 너무 아깝지 않나요? 이렇게 예쁜 사진이 많은데요.' 라며 한껏 들떠있는 신부의 기분을 부추기고 추가요금을 요구한다.
그들의 권유에 따르고자 하는 신부와 최대한 돈을 아끼려는 신랑사이에 큰 다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렇게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겪고 드레스와 메이크업을 결정할 시간이 온다.
머리에 붙이는 뽕머리부터 핀 하나, 머리카락 연장, 속눈썹 붙임 등 당연하게 포함된 줄 알았던 품목에 죄다 추가요금이 붙는다.
드레스는 또 어떠한가.
원래 금액에 포함된 드레스는 어찌 그리 허접한 것들 뿐인지.
몇십 벌의 눈에 차지도 않을 드레스를 한참 둘러보던 신부가 지쳐갈 때쯤 신상 드레스를 떡 하니 내오는 직원의 굿타이밍 이라니.
그 순간 신부의 눈은 별처럼 빛나고 직원은 그럴 줄 알았다는 승리의 미소를 보이며 신중히 생각해 보라며 정해진 뻔한 답을 인내심을 갖고 기다린다.
신상 드레스를 눈앞에 두고 좀 전에 보았던 드레스는 머리에서 지워진지 이미 오래, 기백만 원을 호가하더라도 그걸로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는 신랑 신부.
스드메.
스튜디오 촬영, 드레스, 메이크업 세트를 저렇게 부른단다.
조카는 금액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애썼지만 결혼식날 드레스를 잡아주는 헬퍼 수당은 정말 아깝다고 했다.
잠깐동안의 런웨이나 사진촬영을 위해 필요한 드레스 헬퍼가 별도의 금액으로 책정되어 있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고 말이다.
"야 이모가 대신 잡아주면 안 되겠냐? 밥 값 정도만 받을게." 농담을 건네며 웃었지만,
속으론 '참 돈 뜯어가는 재주도 용하다'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결혼반지를 맞출 때도 명품을 선호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취향덕에 몇백만 원은 우습게 나간다고 한다.
신부를 위해서 이 정도 다이아는 다들 한다는 말 한마디에 번거로워 평상시에 잘 끼지도 않는 다이아 반지를 천만 원이 넘게 구매하고 책상 서랍에 고이 모셔두는 경우도 다반사다.
조카는 제발 실속 있는 선택을 했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유행한다는 결혼 프러포즈 이벤트에 대해서 듣고 나는 깜짝 놀랐다.
5성급 호텔을 빌려 호화스러운 꽃 장식은 물론이고 그 곁에 명품백 한 개쯤은 떡 하니 놓여있어야 신부에게 만족스러운 프러포즈 가 된다고 한다.
실제로 준비한 이벤트가 맘에 안 들어 퇴짜를 맞는 신랑도 간혹 있다고 하니 14K 반지 하나 슬쩍 끼워주며 암묵적으로 결혼을 암시했던 남편을 둔 내 입장에서는 이게 무슨 호강에 겨워 발 구르는 소린가 싶다.
세상 이치에 밝은 일부 젊은이들 사이에 결혼식을 생략하고 혼인신고를 바로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또 무료로 대관하는 공공시설 등을 예식 공간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많이 있다고 한다.
몇천만 원이나 드는 결혼 비용을 아껴 조금 더 만족스러운 여행을 하거나 내 집 마련을 위한 자본으로 쓰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그런 자녀들의 계획에 반대하는 부모들도 많단다.
품앗이 형태의 결혼문화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결혼식을 치르는 비용에 허례허식이 잔뜩 들어간 것만은 분명하다.
한쌍의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는 일은 참으로 축하받아 마땅하며 성스러운 일인 것만은 사실이다.
내실이 견고한 가정의 틀을 만드는 것은 화려한 의식보다는 상대를 향한 진심 어린 애정이며 배려라고 생각한다.
결혼생활은 서로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과정들의 연속이기에 상대에 대한 믿음의 초석을 단단하게 쌓아갈 때 쉽사리 무너지지 않는 거라고 말하면 내가 너무 꼰대 같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