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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Apr 08. 2024

슬픈 꿈처럼

 할머니는 그 후로도 거의 두 달 가량 버티셨다. 우리는 아프지만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 아빠는 장례 문제에 대해서도 알아보신 것 같다. 여전히 할머니가 일어나길 바라고 있었지만 어쩌면 할머니 입장에서 이곳보다 좋은 곳으로 가시는 것인데 우리가 놓아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던 중 할머니는 어느 새벽에 결국 세상을 떠나셨다. 병원에 빈소를 차리고 장례 절차가 진행되었다. 빈소에 온 손님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데 그들의 모습은 결혼식장에서 식사하면서 서로 얘기하는 모습과 별반 다를 것 없어 보였다.


우리에게 소중했던 만큼 다른 사람들은 같을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 한없이 슬픈 상황에서 그 사람들이 얄미워 보였다. 담담해 보이고 아무렇지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그 모습이 할머니를 너무 빨리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것 같아서 싫었다.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떠났어도 계속 그 존재감 그대로 기억하고 싶었다. 게다가 그때까지도 실감이 전혀 나지 않았고 그 모든 상황들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다만 누구나 죽는구나 하는 사실만 아프게 실감이 났다.


빈소에서 그렇게 손님들이 갈 때까지 구석에서 사촌동생과 함께 멍하니 있었다. 이모가 일을 하셔서 어릴 때 거의 할머니가 키운 동생이었다. 말없이 있다가 그 아이가 “언니 이게 꿈이야?” 라고 했다. 그 말이 너무 마음이 아팠다. 꿈 속에서 이게 꿈인 걸 자각하면 슬픈 꿈도 아무 것도 아닌 게 되듯이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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