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일터
어렸을 때
"너의 부모님은 뭐 하시니?"
하고 물어보면
"남대문 시장서 장사하세요"
라고 말하면
"너네 집 부자겠구나 "
하신다
솔직히 부족함 없이 자랐다
오빠는 국민학교 6년 내내 반장(와이로반장)을 했더랬고 70을 바라보지만 그 옛날 유일하게 2남 2녀 중 유치원을 다녔었다
4남매는 걸스카우트와 보이스카우트를 했고
단복을 입고 학교를 갈 때면 부러운 눈으로 또래들이 쳐다보곤 했다
중학교 들어가면서 교복을 맞출 때도 엄마는 종로(안국동인가)에 있는 무궁화 교복에서 맞춰주었고 종로나 명동에 있는 금강제화에서
구두를 사주셨다
에스콰이어도 있지만 엄마는 금강을 일등으로
치셨다
소풍 때 김밥도 꼭 한우를 갈아 불고기양념을 하여
싸주셨고 (그 당시 수입고기는 거의 없던걸 로 기억된다) 콜라도 캔콜라로 수입된 오리지널로
다른 친구는 무거운 병콜라로 가져오는데 엄마 덕분에 초콜릿도 미제로 바나나도 두 개씩 싸주셔서 난 정 가운데 앉아 친구들 앞에서 어깨가 으쓱했더랬다
50년 가까이 남대문에서 장사하시던 부모님은
주변에서도 거의 아셨었다
그런 부모님이 지금은 안 계신다
오늘 언니랑 오랜만에 남대문 시장을 나갔다
부모님이 하셨던 자리에 속옷 가게가 들어섰다
부모님은 점퍼와 담배를 파셨는데 그 덕분에
집에 담배가 넘쳐나 오빠랑 남동생은 부족함 없이
피울 수 있었다
지금은 건강상 금연했지만...
난 속옷을 구입하고 싶어 들어가 몇 가지를 사면서
부모님 이야기를 하고 싶어 말씀드리니
"아! 담배가게 아주머니"
한다 본인은 잘 모르지만 들었노라며
그 순간 언니가 운다 ㅠㅠ
엄마 생각난다며 극 T지만 눈물이 많은 지금은 엄마 같은 나의 하나뿐인 언니다
우리에게 호의적으로 대하시고 친절하신 사장님은
다음에 또 오면 꼭 부모님 얘기 하라며 깎아 주신다
"사장님, 돈 많이 버세요!!!"
진심으로 축복하고 싶었다
언니랑 점심은 막내횟집에서 회정식을 먹었다
얼마 전 내 생일이라 언니가 사 줬다
언니랑 나는 모자도 사고 가방도 사고 속옷도 사고
단골가게서 봄 점퍼며 티셔츠며 원피스도 샀다
난 언니에게 조끼를 사서 선물로 줬다
부모님의 삶의 터전이었던 남대문 시장이
예전의 명성을 찾아 사람들로 북새통이라 너무 좋았다
가방끈도 짧은 엄마는 일어도 영어도 손님을
응대하는데 부족함이 없어 난 너무 놀랐었다
엄청 생활력이 강한 엄마는 시장에서 '또순이'
로 불리셨지만 정 많은 아버진 엄마를 돕는
주변을 살피는 점 찮은 양반이셨다
처음으로 핫도그를 먹게 됐던 남대문시장
로봇 태권 V를 600원 주고 봤던 지금은 사라진
남대문 극장
자식들에게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어 하던 부모님의 헌신이 이 글을 쓰면서 그 사랑을 다시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