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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한 일

택배기사님 간식

by 언저리

코로나 때부터 택배기사님들 드시라고 현관 앞에 간식 바구니를 만들었다

처음엔 생수랑 바카스랑 비타민 음료에 빵은 파이류로 여러 가지를 놨더랬다

간식 바구니를 직접 사진을 찍어서 톡 보내신 기사님도 계셨고

롯데마트 기사님도 바쁜 와중에 이런 문자도 주시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의외로 화장실 자주 가시는 게 힘드셔서 인지

생수는 팔리지 않고 해서 그냥 한 종류 비타 500만

준비했다


( 참고로 바카스는 호불호가 있어서)


봄, 가을, 겨울은 정을 느끼게 하는 오리온 초코파이로만 준비한다

더운 여름은 쵸코가 녹아 손에 묻을까 봐 커스터드케이크를 준비한다

아쉬운 건 빵 사이즈가 점점 작아진다

그래서 음료보다 빵을 더 많이 세팅한다

혹시 더 가져가시라고.....



제일 많이 오시는 대한통운 택배기사님과는

친해져서 택배가 없어도 우리 동에 오면 꼭

들러 가져가시거나 엘리베이터 탈 때도

기사님이 계시면 집어 드린다


어느 날 치킨을 시켜 도착정보를 통해 거의 오실 때

엘리베이터 앞에서 간식을 들고 서 있다 드렸더니

문자가 온다


언니랑 코스트코 장 보러 가서 대량의 초코파이를

살 때마다


"코로나도 끝났는데 이젠

간식바구니 치워도 되지 않겠어?"


​작은 것에 저런 감사한 댓글이 있어 이 간식바구니를 치울 수가 없다


딸아이가 육회를 좋아해 배민으로 주문을 하고

간식을 챙겨드리니 이런 리뷰가 와 있었다


근데 며칠 전에 붙여 놓은 메시지 종이에 손글씨로


'감사합니다 '


라는 문구를 보고 너무 기분이 좋았다




혹시 가족들이 써넣었나 물어보니 아무도 없었다

누군가 기사님이 쓰신 것 같아 약소한 간식에 되러 부끄럽다는 생각까지 든다



어떨 땐 택배나 배달이 없는데 간식이 없어져도

좋더라 위층이나 아래층에 오셨던 분이 와서 가져가시나 싶기도 하고


​어느 날 엘리베이터 안에 어느 택배기사님이 내가 누른 층수를 보더니 항상 간식 감사하다고 인사를 하신다



천 원의 행복이 이렇게 행복하고 기분 좋게 한다면

난 기꺼이 아끼지 않으리라

우리 집을 방문하는 기사님, 소독하러 오시는 여사님, 청소하시는 여사님, 검침하시는 관리실 직원분, 그냥 지나가시는 분들 꼭 가져가세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이 시간 오랫동안 미소를 짓고 싶어 행복함을 남겨본다



*지금 써 놓은 종이가 계단 물청소로 낡아 똑같은 내용으로 코팅해서 붙여 놓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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