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보고
왜인지 친구와의 우정이나 연애사에 대한 이야기는 젊은 사람들의 전유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노년기에도 활력 있는 삶을 위해 우정과 사랑은 중요할 것입니다.
미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그레이스 앤 프랭키>를 틈 날 때마다 보고 있습니다. 한 편이 30분 이내로 짧아서 짧게 짧게 보기 좋습니다.
주인공인 그레이스와 프랭키는 부부끼리 친해서 오랜 시간 지인으로 지냈던 사이입니다. 그런데 노년의 어느 날, 남편들이 커밍아웃을 하고 둘이 사귀게 되면서 이혼을 겪습니다. 서로의 전남편끼리 애인이 되다니. 이혼과 혼란스러운 상황을 같은 시기에 겪으며 그레이스와 프랭키는 서로 친해집니다. 우여곡절 끝에 같은 집에 같이 살게 되고, 서로를 다독이며 진심으로 마음을 열어 갑니다.
이혼만이 인생의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겪는 여러 변화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들의 인생에 다가옵니다. 그레이스는 사업체를 운영하던 세련되고 당당한 이미지의 여성에서 은퇴하고 남는 시간을 어찌할 줄 모르는 할머니로 변해갑니다. 무릎이 안 좋아져서 인정하기 싫지만 간병인이 필요해지기도 하고 지팡이를 짚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자신들의 모습을 받아들여가며 고군분투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여러 시즌에 걸쳐 그려집니다. 어쩌면 예술혼을 불태우며 자주 화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연애도,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는 프랭키는 그레이스에 비해 이미 잘 지내고 있던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낙천적인 성격의 프랭키 또한 남편과의 이혼, 자녀들과의 관계로 많이 힘들어합니다. 마음 둘 곳 없이 힘들어하는 프랭키는 감정적으로 그레이스보다 어쩌면 더 섬세하기에 힘이 듭니다.
친구로서 이들의 조합은 어떨까요. 프랭키는 그레이스처럼 커리어 우먼은 아니었지만 예술적인 영혼을 가진 히피 스타일입니다. 그녀는 한없이 긍정적이고 추진력이 좋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감정적으로 예민하지만 그만큼 다른 이들에게 공감능력도 좋기에 그레이스를 잘 이해해 줍니다. 반면, 오랜 시간 자신의 사업체를 운영하고 딸에게 물려준 그레이스는 일상에서도 똑 부러지고 정돈된 생활을 하기에 덤벙대는 프랭키와 보완이 잘 됩니다.
이런 둘은 서로 힘을 합쳐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합니다. 또 연애나 가족 관계에서 감정표현을 어려워하던 그레이스를 프랭키가 직간접적으로 도와주기도 합니다. 점점 마음을 연 그레이스는 프랭키와도 진실한 우정을 쌓아가고, 새로운 사랑도 찾게 됩니다.
외모도 성격도 정반대라 안 어울려 보이지만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이 재밌기도 하고 감동이 있었습니다. 요양원은 절대 싫다고 했으면서도 두 사람이 서로를 위해 요양원에 함께 들어가던 이야기도 기억에 남습니다. 그레이스는 다리를 다쳐서 일상이 힘들었고 프랭키도 건망증으로 가족들의 걱정을 사던 시기였습니다.
그레이스와 프랭키의 자식들은 작전을 짭니다. 각자의 어머니에게 친구가 힘든 상황이니 같이 요양원에 들어가는 게 어떠냐고 설득합니다. 그레이스에게는 프랭키의 건망증을 이유로 들었고, 프랭키에게는 그레이스가 다쳐서 힘든데 혼자서는 안 가니 잠시 요양원에 같이 가달라고 합니다. 요양원에서 얼마간 지내고 나서야 그레이스와 프랭키는 자식들이 자기들을 설득하기 위해 핑계를 댄 거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그만큼 말은 안 해도 서로를 위하고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되고, 감동하기도 합니다. 둘은 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하며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기억에 남던 에피소드였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좋은 친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동안 영화나 드라마는 하이틴 로맨스나 젊은 층의 우정을 그린 작품은 많지만 노년기의 우정이나 연애를 그린 내용이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노년기에도 우정도 연애도 활기차게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드라마라서 그레이스와 프랭키를 응원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