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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dela Jun 09. 2024

끝이 보이지 않을 때

2024년 <질문의 편지> 프로젝트 - 6월의 편지

(질문)

일을 다 끝내고 집에서 잠깐 쉬고 있을 때 TV 채널을 돌리다 김창옥쇼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다정해 보이는 부부였는데 남편이 운을 뗐다. 자신에게는 장애를 가진 아이가 있고 그 아이를 위해 마라톤이며 산책이며 몇 천 킬로미터를 같이 뛰었다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는 강한 아빠라는 생각을 했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그분이 눈물을 흘리시면서 이렇게 말하더라. 이때까지 열심히 달려왔고 아이를 너무 사랑하지만 요즘 드는 생각이 자신을 너무 힘들게 한다고. 그건 바로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감히 뭐라고 위로도 못할 정도의 무게를 가진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1)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일에 부딪히게 되는데 그 일이 끝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또한 문제가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거나 답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현재 자신에게 닥친 일들 중에 아니면 그동안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일들이 있는가?


 2) 그렇게 생각한 적이 있다면 그 일과 문제를 해결하려고 어떤 노력을 해 봤는가? 굳이 해결하려고 하지 않았다면 어떤 결론이 맺어졌는지가 궁금하다. -써니


(답변)

 교통사고 이후 몸이 아프고 회복이 더뎠고, 이후에도 회복은 어느 정도 되었지만 몸 컨디션이 예전 같지 않을 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직장도 휴직을 하다가 그만두게 되기도 했다. 원래 예정된 것들은 미루거나 포기하거나 취소한 것들이 많아졌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결정들. 그 시기에만 가능한 결정들도 포함되어 있기에 좌절하기도 했고 기력도 낮아졌다. 자꾸만 건강도 안 좋아졌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만 같고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되돌아보면 그 기간 동안 손 놓고 있던 걸로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해결하려고 나름대로는 노력했다. 갯벌 같은 진흙탕에서 걸으려고 노력하는 느낌이라 잘 나아가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일단은 건강 문제를 해결해야 힘이라도 낼 수 있을 것 같아 미뤄왔던 병원 방문을 여러 군데 했다. 그러면서 새롭게 발견된 건강 문제도 있어서 그 당시에는 병원을 간 것 자체를 조금 후회하기도 했다. 무서움도 있었다. 하지만 발견할 것은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치료하자는 마음을 먹고서 병원을 갔었기에 그나마 빨리 치료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건강이 회복되어 가니 머리도 조금씩 맑아지는 느낌이었고 일적으로도 다른 길을 생각해 보기 시작했다. 원래 하려던 일만 고집하기보다 조금 다른 길이더라도 내 전공을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생각의 전환은 그전까지는 시도해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인생을 살아보게 해 주었다.

 몇 가지 나름의 깨달음도 있었다. 우선 건강은 내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 무언가 열심히 했는데도 계속 막힐 때는 노력을 하는 방향을 바꾸어 보는 것도 괜찮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나에게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생각해 보고 목표를 다시 세워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24년 <질문의 편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참여자들이 매달 질문과 답변을 주고받는 프로젝트입니다. 6월의 편지 질문과 제 답변을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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