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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cil Apr 29. 2021

미라클 모닝, 다시 시작.

 미라클 모닝 장기 휴가를 끝내기로 했다. 역시 벌려 놓은 일들을 잘 해내려면 새벽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 외에는 길이 없다는 사실을 세 달간의 휴식기를 통해 알게 되었다. 작년 2월에 코로나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재택이 시작되고 처음으로 세상의 변화에 눈을 돌렸다. 그 전에도 다른 직업군에 비하면 변화에 민감한 편이라고 자처하고 있었는데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들어가 보니 내가 아는 변화는 변화의 파편 조각 정도도 안 되는 것이었다. 공부는 필수였고 살아남기 위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 시작한 습관 들이기가 '미라클 모닝'이었다.

  작년 봄 즈음부터 폭발적으로 대유행을 하기 시작한 새벽 잠 없애기 운동, '미라클 모닝'에 동참하기로 결심하고 몇 시에 취침을 하든 새벽 5시에 반드시 일어나 책을 두 시간씩 읽기로 작정했다. 약 7개월간 정말 열심히 일어나 책도 읽고 강의도 듣고 글도 쓰며 지냈다. 새해가 되고 미라클 모닝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이유는 읽고 쓰는 일에 대한 목표가 불명확하니 극도의 피로감이 밀려오기 시작함 때문이었다. 역시 인간은 목적 없이는 쉽게 스스로를 넘어서기 어렵다는 말이 사실이었음을 깨달으며 스스로에게 잠시 휴가를 주기로 했다.


 매일 아침 5시로 고정되어 있었던 알람을 7시로 바꾸니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2시간 더 생긴 수면 시간 덕에 컨디션도 훨씬 좋아진 느낌이었다. 새벽에 일어나면서 5년은 급속도로 노화가 진행된 거 같았던 얼굴도 생기가 도는 듯했다.

그래, 미라클 모닝은 무리였어.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볼 때 미라클 모닝은 무리였다는 결론을 내리고 1월부터 약 4개월간 긴 미라클 모닝 휴가 기간을 보냈다. 3월 중순 즈음부터 일상이 틀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 일은 많은 데 계속 일들이 누적되고 실수가 생기는 걸 보면서 허둥지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이게 아닌데.


일찍 일어날 명분

  지방 출장을 가거나 새벽 미사에 참석하는 등의 간헐적인 새벽 기상은 종종 있었지만 40년 이상 살아오면서 새벽 5시 기상을 주말까지 거르지 않고 7개월을 지속한 건 처음이었다. 단 7개월의 습관이었는데 너무 몰입했던 습관이었는지 3개월 즈음의 휴식기가 지나가 그때의 여유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새벽에 생기는 두 시간은 엄청난 여유를 가져다준다. 그 시간의 유무는 하루의 여유를 좌우하고 업무 성과나 능률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쉬면서 알게 되었다.

  보통 미라클 모닝 실천자분들은 취침시간이 10시 전후로 빠른 편이지만 실상 그 시간에 모든 일을 작파하고 잠자리에 드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 일 저 일을 끝마치면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 일찍 일어나려면 가능한 저녁 시간을 신속하게 마무리 지어야 하는데 업무 이후 주어진 자유 시간이다 보니 미적거리며 시간을 보내기 일수다. 저녁 시간을 잘 정리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고 새벽에 일어나려면 머리가 집중할 명분이 필요하다.

   주 업무 이외에 하기로 마음먹은 일을 잘 정리해서 우선순위에 따라 번호를 매겨보았다. 그리고 그 일이 추후 나에게 가져다줄 자아 성취 부분과 금전적 부분의 보상을 예상한 수치도 적어보았다. 시각화된 내용을 보고 있자니 일찍 일어날 명분은 차고 넘쳤다.


4개월 간의 긴 휴식의 마무리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는 생각을 정리하고 잘 적어서 결과를 예측해 보면 지속할지 그만할지 답을 찾을 수 있다. 1월 즈음에는 아무리 정리를 해보아도 피로를 누적시키는 일일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었던 '미라클 모닝'이었다. 그러나 여러 고민과 시도들이 정리되고 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좀 더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 과제들이 만들어지게 되었고 가시적인 결과들이 예상되니 휴식에 대한 미련이 사라졌다.

  지난 4개월의 꿀 같은 휴식을 통해 새벽 시간을 활용할 명분과 구체적 계획을 수립했으니 아주 훌륭한 휴가였다. 이제 제대로 열심히 살아갈 에너지를 얻었으니 또 달려보자. 힘들면 잠깐 쉬었다가 또 다시 해내면 그만이니 겁먹지 말고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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