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청이 고향인 아버지
가족들과 '국제시장'을 같이 보게 됐다.
눈물이 날 것 같아 혼자 보려고 했는데 같이 보게 되었다.
난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으려 했다.
나의 아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다.
가장으로서 , 장남으로서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아버지, 그런 주인공을 보면서 보는 이들은 다 아버지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넘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보는 내내 재미를 주는 등장인물들...
주인공 덕수가 왜 남진을 좋아하는지 처음에 갸우뚱했다
배경이 부산이라서 더 그랬는데 월남전 신을
보고 당연히 좋아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왜 그리도 꽃분이네 가게를 팔지 않고 있었는지 그 이유를 알고 나니 마음이 찡했다.
나의 아버지도 남대문 시장에서 50년 넘게 장사를
하셨다
나의 아버지는 함경북도 북청이 고향이시다
6.25 이전에 홀로 내려와 남한 군으로 전쟁에도 참여하셨고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피난 오신 엄마를 만나 57년도에 결혼하셨다.
그런 나의 아버지도 가족들을 위해 당신에겐 너무 인색하신 분이었다.
남에게는 아낌없이 퍼주셨고 자녀를 위해서도 원하는 데로 해주셨던 아버지..
난 아버지가 너무 좋았다. 어렸을 때부터.. 다른 이들은 아버지가 술 마시면 무섭다는 분들도 많은데,
나의 아버지는 술도 안 드셨고 때린 적도 없었다. 항상 좋은 것만 주시고 싶어 하시던 나의 아버지..
어느 날 아는 동생이
"언니는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티가 나요"
"왜???"
"언니는 남자 어르신들에게 응대하는 모습이 참 자연스러워요"
한다
엄마 같은 나의 아버지는 정이 너무 많으시고 자상하셔서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아버지를 다 좋아했었다.
어느 날 한 장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낯 선 신부의
손을 잡고 입장하시는 모습이었다
너무 놀라 여쭤보니 아버지 없는 아는 여직원이 아버지가 되어 달라고 했더란다
역시 울아버지다
모습도 중후하셨고 풍채도 좋으셔서 대기업 사장님 못지않은 비주얼이셨다.
친구들도 아버지를 보면 멋지다고 말해 주었고 인상 좋다고들 하였다.
이 영화를 보면서 그 시대를 잘 표현하였고 어리지만 장남으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주인공을 볼 때 보듬어 주고 싶었다.
철없는 막냇동생이 미웠지만 그런 동생은 형제 많은 집안에는 하나씩 있음 찍 했고
그로 인해 책임감 강한 오빠의 헌신으로 그 가정이 행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의 아버지는 혼자 남쪽으로 오셨기에 가족이랑 헤어지셔서 많이 고향을 그리워하셨더랬다
편찮으셔서 병원에 다니셨을 때도 난 아버지랑 데이트하듯이 다녔다
" 아버지 오늘은 뭐 먹을까요?"
"우리 함흥냉면 먹자"
이북 출신이시다 보니 냉면을 좋아하셨다
혜화동 뒷골목에 있는 함흥냉면집...
지금은 없어진 함춘원에서 해물 덮밥을 시켜 드렸더니
" 우리 딸 덕분에 이런 것도 먹어보네"
하셨다 ㅠㅠ
힘든 시기에 태어나셨던 우리 대 부모님들
그분들 덕에 지금 누리며 사는 것 같다
국제시장을 통해 아버지를 추억하게 하는
참 좋은 영화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아버지랑 엄마가 살아계셨다면 모시고 보러 왔을 텐데...
정말 재미나게 보셨겠다 싶은데...
* (2015년 1월 1일 썼던 글을 옮겨 봅니다)
(아버지와 함께한 아들, 딸, 쌍둥이 조카들)
(중학교 때 놀러 가서 아버지랑 둘이 찍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