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면 배가 불러오고 살이 찌고, 아기가 있으니 건강을 조심해야 하고. 이 정도로 생각한 것 같다. 그런데 임신 후 하루하루 달라지는 몸 상태와 새롭게 나타나는 증상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매일매일이 새롭고 다르다.
임신 초기에는 1주일씩 잘 넘기는 것이 다행이고 신기할 정도였다. 현기증이 자주 나서 많이 어지럽고 또 혼란스럽고 힘들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입덧이라는 복병이 있었다. 임신하기 전보다도 잘 못 먹는 날들. 내가 알던 모든 음식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고 이런 맛이었나 싶게 당황스러운 맛을 선사했다. 이런 이야기는 잘 듣지 못했던 것들이라 당황스러웠다.
20주에 가까이 가면서 배는 점점 나오기 시작했지만 입덧이 조금씩 나아지니 좀 살 것 같았다. 이렇게 조금씩 배는 나오지만 조심하면서, 영양가 있게 챙겨먹으면서 잘 지내보면 되겠지 희망도 품었다. 그런데 배가 불러오니 갑자기 허리도 많이 아파지고 숨이 차기 시작했다. 밤이 되면 특히 심해져서 자려고 뒤척거릴 때 삐그덕거리는 허리와 골반으로 겨우겨우 움직이고는 했다. 새벽에 화장실도 왜이렇게 자주 가는지! 어느 날은 자다가 깼는데 숨이 차서 왜 이러지.. 숨을 쉬려고 노력하는데도 눈앞이 흐려지듯 어지러웠다. 일어나서 물도 마시고 앉아 있다보니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 그런데 그 후로도 한 번씩 숨이 차는 것은 계속 되고 있다. 걷다가도 어지럽고 숨이 찰 때도 있고 어떤 날은 안 그럴 때도 있다. 이것도 임산부들에게는 흔한 증상이라고 한다.
또 새로운 점은 점점 강해지는 태동. 특히 쉬려고 누우면 아가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다. 옆으로 누우면 도도도도 리듬감 있게 왼쪽과 오른쪽 아랫배에 느껴지는 느낌. 이제는 없으면 허전할 것 같다. 태동도 맨 처음에는 솜방망이 같이 토독 하고 또 시간 지나면 한 번씩 느껴지는 느낌이었는데 이젠 툭 툭 치는게 존재감이 확실하다. 앞으로 점점 강해지고 갈비뼈도 윽, 하고 아플 정도가 된다고 들었는데 상상이 안 된다.
이외에도 다양한 증상들과 계속 졸리는 몸 상태. 그리고 아기 용품은 왜 이렇게 다양한지.
내가 몰랐던 것들이 많았구나 싶은 깨달음을 주는 몇 달이었다. 매일이 다른 요즘. 지루하지는 않다고 해야 할까. 그래도 아가를 만나면 힘들다고 생각한 모든 것들이 날아가겠지. 그 부분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