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기업 CEO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엘리자베스 홈즈는 미국의 스타트업 ‘테라노스’의 창업자이다. 2014년 소량의 혈액으로도 250여 종류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했다고 발표한다. 이후 홈즈는 여자 스티브 잡스로 불리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스티브 잡스처럼 공식 행사마다 검은색 목 폴라를 입고 다니기도 했다.
테라노스 또한 유니콘 기업으로 급성장하면서 온갖 유명 인사들과 유명 기업인이 테라노스에 투자했다. 주사를 무서워하고 높은 의료비용이 부담인 많은 사람들에게 아주 적은 양의 혈액으로 암을 비롯한 온갖 질환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사실은 제대로 된 진단 키트 개발에 실패했음이 밝혀지면서 테라노스는 희대의 사기극이었음이 드러난다. 그전에 워낙 좋은 이미지로 승승장구하고 있었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내부 고발이 이어지면서 그동안의 거짓말이 자세히 밝혀진다. 또한 직원이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지면서 테라노스에서 직원 처우에도 문제가 많았다는 것이 밝혀진다.
홈즈는 명문대인 스탠퍼드 대학을 다니던 중 사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 사업을 진행하기로 마음먹으면서 대학은 자퇴하게 된다.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 등 명문대 자퇴 후 기업을 세운 유명인들이 있었기에 홈즈의 이력은 오히려 좋게 보였다.
또 홈즈는 언변이 좋았다고 알려져 있다. 채혈이 무서워 대학 시절 진단 키트를 개발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하는 그녀에게 사람들은 빠져들었다. 옷에 신경 쓰기 싫어 그냥 검정 목폴라 니트를 입는다는 말로 이미지메이킹에도 성공했다. 실리콘밸리에 흔치 않은 여성 CEO라는 이미지도 장점이었다. 당차고 능력 있는 젊은 여성 과학자 출신의 CEO로 언론으로부터도 각광을 받았다.
하지만 테라노스에서는 제대로 된 연구 결과나 실험 결과를 발표하지 않은 채로 키트를 선전했다. 연구 결과를 조작하기도 했다. 초창기에 그런 부분을 누구도 지적하지 않은 것이 놀랍다. 너무 유명해진 기업이었고 승승장구하던 홈즈였기에 직원들도 진실을 말하기 두려웠을 것이다.
어쩌면 스타를 만들고 무작정 추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홈즈와 테라노스라는 괴물을 키운 것이 아닐까? 테라노스의 사기 행각은 물론 잘못되었지만 드라마틱한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먹고 더 크게 자란 것 같다.
희대의 사기꾼이 된 엘리자베스 홈즈는 2022년 징역 11년형을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참고 자료
BBC 뉴스 코리아. 테라노스: ‘실리콘밸리 최대 사기극' 벌인 엘리자베스 홈스, 징역 11년 선고. (202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