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오늘의 감사
드라마가 책 한 권이네
나는 책으로 세상을 배운 아날로그 세대다. 누군가가 혼을 쏟아부어 공들여 써놓은 텍스트를 눈으로 읽고 뇌에 전달해서 영혼에 닿게 하고, 영혼은 그걸 양식 삼아 세상을 배우고 상상의 나래를 폈다. 온라인 세상이 되기 전에는 모두가 그렇게 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스토리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드라마에 열광했다.
우리집 아이는 스토리텔링인 드라마를 좋아한다. 책도 좋아하고 만회책도 좋아하고 심지어 책을 만들고 싶어한다. 아이는 식구들과 함께 밥을 먹으며 다같이 드라마를 보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
나는 드라마를 볼 생각이 전혀 없었다. 만약 아이의 요청이 아니었다면 드라마는 내 인생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타의적으로 보게 되는 드라마를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게 되니 재밌다.
요즘 스토리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스토리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결국 남는 건 스토리일 것이다. 글을 쓰는 것도 개인적인 스토리를 남기는 것이고, 그 스토리가 엮어서 책이 되고, 책은 드라마와 영화가 되고, 시간이 지나도 영원히 역사에 남게 된다. 그러니 드라마는 책 한권이다.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것은 천차 만별이고 정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규칙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맞고 틀린 것도 없을테니, 드라마를 보고 느낀 것을 주제로 해서 개인적인 스토리를 풀어내는 건 의미있고 재밌을 것 같다.
나는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이야기들이 궁금하다. 같은 상황을 마주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아웃풋을 내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에서 가장 좋아하는 문구가 있다. 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오스카상을 받는 봉준호 감독님의 수상 소감이었다. 나는 이 말을 들었을 때 소름이 끼쳤다. 나라는 아주 평범한 한 개인도 가장 창의적인 소재가 될 수 있기에. 그리고 영원히 남는 것은 스토리가 될 것이기에.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