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세편살 책 읽기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기 위해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

by Cecil

책을 읽는다고 하면 뭔가 답답하고 재미없어하는 반응들이 대부분이다. 종이책을 읽고 있는 사람의 수가 현격히 줄어든다고 하지만 인스타에 가보면 북스타스램, 1일 1독, 책스타그램 등등 책 리뷰만으로 10만 팔로워를 넘기는 사람들도 많고 매일 전투적으로 책을 읽어내는 사람들이 그득하다. 나도 불과 1년 전, 그러니까 2020년 3월 전에는 전혀 몰랐다. SNS에 책을 올리고 리뷰를 쓰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을.


원래 책을 좀 읽는 편이긴 했다. 1년에 100권 읽기는 매해 도전했지만 본업의 정신없음과 자식 뒷바라지에 남편 챙기기까지 하고 나면 책을 읽는 건 귀부인이나 하는 사치스러운 놀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업무 향상을 위해 1년에 10권 정도 책을 읽긴 했지만 100권이라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2018년 즈음부터 KTX를 타고 지방 출장을 자주 가게 되어 열차 안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요게 꽤 많은 재미가 있었다. 그 해에 40권 정도 읽었던 거 같다. 그즈음해서 유튜브에서 우연히 3년간 1000권의 책을 읽은 분의 인생 역전기를 들었다. '100권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지경이 바뀌고 300권을 넘으면 마음의 평정이 오고 1000권을 넘어가면 어떤 흔들림도 없는 고요한 상태가 된다'라고... 이 이야기를 듣고 그 상태들이 너무나 궁금했다. 지경이 바뀌는 건 무엇이며 마음의 평정과 고요한 상태는 또 무엇이란 말이냐!!


전투적으로 책을 읽고 싶지만 일상의 번다함은 책으로 빠져들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2020년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시작되고 미라클 모닝이 선풍적인 인기 몰이 중일 때!! 트렌드에 민감한 몸이니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어야겠다고 의지를 불태우며 '미라클 모닝과 책 읽기' 트렌드에 동참하기로 한다. 아이와 종일 붙어 있는 날들이 한 달 두 달 늘어가고 집에서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뼈저리게 느꼈지만 그래도 정신줄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아침일찍 일어나 읽은 책에서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정말 책을 읽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던 거 같다.


일터로 나가는 이동시간과 쓸데없이 보내던 업무시간을 모으고 새벽에 일어나 가족이 일어나기 전 2시간 정도를 확보하니 하루 6시간이 나왔다. 정말 세상에 작심하면 시간이 만들어지는 게 맞다. 2시간은 책을 읽고 2시간은 정리를 하고 또 2시간은 속풀이 용으로 일기를 썼다. 물론 매일 그 시간이 만들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재택이 비교적 여유로운 날에는 득도의 경지가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으므로 최선을 다해 독서에 몰입했었다. 그리고 그렇게 100권을 돌파하고 2020년 12월 31일에 125권을 읽어내는 데 성공했다.

정말 100권 넘게 읽으면 세상을 보는 지경이 달라지는가?

세상의 지경이 무엇인지 사실 정확한 인지가 안되어서 달라졌다, 아니다를 말할 수는 없지만 확실한 건 '두려움'이 사라진다는 것. 정말 놀랍다. 책을 많이 읽으니 아무리 만들라 해도 안되던 '배짱'이 생겼다. '자신감'이랑은 다른 느낌의 근육 같은 단단함이랄까? 내가 책을 읽은 걸 자랑하고 가르칠 수 있겠다 싶어서 생겨난 게 아니라 그냥 '응 괜찮아', '할 수 있지' 이런 초긍정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놀랍게도.


'책을 읽는다는 건 다른 사람의 뇌에 접속하는 일'이라고 이지성 작가의 책'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공부법'에 나온 글을 읽고 무릎을 쳤다. 간접의 경험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배움이 늘어나면서 '두려움'이 사라졌다는 사실! 인생을 살아가며 '두려움'만 없어도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가?

실패할지도 모르는 두려움 때문에 시도하지 않았던 그 수많은 일들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대체로 나의 성공의 발목을 잡는 실체는 내가 만든 '두려움'이다. 특히나 요즘처럼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사상 초유의 대 혼란의 시대에는 두려움은 증폭되어 나를 압도한다. 어쩌면 코로나만큼이나 무서운 '코로나 블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원인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일이 두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면 지금 상태가 어떻든 앞으로 나아갈 동력을 얻는다.


요즘 '복세편살'이란 말이 많이 쓰인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뜻이라는데 책 읽기가 딱 '복세편살'을 위한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된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아버리자!'가 아니라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기 위해' 책을 읽어보는 것이다. 책 100권이면 100만 원이 조금 넘는다. 1년에 100만 원이면 한 달 9만 원 정도.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찐득이처럼 달라붙어서 이번 생을 망쳐버리는 '두려움'을 박멸해 낼 수 있다면 가성비 갑 중에 갑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어쩌면 지금보다 더 불안하고 더 가속화된 변화 속에 던져질지도 모른다. 더 복잡해지는 세상에서 편하게 살기 위해 오늘도 나는 책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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