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틀리고 지금은 맞다.

내로남불 리더를 대하는 자세

by Cecil

2019년에 개봉한 마블 시리즈의 최고봉(개인적인 견해)인 어벤저스의 완 별 편에서 내가 열광하던 블랙위도우와 아이언맨이 지구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죽음을 택했을 때 '정의'를 위한 한결같은 영웅들에게 눈물의 기립박수를 보냈다. 물론 영화관에서는 일어설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 가득 갈채를 날렸었다.

영화 속 영웅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위대한 인물들을 면면히 살펴보면 공통점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일관된 신념에 따라 세상을 멋지게 살다 갔다는 점이다. 공사를 구분하고 내편 네 편 따지지 않고 공정하게 일을 처리하고 원칙에 따라 행동하는 일관된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영웅이 되는 걸 보면 일관된 신념을 갖고 세상을 살아간다는 건 범상치 않은 능력임에 틀림없다.


목숨까지 걸 만큼의 고결한 신념은 그러니까 영웅들의 몫이지만 적어도 조직을 이끄는 리더라면 공사 구분과 언행일치 정도는 있어야 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다. 나도 작은 조직의 리더를 여러 번 했지만 조직이 흔들릴 때는 문제의 핵심에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여러 번 확인했었다. 내가 리더일 때는 내가 책임을 지면 되고 항상 긴장하고 다시 돌아보는 최선의 노력을 하면 되지만 원칙이 중구난방이고 신념이 흔들리는 리더 밑에서 일을 하려면 그건 정말 지옥이다. 심지어 중간에 끼어 있는 중간 리더의 역할일 때는 정말 가슴에 품은 폭탄을 과감히 투척하고 장렬히 전사해버리고 싶은 심정이다.


원칙과 신념이 갈대처럼 마구 흔들리는 리더들의 특징은 대체로 '내로남불'이라는 점. 타 조직의 리더를 이러쿵저러쿵 험담하고 비웃고 마치 본인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닌 양 고결하고 순수한 리더라 자부하지만 실상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이런 리더와 함께 할 때 제일 괴로운 부분이 바로 '나는 언제나 옳다'라는 무근본 자만심이다. 이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끓어오르는 화를 억누르며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라고 말하면 '다른 리더 밑에서 일을 안 해봐서 네가 몰라서 그렇다'며 다시 시작되는 비교우위설. '눼..눼...' 말을 말자. 그러면서 순간 멀지 않은 미래의 내 모습을 생각해본다.

나는 다를 수 있겠는가? 영웅까지는 꿈도 꾸지 않지만 적어도 팀 내에 분란을 일으키는 존재가 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진짜 리더가 될 수 있겠는가?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끊임없이 내로남불을 하는 리더들의 공통점이 욕하고 있는 상대나 그 이전 리더들의 구태를 그대로 답습한다는 것. 제삼자 입장에서 보면 완전히 붕어빵이거나 그 도를 넘는 경우도 있건만 절대 부정한다. 그리고 항상 하는 말 '그때랑 지금이랑 달라!'. 완전 서스펜스 스릴러에 호러 수준이라고 해야 하나. 시집살이를 호되게 한 며느리가 더 극악한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이 있듯 욕하면서 체화된 모순의 리더십이 부지불식간에 훅하고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그래서 너무나 무서운 것이 나도 이렇게 대나무 숲에 와서 고래고래 소리치며 속풀이를 하고 있지만 나중에 그 자리 그 나이가 되어버리면 나도 그렇게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래서 스스로와 합의를 본 것은 바로 말을 줄이고 많이 듣는 것. 무조건 들어보고 말을 뱉을 때는 100번 생각할 것. 내 잘못을 반드시 인정할 것. 책임은 내가 질 것. 원칙을 적어 놓고 매일 들여다보고 나에 대한 지적을 고맙게 받을 것. 어려운 일이지만 해내야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또 알까? 내가 그 멋진 어벤저스처럼 영웅이 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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