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세대가 어릴 때는 우량아 선발대회가 있었다고 들었다. 삼촌이 우량아라서 참가했다고 했던가.. 희미한 기억이지만 할머니와 나눈 대화 속에 몇 번 등장했던 우량아 선발대회.
어른이 되고 주변에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우량아’의 기준은 또래에 비해 발육이 좋은 아기인 것 같았다. 통통하고 키와 몸집도 또래보다 큰 아기. 하지만 우량아이기만 하면 건강이 좋은 걸까? 그건 별개의 문제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문득 이런 대회가 왜 그렇게 인기였는지 궁금해졌다. 우량아 선발대회는 70년대에 성행했다고 하는데, 남양유업 등 분유를 선전하던 회사들에서 많이 주최했다고 한다. 모유수유가 아닌 분유를 먹어도 잘 자란다는 것, 아니 아마 더 잘 자란다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했을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서울시, 대학병원 등 정부와 병원까지 우량아 선발대회를 주최했다. 병력, 예방접종 유무를 확인하고 체중, 신장, 피부, 치아 수, 젖을 뗀 시기 등을 통해 영양 상태까지 다 확인을 거쳐 선발했다고 한다.
이런 대회가 전국적인 인기를 끈 데에는 아마도 1950-60년대 어려운 시절을 지나면서 아이들을 잘 먹이고 싶던 부모님들의 마음이 반영된 게 아닐까 싶었다. 우량아인 아이를 보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의 마음. 그리고 우리 아기가 이렇게 잘 컸다고 자랑하고 싶은 부모님들의 마음도 대회의 인기에 한몫했을 것 같다. 그리고 우승한 아기는 분유 광고 모델이 되기도 했다니 아이를 연예인을 만들어보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다양한 방송까지 방영할 정도라고 하니 선풍적인 인기였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는 1984년 폐지되었다. 경제 성장으로 아기들이 잘 먹지 못하는 시절은 지나갔고, 아기들을 상업화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폐지된 것이다. 사실 그 당시 사진을 보면 아기들의 올 누드 사진이 공개되어 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아이들의 초상권 논란이 있어 못 했을 일도 있다.
아기들을 상업화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부분이다. 생각해 보면 최근에도 아이들과 관련한 대회가 아직 많이 있다. 예쁜 아기 선발대회부터 다양한 키즈 모델 선발대회까지 종류도 더 다양해진 것 같았다. 주변 지인들도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아이들과 그런 대회에 참가해 볼까 이야기하기도 했다. 영양, 발육 상태 등을 보던 우량아 선발 기준이 이제는 어른들의 미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심사하는 대회로 바뀐 것 같다.
시대에 따라 변하는 기준이 흥미롭기도 하지만 어린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대회가 여전히 많다는 점은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아이들이 어려도 끼가 많고 무대를 서는 것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어릴 때 아역배우를 하거나 연예인 지망생으로 지내던 학교 동창들을 보며 어릴 때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 본인에게 늘 행복한 것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특정 기준을 두고 아이들을 심사하는 것은 아이를 위한 것이기보다는 어른들의 욕심일 수도 있기 때문에. 아이는 아이답게 자유로운 표정과 행동을 하며 뛰어놀 때 행복하지 않을까.
참고 사이트
[1] 서울시 교육청. 서울교육블로그 “이때는 이랬지! 할머니, 할아버지의 어린이날 모습!”
[2] 국가기록원 사이트. “건강하고 튼튼한 아기의 대명사 우량아 선발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