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끝날 것 같지 않았던 12월의 기나긴 여정이 드디어 끝났다. 어제 12월30일. 오늘 마지막 일을 끝내고 12월의 마무리이자 2025년의 마무리를 주방 대청소로 마감하신다고 한다. 뷔페 주방일을 한 달 해보고 느낀 점은 결국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이었다.
내가 경험한 뷔페 주방은 마치 군대 같은 곳이었다. 셰프님을 사단장님으로 한 여성 장교들의 모의 전투 현장 같았다. 아침 7시부터 모든 마무리가 끝나는 9시반까지 전쟁통을 방불했다. 그렇게 한 달을 정신없이 보내고 나니 팀원들끼리 끈끈한 전투애 같은 것이 생겼고 나중에는 우리들 스스로를 어벤져스 팀이라고 했다. "우리 어벤져스팀! 오늘 정말 멋졌다!"
주방은 셰프님의 스타일대로 운영되는 듯 하다. 우리 셰프님은 친절하고 체계제인 스타일이 아니셨다. 일은 힘으로 하는 게 아니고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기준으로 두번 손대지 않도록 한번에 끝낸 수 있게 머리를 써야 하고, 처음 배울 때 강하게 배워야 제대로 배우게 된다고 생각하는 분이셨다. 마치 머털도사를 강하게 훈련시킨 누덕도사처럼 도제식으로 밀어 붙이셨다.
그곳에는 무언의 원칙이 있었다.
팀원들 서로를 위한 배려가 가장 중요했다. 팀원들의 동선이나 업무에 최대한 방해되지 않도록 각자 할 수 있는 것들은 뒤에서 알아서 샤사삭 해나가는 것. 그러려면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를 볼 수 있도록 시야를 넓혀야 했다.
또 바쁜 시간에 순간적으로 쏟아내는 상대의 말들을 바로바로 이해하고 행동에 옮기고 결과를 낼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러려면 상대가 하는 말을 아주 잘 명확히 듣고 이해해야 했다. 상대가 하는 말을 놓치거나 빼먹고 내 생각대로 일 처리를 해버리면 나중에 문제가 되서 수습하는데 시간이 더 걸리기 때문에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다. 나의 실수가 전체에 문제를 일으키면 그 순간은 정말 아찔하다.
나같은 경우는 혼자 일하는 게 습관이 되어 있어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한다. 그래서 방법적인 것은 크게 중요시 하지 않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가는데, 팀웍이 발휘되는 상황에서는 이것이 큰 문제가 되었다. 셰프님 말이 법이었다. 굳이 왜 그래야 되는지 이해가 안 되도 일단 그 말에 따라 움직여야했는데 이 부분이 정말 쉽지 않았다.
"불평하고 짜증내면 다치더라. 그러니 좋은 마음으로 일하자" 주방에서 나온 말이다.
수행하며 도를 닦는 도인들이나 할 수 있는 깨달음의 말들이 주방에서 줄줄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도를 닦는다느니 수행을 하는 중이라는 이런 말들을 서슴없이 하고 계셨다. 12월 한 달간 주방에서 바쁘게 일 한 결론은, 셰프들의 주방은 도를 닦는 곳이라는 것, 셰프님들과 주방에서 일 하시는 분들은 세상의 한 복판에서 스스로를 연마하는 수행자들이라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