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21세기 시선
우연히 BBC와의 베라왕 인터뷰를 보게 되었다. 베라왕의 이 한 마디에 가슴이 뛰었다.
일은
마법의 영약이예요
세상에는 자기만의 빛을 내는 멋있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그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너무나도 잘 안다는 것이다. 그런데 단점까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간다는 것이다. 억지로 고치려고도 하지 않고 숨기려고도 하지 않고. 중요한 포인트는 단점에 집중하지 않고 너무나도 사랑하는 자신의 일에 몰입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철저하다.
전세계 수많은 여성이 입어보고 싶어하는 드레스를 만드는 디자이너 베라 왕. 그분의 인터뷰를 보면서 그분 역시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그분에게는 물리적인 나이는 의미가 없다. 자신이 무엇을 워하는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만이 있을 뿐이다. 내 삶이니 내 방식으로 사는 건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인데 이분은 당당하게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일은
정말 마법의 영약이예요
컬렉션을 작업하기 전에
길을 잃었다는 기분이 들 때면
'예전에도 이랬던 적이 있어'
'내가 이걸 처음 해보는 것도 아닌데 뭐'
제 인생의 대부분은
실패로 규정된다고 생각해요
스케이트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인생의 모든 걸 걸었지만
실력이 되지 않아
스케이트를 더이상 할 수 없었어요
심각하게 좌절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야 했을 때
패션디자이너의 삶에는
스케이팅에서 사랑했던
모든 것이 있었어요
쇼, 음악, 편집
디자인, 창조력
스토리텔링
스케이팅도 패션도
스토리텔링이며 감정의 표현이죠
저는
저의 방식대로 살아왔어요
베라왕은 스스로 자신의 인생은 실패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상하다. 자세히 보면 실패한 적이 없다. 용감하게 마디를 뛰어 넘었고 그 과정을 통해 자신을 찾았고 더 단단해졌다. 게다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달려가고 있다는 생각들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권유로 가볍게 시작한 스케이트였지만, 청소년기 내내 스케이트에 자신의 내면을 비춰보았다고 했다. 스케이트를 통해 스스로의 욕구를 정확히 인지하게 된 것이다.
스케이트가 스토리텔링의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감각적이고 예술적 영역이라고 생각했고 내면의 감정을 표현해내는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케이트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자신에게 꼭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했고 미친듯이 연습하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덕분에 삶의 목적은 분명히 정해졌지만 방향이 아니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순간은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리는 법이다. 전부라고 생각했던 문이 닫힌 그 순간은 죽을 것처럼 고통스럽지만 정확하게 더 멋진 패션이라는 문이 열린 것이다. 바로 이 말을 통해서 그것을 알 수 있다.
패션디자이너의 삶에는
스케이팅에서 사랑했던
모든 것이 있었어요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 그것은 여기에도 있을 수 있고 저기에도 있을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든 것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가 사랑하는 것은 뭐지. 난 어떤 사람이지. 난 어떤 때 가슴이 뛰지. 난 누굴까..'
이런 질문은 청소년기에 이미 끝냈어야 할 것들이다. 하지만 나 역시 아직도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순서가 뒤바뀐 형국이다. 하지만 나는 일의 순서가 뒤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 생각에는 전제 조건이 있다. 바로 하늘을 믿는 마음이 그것이다. 하늘은 허투루 운영되지 않을 거라는 전제 조건. 오히려 그 책임은 이 상황을 있게 한 나 자신에게 있다는 것.
세상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바르게 돌아가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전제 조건.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틀리지 않을지도 모르고 맞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역발상의 전제 조건. 지금까지 해온 생각들을 반대로 해내가면 뜻밖에도 감사의 마음이 우러나오는 순간을 맞게 된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세상을 바로 보지 못하고 거꾸로 보고 있었나 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이다니. 왜 나는 역행하는 생각을 하며 살았던 것일까'
나의 시간이 순서가 뒤바뀌었다면 그럴만한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자초했든 하늘이 이끌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에 내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해서 온전히 몰입하는 사람들을 보면 광채가 난다. 제3자의 눈에 비치는 그 빛은 물리적인 나이와는 상관이 없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게 보여진다. 나 역시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조용히 묵묵히 자신의 길을 성실히 걸어가는 세상의 모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