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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cil Dec 05. 2021

코로나 시대, 아이들을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아이들의 가능성에 물을 주는 사회이기를 희망하며

아이는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고 있는 대한민국 학생입니다. 중3 1년이 지나면 괜찮아지려니 했던 1년이 지나고 고1이 되었고, 그야말로 난리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온라인으로 하면 학력이 저하되고 강남 등 일부 지역 아이들과 타 지역 학생들의 격차가 더 심해지는 등의 학력 이야기가 아닙니다. 아이들의 자신감과 자존감 격차의 문제입니다. 올 3월부터 학교에서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확진이 무섭지만 엄마들도 지치고 아이들도 학교라는 곳에서 친구들과 선생님의 실물을 보고 이야기하는 경험도 소중하기에 등교를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문제는 학생이 확진이 되고, 밀접 접촉자가 생기고, 다시 온라인이 되고, 밀접 접촉인 친구들은 2주 자가 격리를 하고, 뫼비우스 띠처럼 반복되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지쳐갑니다. '마스크가 답답하다'는 투정은 이제 옛말입니다. 아이들은 일정하지 않은 생활을 반복하고, 혼란스러운 시절을 경험하면서 대체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이미 사춘기 격동기를 지내며 부모님과 깊은 대화는 어려운 상황이고 학교 선생님이나 친구들과의 소통도 원활하지 않습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지내며 아이의 친구들의 고민과 부모님들의 고민들을 듣는 입장이 되어 보니 '학력저하'보다 '자존감 저하'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마스크 잘 쓰고, 집에 있고, 손도 잘 씻고 최선을 다했지만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올라갈 수 없는 나무가 아닐까요? 


고2 여학생의 인터뷰 내용이었습니다. 무기력은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에너지를 고갈시킵니다. 한 번 무기력이 시작되면 마치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처럼 노력이 무색하게 수렁으로 빠져듭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엄청난 속도로 진행되면 반대로 아이들의 무기력이 증폭되고 자존감이 무너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른들의 코로나 우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화두에 오릅니다. 검색량을 보면 '파김치'가 갑자기 상위 노출이 돼서 이유를 확인해 보니, 엄마들이 온라인 수업으로 아이들을 챙기느라 파김치가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엄마의 파김치 이면에 아이들의 무기력은 사회에서 크게 이슈가 되지 않습니다. 


무기력은 번아웃과 달라서 에너지는 있지만 더 이상 에너지를 쓰지 않기로 결정한 상태를 말합니다. 번아웃은 아예 아무 일도 할 수 없이 껍데기만 남은 상태이기 때문에 둘은 근원이 조금 다릅니다. 아이들의 상태는 무기력에 가까운 자존감 저하인데, 부모와 거의 24시간을 함께 있으면서 감시 대상이 되었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해 봤자 또 혼날 거야'라는 자포자기의 마음이 강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특히 고등학생들은 3년도 채 남지 않은 대입이 걱정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마음을 터 놓고 상담을 할 상대를 찾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충분히 잘 해낼 수 있는데 '어차피 될 사람은 정해져 있어요.', '성적 올리기는 불가능해요', '꿈꿔봤자 틀렸어요'라는 말을 내뱉습니다. 입으로는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속내는 '저도 잘하고 싶어요' , '성적 올리고 싶어요', '꿈을 찾고 싶어요'이지 않을까요? 


소크라테스 시대에도 '요즘 것들은 도대체가 생각이 없다. 말세다'라는 어른들의 탄식이 있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어른들의 기억력 소실에서 오는 망언일 수도 있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담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했던 우리 어릴 적 모습을 망각한 어른들이 곱씹어 봐야 하는 내용입니다. 파김치가 된 엄마 뒤에 '저도 힘들어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는 시점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마스크 없이 뛰어다니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습니다. 시험 보는 과목 수가 줄었는데 공부하기가 뭐 그리 어려우냐고 핀잔 주기 전에 한 달에도 두세 번 코로나 검사를 받고 불안해하면서 답답한 마스크를 견디는 아이들을 한 번 더 생각해 주는 마음도 필요합니다. 


뉴스 검색에도 트래픽이 거의 없는 '코로나, 청소년, 아이들, 우울, 자존감' 같은 키워드들이 어쩌면 '학력저하'보다 더 시급하게 다뤄 보아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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