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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에 가면

장애아들 일상

by 언저리

아들이 축구를 좋아하다 보니 수요일마다 상암월드컵경기장 투어를 가곤 한다

아들은 자기가 가고 싶어 하는 길이 그때그때

다르다

오늘은 내비도 빙 도는 길로 안내한다

지난주에 가던 길로 ㅎㅎ

근데 오늘은 또 다른 길 ㅎㅎ


집에서 10시에 출발하면 11시 즈음에 도착하여

홈플러스 안에 푸드코트에서 이른 점심을 먹는다

주로 김치찌개를 먹는데 솥밥만 있어 밥이 부족해 공깃밥을 추가하려면 다른 음식점에서 주문해야 한다

주로 돈가스집에서 주문을 하는데 밥 하나만 시키기 죄송해서 돈가스를 주문한다

그래야 아들이 찌개도 돈가스도 먹을 수 있다

식성이 까다로운 아들에겐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

많질 않다

그러다 보니 다른 거 먹고 싶어도 선택에 여지가

나에겐 없다


처음 김치찌개 사장님을 알게 된 게

아들이 편식이 심해 밑반찬을 먹지 않아 음식을 받으면 다시 돌려드렸더니 도시락김을 주신다

그러더니



" 아들이세요?"


하고 물으신다


"네, 감사합니다 "


잠시 후 달걀말이를 가져오신다

푸드코트는 여러 음식점에서 셀프를 가져다가

먹는 곳인데 테이블로 가져오신다


"사장님, 감사합니다

근데 달걀 프라이는 먹는데 달걀말이는 안 먹는 거 있죠 ㅎㅎ"



잠시 후 프라이를 해 오신다

감동이다 ㅠㅠ

난 그냥 드린 말씀인데....


돈가스 사장님도 따뜻한 분이다

내가 시킨 걸 아시고 밥을 고봉밥을 주신다

너무 따뜻하고 정이 넘치시는 분들이다


난 그날 밑에 제과점에서 굵직한 꽈배기를 사다

두 사장님께 드렸다

그 뒤로 수세미를 떠다 드리거나 오란다 과자를

만들어다 드린다

그랬더니 김도 더 주시고 음료수도 주시는 두 분

사장님...


점심을 먹고 나면 12시도 안 돼 아들은 주변을 돌아다니고 1시 30분에 차 주차장에서 만나자고

말하고 주의를 준다


" 얌전히 다녀"


난 그동안 쇼핑몰을 구경한다

다이소도 넓고 종류도 우리 동네보다 많다

시간을 때우기엔 딱이다

난 다이소에서 실컷 소비를 하며 뿌듯함까지 구매한다



투어 갈 시간이 되면

아들은 500원을 챙겨 입장한다

일반인은 1000원인데 장애인은 50프로 할인된다

경기장투어 담당 가이드 분도 아들을 잘 안다

그래서 혼자 들여보내도 걱정을 안 한다

솔직히 착각 일수도 있지만 아마 가이드보다

아들이 경기장에 대해, 축구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된다

아들장애의 특성은 관심분야는 박사 못지않게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장애아들을 키우는 나에게 긍휼 한 눈길을 준다

그리고 마음을 열어 주신다

난 언제부턴가 그 긍휼함을 부끄럽거나 자존심 상하는 마음은 안 갖게 됐다

그냥 감사하자 생각한다

되러 아들로 인해 좋으신 분들을 많이 알게 되고

정을 나누게 되니 난 멀리서 보면 비극일 수도 있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희극인 것 같다


사람들은 자식문제에 예민하다

다른 사람에게 못하는 얘기도 나에겐 오픈한다

가능성이 있고 변할 수 있는 한 희망이 있노라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면 자신이 문제가 있는지 고민해 보고 조금 내려놓으면 다 행복하다고

그건 내게도 하는 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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