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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남편

직장, 글쓰기 선배

by 언저리

내가 먼저 알던 남자가 있다

친한 친구 다섯 명이 40년 넘게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데 세 명의 남편들이 나랑 한 곳에서 근무했던

사람들이다


처음 일하던 잠실에서 근무하다가 미아동으로 인사이동이 나고 미아동에서 잠실로 온 언니가

미아동 지점에 가면 박주임이 있는데 너무 멋지다는 것이다


근무하기 전 업무시간에 미리 인사를 가는데

인사를 가는 날 첫눈이 내렸고 차장님과 택시를 타고 미아동으로 가는데 무척 멀게 느껴졌다

근무시간이라 직원들에게 간단하게 인사를 하는데

다 나를 보고 웃어 준다

(내 이름이 특이해 웃었던 것)

남자직원들의 인물도 다 훤해 언니가 얘기했던 그분인가 하면 아니고 저분 인가 하면 아니다


미아동에서 근무를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서 언니가 말했던 박주임 님을 보게 됐는데 동원훈련을 다녀왔다고 한다

내 기대가 컸던지 그냥 평범하달까?!

(내 눈이 좀 높다, 결혼땐 급격히 낮아졌지만)

근데 여직원들에 인기가 많다

난 인기 많은 남자에겐 호감을 못 느낀다


그 박주임 님은 그 어려운 책임자고시도 한 번에 패스하고 1년에 한 번씩 하는 평가고시도 1등을 한다

볼수록 하얀 얼굴이 시골 출신인 그는 강남 8 학군

출신 같다

말수도 적고 잘난 척도 없다

술이 좀 들어가면 특수부대 출신답게? 처음 듣는 걸쭉하고 이상 야릇한 노래를 불러 배꼽을 빼게 했다


그렇게 지내다 그분이 내 친구가 있는 곳으로 발령이 났고 그 친구를 만날 때마다 그분의 안부를

습관적으로 묻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 넷, 남자 넷 지리산을 갔다 왔다고 하는데 촉이 발동한다

역시 내 촉은 적중했고 그 둘은 국군의 날에 결혼식을 올렸다



세월이 흘러 연락이 끊기고 아이를 키우느라 정신없던 시절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서로 같은 직장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기에 연락처를 알 수 있었던 것

마침 내가 중매 선 같은 미아동 출신 남편과 결혼한 친구랑 한 동네 살고 남편들도 아는 사이라 우리 절친 네 명에 끼워주게 되었다


그 박주임 님이 박지점장님이 되고 그렇게 때려치운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던 친구 남편은

명예 퇴직하게 되었다

그는 퇴직 후 절친 다섯 부부에게 장어를 사는 날

난 아내 친구가 아닌 직장 후배로서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 그동안 수고 하셨습니다 "


라는 말을 드리는데 눈가가 붉어 지신 걸 난 느꼈다

좀 까탈스러운 그분은 내 친구가 아니면 힘들 스타일임을 친구를 통해 듣게 됐고 참 결혼 잘하셨다고 했는데

브런치스토리 선배이기도 한 친구남편은 최근에

책을 내셨고 익히 알고 있었던 그의 히스토리와 그의 생각을 이해하게 되고 힘들었던 유년시절과 엄마의 그리워하는 마음을 읽고 왠지 마음이 아프다고나 할까?!

난 친구에게


" 0숙아, 너 남편 긍휼하게 여겨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면 너무 아프고

기특하고 측은해."

라고 말했다

나의 직장 선배이자 브런치스토리 선배인 예전

박주임 님 지금은 친구 남편

이제는 친구 남편을 떠나 인생 선배로서 존경심과 그의 노후를 응원하게 된다


" 선배님,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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