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학교에 다녀왔어요

사회학교

오늘 뜻밖의 일을 하고 왔습니다. 컨벤션 뷔페 주방일이었습니다. 오전 11시에 도착해서 밤 9시반에 끝났습니다. 엄청 힘들거란 걸 예상하고 가서인지 죽을만큼 힘들거나 그러지 않았습니다. 대신 완벽한 사회 학교에 다녀온 느낌입니다.


그 컨벤션 뷔페를 운영하시는 대표님과 알고 지내는 사이입니다. 얼마전 대표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컨벤션 뷔페의 행사를 기획하고 담당하시는 디렉터님을 소개시켜주시면서 잘 배워보라고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일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또 부르셔서 블로그를 맡아서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감사합니다 하고 블로그를 맡아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여러번 그곳을 방문하고 뷔페에서 식사도 하다 보니 연말에 주방 일손이 크게 부족하다는 여사님들의 얘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유동적으로 시간을 낼 수 있는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대표님께 여쭤보았습니다. 경험은 없지만 제가 해봐도 되겠냐고. 처음엔 왜그러냐고 왜 힘든일을 자처하냐고 하셨지만 경험삼아 한번 해보겠다고 말씀드리니 그럼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첫 날을 보내고 왔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실수도 많았고 말귀도 잘 못알아 듣고 속도도 느렸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셰프님과 네분의 여사님과 홀을 맡은 MZ세대 알바생들까지, 겨우 반나절동안 같이 정신없이 일했을 뿐인데 동지애 같은 어떤 깊은 것이 생겼습니다. 군대 다녀오면 느낀다는 감정이 이런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고객님들을 바라보며 고객님들 앞에서 대형 철판에 LA갈비를 구워서 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철판 온도 조절하는 방법과 철판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철판 청소하는 방법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뷔페에서 가장 비싼 식재료가 LA갈비인 것도 알게 되었구요. 그리고 남는 음식은 왠만해선 다 버리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뷔페를 마감하고 주방과 홀의 마무리 청소를 굉장히 깨끗하게 하신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점심식사 저녁식사 두끼를 뷔페 음식으로 먹었는데, 고기를 계속 굽다보니 100여가지 산해진미를 앞에 놓고도 땡기지기 않더군요. 그래서 뜨거운 커피와 플레인 요거트, 파인애플과 샤인머스캣으로 두끼 모두 식사를 했습니다. 저도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지금 생각난건데 다음에 일하러 가게 되면 식사 때 요거트 대신 호박죽을 먹으면 좋겠다 싶네요.


끝나고 집으로 걸어오는데 겨울임에도 날은 포근하고 바람도 선선했습니다. 아무생각도 나지 않더군요. 반쯤 걷다보니 집에 가면 우선 깨끗이 씻고 책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읽으려고 준비해둔 손자병법이 있거든요. 그게 간절했습니다. 그리고나서 목이 아까부터 가려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만져보니 오돌도돌해요. 땀띠였어요. 저는 여름에 땀이 나면 목과 손목에 땀띠가 자주 나는데요, 오늘 땀띠가 목에 났네요. 땀이 그렇게 많이 난 건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아무래도 몸이 좀 놀랬나 봅니다.


집에 돌아와 씻고 식구들과 얘기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손자병법을 읽고 식구들이 잠자리에 들고 나니 새벽 1시였어요. 그제서야 컴퓨터 켜서 대표님 블로그와 우리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고, 댓글 달아주신 이웃님 블로그 방문해서 댓글 적고, 매일 듣는 강의 2개 듣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각이 새벽 4시45분 입니다.


오늘 가보길 잘 한 것 같습니다. 힘은 좀 들었지만 덕분에 컨벤션 뷔페가 어떻게 운영되고 어떤 시스템인지 그속에서 인간관계는 어떻해야 하는지를 아주 살짝 맛볼수 있어서 저에게는 아주 큰 공부자리였습니다. 오늘 저에게 그곳은 아주 훌륭하고 멋진 학교였습니다.


끝나고 대표님께서 어떻냐 괜찮냐 할 만하냐고 물어보셨을 때 큰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12월은 연말 행사가 몰리는 달이어서 굉장히 바쁘시다고 합니다. 제 스케쥴과 겹치지 않고 할 수만 있다면 해보려고 합니다.


내일 아침 식구들과 김볶을 만들어 먹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얼른 잠자리에 들어야할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이 늦었지만 할 일을 다 하고 나니 편하게 잠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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