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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cil Dec 03. 2021

내향적 성향의 시대가 온다

당신은 극 내향성일 수도 있습니다.

국민 멘토 오은영 박사님 상담 프로그램을 즐겨보는 중입니다. 처음에는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가끔 구경만 하다가 이제는 아예 마니아가 되었습니다. 특히 어른들을 상담해 주는 내용은 타인을 통해 상담받는 느낌이라 바쁜 일이 없다면 꼬박 챙겨보고 있습니다. 최근에 극도로 내향적인 남자분이 나와서 고민 상담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분과 제가 생각보다 아주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질문과 사례들을 들으며 '오! 내 이야기인데?'라며 흠짓 놀라기도 했습니다. 제가 외향적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지만 '극 내향성'일 수도 있음을 방송을 보는 내내 확인해 보았습니다. 


오은영 박사님은 5가지 질문에 모두 'yes'를 하게 되면 '극 내향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5가지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놀 땐 같이 잘 놀다가 집에 가는 길에 같이 가자고 하면 부담스럽다. 

2> 약속이 취소되면 아쉬움보다 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진다.

3> 하루 한 시간 정도는 반드시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

4> 뉴스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라고 하면 반갑다.

5>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적절한 대처를 신속하게 할 수가 없다.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은 몇 개 정도 'yes'이신가요? 저는 4.5개가 'yes'였습니다. 4번까지만 문구를 듣자마자 완전한 'yes' 5번은 사회화를 통해 숙달된 부분이 있어서 일정 부분은 신속처리가 가능하지만 관계 안에서 당황스러울 때는 망설이곤 하기 때문에 반만 'yes', 그렇게 나온 점수가 4.5개였습니다. 


반드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당신

15년 가까이 다양한 사람을 만나야 하는 일을 했습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강의도 하면서 지냈습니다. 에너지가 항상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자신을 자책한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가 시작되고 강제적으로 집에 머물게 되면서 차츰 에너지를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어려움을 겪으셨을 많은 분들께는 죄송한 말씀이지만 집구석에 있으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집에서 일하는 재미'로 2년을 지내오니 복잡한 마음입니다. 코로나는 분명 너무나도 불편하여 어서 빨리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도 '재택근무'는 지속하고 싶은 간절함이 공존합니다. 단합과 끈끈한 결속력을 위해 의무적으로 참석했던 '애프터'와 각종 술자리도 이제 안녕이었는데 또 만나야 되는 건 아닌지 '위드 코로나'가 발표되었을 때 감사하면서도 불안한 마음, 저만 그랬나요? 


우리 사회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내향성을 가지고 있지만 다양한 사회화를 통해 각자의 자리에서 외향성을 띄며 살아가기도 합니다. 저도 그중 한 사람입니다. 20살 때 처음 해본 MBTI 검사에서는 I였는데 38살에 다시 해본 검사 결과에서는 E가 나왔습니다. I는 내향, E는 외향인데 20여 년간의 치열한 사회생활 끝에 I기질을 E로 완벽하게 '포장'한 셈입니다. 정신건강 전문의 양재진 님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우리 사회에는 I의 기질을 E라는 가면으로 감추고 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라고 합니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어디선가 스트레스를 받고 계시다니 동지애도 생기고 위안도 됩니다. 

 

문제는 외향적인 사람들이 절대 다수인 사회에서 불편한 본심이 툭하고 튀어나온다는 것입니다. 꾹 참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폭발하기도 하고, 잘 숨겼다고 생각했지만 나도 모르게 툭 튀어나오는 본심 때문에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아서 받게 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라고 의연하게 넘어가면 좋은 데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마음에 병을 만들기도 합니다. 오은영 박사님 상담 프로그램에 내담자로 출연한 배우분도 자기는 항상 '싹수가 없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고 했습니다. 이 분은 굉장히 극단적인 극 내향성이셨기도 했지만 대체로 내향성인 사람들의 특징이 낯을 가리고 먼저 인사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고맙다는 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등의 특징들이 있어서 '외향성'인 사람들에게 '재수 없다' 내지는 '싸가지 없다'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합니다. 


내향성이 장점이 되는 시대

내향적인 사람들에게 단점만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기질이든 장단점이 있든 내향적인 사람들에게는 '고도의 집중력', '책임감', '끈기'같은 엄청난 장점이 내재되어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2017년 USA TODYAY 신문에서 조사한 결과 성공한 CEO의 40%는 극도의 내향성, 나머지 20%도 내향성에 가까운 인물이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인물들로는 일론 머스크, 빌 게이츠, 워런 버핏, 스티브 잡스가 있습니다. 전체 인구의 20% 정도라는 내향적 성향의 사람들이 리더가 되는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집중력이 좋고 업무 능력이 좋지만 '단체 생활'이 약하고 '회사'또는 '학교'와 같은 집단생활이 강조되는 곳에서는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져서 제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편입니다. 


성공한 내향인이 되고 싶으시다면 성공한 내향인을 모방하면 됩니다. 대부분 성공한 내향인들은 일단 확실한 자기 분야를 정했다는 점이고, 반드시 사색의 시간을 가졌으며, 느슨하지만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히려 내향적인 사람들이 자기 극복을 통해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내면 누구보다 훌륭한 협업자가 될 수 있고, 주변을 두루 살펴 좋은 리더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고도 성장기에는 개인보다 집단이, 개성보다는 획일이 주된 키워드였습니다. 이 때는 집단 친화적인 외향인이 더 높은 평가를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느슨한 관계 속의 개성 강한 개인의 역랑이 매우 중요한 시대라고 합니다. 진정한 내향인의 시대가 바야흐로 지금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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